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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탄핵 막을 힘 있었다"…김병준


 

김병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은 22일 "노대통령이 이번 탄핵을 막을 힘은 있었지만 역대 대통령처럼 권력을 사용해 국회를 통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참여정부의 핵심인물인 김위원장은 이날 '건강한 사이버세상을 위한 연구모임(건사연)' 월례세미나에서 '진정한 혁신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야당이 국회에서 절대 다수이지만 대통령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역대 대통령들은 오른손에는 국정원 검찰 국세청 등 누구나 꼼짝못하게 하는 총칼을 쥐고, 왼손에는 기업들로부터 부정한 방법으로 모은 돈이 있었다"며 "말 안들으면 총칼을 쓰고 회유할 때는 돈을 내밀고…이런 수단으로 국회와 언론을 지배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옛날 같으면 국정원에서 정치인들의 비리를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한 명씩 불러 한두페이지만 보여주면 얼마든지 마음을 돌리게 할 수 있었지만 노대통령과 참여정부는 이런 통제수단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참여정부가 이제까지 추진해온 '분권'과 '자율'이란 혁신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 스스로가 총칼과 돈을 다 내려놓았다는 것이다.

<다음은 김병준위원장의 강연요지>

90년대 중반 노대통령을 만나 지방분권과 개혁에 관한 그의 철학에 반했고 그후부터 자주 만나 많은 얘기도 하고 내 힘이 닿는한 도와주려고 결심을 했다. 노대통령의 하는 일은 한국역사가 발전하는데 큰 점을 하나 찍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얼마전 외신기자들이 모인 자리에 갔다가 크게 놀란 적이 있다. 강연후 질문을 받는데 어떤 기자가 "현 정부는 기존 지배세력을 뒤집고 있으니 좌익 아니냐"고 물었다.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노대통령은 실용주의자이고 자유시장경제를 신봉하는 사람이다.

참여정부의 '혁신'은 한마디로 개개의 단위요소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 국민이나 정부는 여태까지 스스로 주인인 적이 없었다. 피지배에 너무 익숙해 있다.

기존 시스템에서는 모든 국민이 죄인이다. 파출소에서 전화가 오면 가슴이 뜨끔하고 세무서에서 연락이 오면 놀란 가슴이 땅바닥에 떨어진다. 기업들은 정상적인 세금을 내고서는 기업을 하기 힘들다는 말을 한다.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적극적으로 일을 하면 감사나 법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가만 있으면 다치지 않는다. 그러니 복지부동하는 것이다.

이래서는 '신바람'이 나지 않는다.

현재 우리 시민사회는 일종의 '가위눌림'에 놓여있다. 혁신의 기본은 이러한 억압의 구조를 푸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자면 권력구조부터 풀어야 한다.

'시민이 주인되는 것' 이것이 내부 개혁의 바탕이다. 이러자면 대통령부터 어깨에 힘을 빼야 한다.

역대 대통령들은 양손에 권력을 쥐고 있었다. 오른손에는 국정원 검찰 국세청 등 누구나 꼼짝못하게 하는 총칼을 쥐고, 왼손에는 기업들로부터 부정한 방법으로 모은 돈이 있었다. 말 안들으면 총칼을 쓰고 회유할 때는 돈을 내밀고…이런 수단으로 국회와 언론, 국민을 지배했다.

노대통령과 참여정부는 이런 통제수단을 포기했다. 스스로 총칼과 돈을 다 내려놓은 것이다.

노대통령이 이번 탄핵을 힘이 없어서 당했다고 생각하지 마라. 야당이 국회에서 절대 다수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 옛날 같으면 국정원에서 정치인들의 비리를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한 명씩 불러 한두페이지만 보여주면 얼마든지 마음을 돌리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노대통령은 그런 방식을 쓰지 않는다. 총칼을 다시 들면 '혁신'이란 원칙이 훼손되는 것이다.

노대통령은 합법적인 정치자금도 포기한 사람이다. 행자부에 특별교부세란 예산항목이 있다. 일부는 재해구호비로 쓰고 나머지는 대통령이 알아서 쓸 수 있는 돈이다. 역대 정부에서는 비협조적인 정치인들에게 이 예산을 나눠주었다. 그 정치인은 지역구사업에 특별한 예산을 따온 셈이 되고 선거때 그 공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참여정부 출범시 1조1천억원이나 되는 특별교부세가 있었다. 노대통령은 이 돈을 재해구호비 외에 한푼도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흔히 집권초기에 행정개혁을 한답시고 부처통폐합이니 사정이니 칼날을 휘두른다. 이래서 신바람이 나고 가위눌림이 사라질 것인가. 아니다. 이럴수록 공무원의 복지부동은 심해지고 공공부문의 개혁은 더 멀어진다.

참여정부는 공무원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감사원의 감사방식을 직무감찰에서 성과감찰로 바꾸고 있다.

청와대가 모든 정부 부처 꼭대기에 앉아 지휘하던 방식도 없어졌다. 청와대 정책담당 비서관들을 없애고 정책실에 50여명의 인력으로 꾸려가고 있다. 정책실장은 직원들에게 "부처에 간섭하지 말라"고 말한다.

탄핵 이후 우리 위원회는 개점휴업이다. 총리께서 권한대행을 맡아 일상적인 업무는 문제가 없지만 대통령의 태스크포스팀인 우리 위원회가 당장 할 일은 없다.

그렇지만 탄핵 이후 우리는 "참여정부의 개혁이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한다. 대통령의 유고상황에도 불구하고 각 부처는 흔들림없이 잘 해나가고 있지 않는가. 과거처럼 청와대가 각 부처에 일일이 지시하는 체제였다면 큰 혼란이 오지 않았겠는가.

여기 정보화와 IT 관련 전문가들이 많이 온 걸로 알고 있다. 정보화시대는 신바람이 근간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지식정보사회를 정의하라면 '양질의 정보가 돈도 되고 권력도 되는 사회'라고 말하고 싶다.

정보가 왜곡되어 탑(top)에게 전달되면 기업이나 정부나 조직이 활기를 잃고 죽는다. 수직적인 명령체계만 남게 되는 것이다. 커뮤니티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 지식정보사회는 이런 지식커뮤니티가 기본이 된다고 본다.

우리가 개혁과 혁신을 얘기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하지만 어려운 일이다. 신념과 이해관계가 다른 집단들이 공격을 하고 열심히 하지만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가끔은 혼란과 방종으로 비쳐진다.

개혁이 완성되려면 수십년이 걸릴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가 이런 일을 시작했다고 기억해주면 좋겠다. 우리가 이 일을 시작한 이유는 개혁에 대한 확신이 있고 역사가 이 방향으로 간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대통령이 너무 가볍다'고 얘기한다.

작년말 노대통령이 장차관들과 동부인으로 청와대에서 저녁식사를 한 적이 있다. 예전 같았으면 초청자들이 일렬로 한명씩 대통령과 악수를 했겠지만 노대통령은 좌석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인사를 했다.

부처 업무보고시에도 대통령은 일부러 휴식을 갖고 해당부처 공무원들과 대화를 나눈다. 예전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은 이래야 된다'는 고정관념을 깼으면 좋겠다.

장차관이 대통령에게 서슴없이 할 말을 하는 것을 보고 각 부처에서 공무원들이 장차관에게 툭 터놓고 소신있게 말할 수 있게 된 거 아닌가.

이번에 노대통령의 '10분의 1' 발언이 문제가 됐지만 이미 그는 90년대 중반에 이런 생각을 했다. 당시 정치를 하려면 돈과 조직이 필수적이었다. 그는 그때부터 돈과 조직에 의존하지 않고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지방자치연구소를 만들면서 정치자금을 10분의 1로 줄이자고 주장했다.

그리고 돈과 조직을 대신할 대안으로 컴퓨터를 제시했다. 당시는 인터넷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점이다. 노대통령은 수많은 컴퓨터들이 서로 연결돼 정치인과 대중을 이어줄 거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되면 돈도 조직도 필요없는 시대가 온다고 믿었다. 역사의 방향과 기술의 발전을 믿은 것이다.

우리의 개혁을 국민들에게 이해시키려면 언론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일 또한 쉽지않은 일이다.

일전에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성과감찰로 바뀐다는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청와대 기자실을 찾은 적이 있다. 나는 이 일이 우리 공무원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변화라고 생각했는데 기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브리핑이 끝난후 기자들은 "오늘 야마(기사의 앞부분)가 뭐요"라고 되물어왔다. 참여정부 핵심인물이 브리핑을 한다니까 잔뜩 기대하고 있다가 별게 없어서 실망스럽다는 태도였다.

얼마전 국방부에서 근무하는 현역군인 250명(장군 13명 포함)을 병영으로 돌려보낸 적이 있다. 국방부의 문민화라는 차원에서 매우 역사적인 사건이다. 청와대에서 발표하지 않고 일부러 국방부에서 발표했다. 그러나 기자들 입장에서는 기사꺼리가 안되는 모양이다. 일간지 한군데에서 조그맣게 기사화되었을 뿐이다.

과학기술부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시키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다시한번 연구개발(R&D)에 승부를 걸고 우리나라의 펀드멘탈을 강화하자는 것인데 언론을 이해시키는데 힘이 든다.

앞으로 참여정부의 혁신과 개혁을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문제를 더 고민해보겠다.

김학진기자 jean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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