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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화염병 없앤 인터넷 댓글의 교훈


 

지금 정국은 극단적인 대치 국면이다.

'친노'와 '반노'든, '진보'와 '보수'든, '민주'와 '반민주'든, '탄핵 반대'와 찬성이든, 양쪽이 "불퇴전"의 결의를 다진다. 한편으로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다"(JP)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국론 분열을 우려하는 소리도 많다.

또 '인터넷'과 '촛불시위'가 그 불안의 진원지라 말하는 이도 있다.

조선일보는 17일자 1면톱으로 '섬뜩한 인터넷 탄핵 공방'이란 기사를 실었다. 또 "인터넷에서 욕설 비방 대전(大戰)이 펼쳐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론 분열을 초래할 전망도 나온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런 우려가 전혀 근거없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일부에서 분석한 것처럼, 지금 정국은 해방 정국의 좌우대립 이후 가장 치열한 대치국면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불과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정국이 조성되면, 거리에는 화염병이 난무했을 게 분명하다. 당시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거리시위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는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촛불시위 참가자는 어느 때보다 냉정하다. 7만여명이 야밤에 모여 촛불을 밝혔지만, 이성을 잃지 않았다. 정해진 시간을 거의 정확히 지켰고, 시위를 끝낼 때 자원봉사자 중심으로 말끔히 청소까지 하였다.

이성으로 따지자면, '멱살잡이 의원'에 비길 바가 아니다.

특히 촛불시위를 주도한 네티즌은 이런 평화적 시위가 깨질까봐 일부 정당이나 단체가 참여하는 것까지 반대하기도 했다. 이들 정당이 참여하면 숫자는 늘 터이지만, 시민의 순수한 뜻이 왜곡될 것을 우려할 만큼 이성적이다.

그렇다면 시위참가자의 그런 성숙한 '시민의식'은 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부패와 비리의 끝을 알 방법이 없고, 툭하면 '멱살잡이 현장'만 보여주는 의회가 '민주주의'를 그만큼 진전시켰기 때문이라고 분석해야 하는가.

도저히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길을 찾지 못하겠다.

그런데 '인터넷 덕분'이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두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인터넷이 '범퍼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네티즌은 격렬한 정치적 감정을 인터넷에 분출시킨다. 일부에서는 이 점을 우려하지만, 네티즌은 여기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폭력을 써야 할 이유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또 일부 우려와 달리,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토론이 활발하다는 점이다. 화염병을 배제하고 촛불을 대세로 만든 주역은 네티즌이다. 뜻을 관철하기 위해 다각적이고 냉정한 토론을 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봐야한다.

'사이버 아크로폴리스 세상'을 여는 서광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이 분석이 맞는다면, 이제 그들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여든, 야든, 정부든, 언론이든, 어떤 단체든, 시민이 밝혀온 촛불을 다시 화염병으로 바꾸려는 어떠한 정치적 의도도 그래서 경계해야만 한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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