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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헌재 제출 의견서 전문


 

노무현 대통령의 법정 대리인인 문재인·하경철 변호사는 17일 헌법재판소에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탄핵심판 사건에서 피청구인인 노 대통령의 지위가 형사소송에서 피고인의 지위와 혼동돼서는 안된다"며 "변론기일을 지정하더라도 대통령의 출석이 법률상 의무사항은 아니다"고 밝혔다.

다음은 노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의견서 전문.

의견서

사 건: 2004헌나1 대통령(노무현)탄핵 청 구 인: 국회(소추위원 국회법사위원회 위원장) 피청구인: 대통령 노무현

위 사건의 향후 진행될 심판절차와 관련하여 대통령의 대리인은 다음과 같이 의견을 밝힙니다.

다 음

1. 절차에 관한 의견 개진의 이유

국회에 의하여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의결되어 귀 재판소에서 현재 심판중인 바, 선례가 없음은 물론이고 탄핵심판절차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아니한 까닭에 향후 진행될 절차에 관하여 많은 논란의 소지가 있는 상태입니다. 이에 대통령의 대리인은 사안의 중대성 그리고 본건이 앞으로 역사적 선례가 된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규정의 미비로 인한 절차상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절실하게 요청된다고 판단되어 의견을 밝힙니다.

2. 헌법재판소법의 규정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절차에 관여하는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 내에서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의 규정을 준용한다. 이 경우 탄핵심판의 경우에는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을, 권한쟁의심판 및 헌법재판소원심판의 경우에는 행정소송법을 함께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동조 제2항은 “제1항 후단의 경우에 형사소송에 관한 법령 또는 행정소송법이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과 저촉될 때에는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은 준용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규정에 따라 탄핵심판절차를 유추해 보아도 구체적인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지에 관여하는 많은 의문이 있어 결국 귀 재판소의 판단에 일임된 상태입니다.

3. 주요 고려사항

가. 신속한 심판

본간 탄핵심판절차는 국가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의 권한행사가 정지된 상태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국회의 탄핵소추로 인하여 정치권은 물론 국민의 여론도 시시각각 동요하고 있는 실정이며 전 세계적인 관심사이기도 합니다. 현재 비록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고 있기는 하나,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수반되는 행위를 하기는 곤란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직무가 중단되고, 국민이 선출하지 아니한 국무총리가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위기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상태에 더하여 만에 하나 국가적 재난 기타 중대하고 시급한 판단이 요청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직면하게 될 지도 모를 국가적 위험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았을 때 본건 탄핵심판은 다른 모든 재판은 물론 국가의 어떠한 현안과 비교하여 보아도 정확하고 공정한 결정을 해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가장 신속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에 변론기일의 신속한 지정 및 계속적인 심리를 하여 줄 것을 요청합니다. 우선 최초 변론기일을 가장 신속하게 지정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가능하다면 공휴일을 제외하고는 언제든지 벼논기일을 지정하여 진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나. 혼란의 최소화

앞서 본 바와 같이 본건 탄핵심판절차에 관하여는 최소한의 지침이외에는 다른 규정이 없는 실정입니다. 또한, 탄핵심판절차는 민사소송, 형사소송, 징계절차의 성격이 모두 혼재되어 있는 헌법재판으로 각종 소송행위의 가능성, 내용 및 한계 등을 어떻게 결정하여야 할 것인지 관하여 전례가 없는 상태입니다. 본건과 같은 중대한 사안에서는 사소한 절차상의 혼란이나 모호함 그리고 당사자들과 귀 재판소간의 절차에 관한 의견차이가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되거나, 헌법을 수호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귀 재판소의 위상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는 등 뜻밖의 결과를 야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당사자들의 절차진행에 관한 협조도 필요하지만 귀 재판소의 적절한 소송지휘와 명확한 절차의 진행을 통하여 이러한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절실히 요청된다고 할 것입니다.

4. 대통령의 출석

가. 본건 심판절차에서 대통령은 피고인이 아닌 피청구인이며, 범죄에 관한 공판을 받는 것이 아니라 파면될 것인지에 관한 심판을 받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본건 심판 절차에 형사소송에 관한 규정이 일정하게 준용될지언정 피청구인의 지위가 피고인의 지위와 혼동되어서는 안 될 것으로 사료됩니다.

나. 이러한 맥락에서 보았을 때 헌법재판소법 제52조의 "당사자의 불출석"에 관한 규정은 대통령 본인의 출석이 의무이거나 또는 대통령이 귀 재판소에 의하여 소환된다는 점을 전제로 마련된 규정이 아니라 진술기회를 보장하는 의미가 큰 것으로 판단됩니다.

다. 당사자가 불출석할 경우에도 구인 등 강제적인 소환 없이 2차 기일부터 바로 심리를 진행하도록 한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보아도 위 조항은 당사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측면이 강함을 알 수 있습니다.

라. 또한 "당사자"라는 용어의 용례상 민사소송법 제 268조에 규정된 "당사자"는 "당사자" 본인 뿐 아니라 "당사자"의 대리인을 포함한다고 이해되고 있는바, 헌법재판소법 제 52조가 "피청구인"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아니하고 "당사자"라는 용어를 사용한 점에 비추어 보아도 당사자의 출석이라는 것은 당사자 본인 또는 대리인의 출석으로 이해되는 것이 합리적이라 할 것입니다.

마. 또한 대통령이 변론기일에 출석하여 소추위원의 신문 기타 변론이 진행되더라도 그 과정에서 국가의 원수이자 행정부의 수반인 신분과 존업에 상응하는 품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예우와 배려가 요청된다고 할 것입니다. 이는 출석하는 경우는 물론 불출석하는 경우에도 본건 심판절차 전 과정에서 엄격하게 지켜져야 하며, 이를 위하여 귀 재판소의 적절하면서도 엄격한 소송지휘권의 행사가 필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5. 탄핵소추 사유의 추가 및 변경

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소추위원이나 탄핵소추를 추진한 정당의 일각에서 본건 탄핵소추 사유 이외에 새로운 사유를 추가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 자체가 본건 탄핵소추가 얼마나 정당성을 결여한 채 졸속으로 진행되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러한 사태가 실제로 발생할 경우에 대비하여 미리 의견을 밝히는 바입니다.

나. 헌법재판소법 제 49조 제 1항에 따르면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소추위원이 되는바, 소추위원은 국회의 탄핵소추에 따른 탄핵심판 사건의 수행자이지 소추권자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소추위원은 국회가 소추한 내용에 기속되어 소추를 유지하는 것에 국한되어야 합니다.

다. 결국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국회의 의결이 아닌 소추위원에 의한 탄핵소추사유의 추가는 탄핵소추와 의결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헌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입니다. 형사소송절차상의 공소상변경에 관한 규정은 위와 같은 헌법 규정과 소추위원이 검사와는 다른 지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탄핵심판의 성질에 반하는 것으로 준용할 수 없습니다. 만일 탄핵소추사유의 추가가 필요한 경우에는 당연히 국회의 새로운 의결이 있어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것은 소추위원이 국회의 고유권한인 탄핵소추권 자체를 위임받은 것이 아니어서 탄핵소추를 임의로 취소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명하다고 할 것입니다.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더라도 미국의 경우에 탄핵소추사유마다 개별 표결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본건 탄핵소추의 의결이 뒤에서 보는 세 가지 사유 각각에 대하여 의결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불법성에 관하여는 추후 제출할 답변서에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라. 이와 같이 국회의 새로운 의결없는 소추위원에 의한 탄핵소추사유의 추가는 현행 헌법 및 헌법재판소법에 의하여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나, 만에 하나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본래의 탄핵소추 사유와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로 한정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 때 동일성 범위 내인지 여부는 탄핵소추의결서가 크게 세 가지로 나누고 있는 범주를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장황하게 거시하고 있는 개개의 구체적인 사실을 기준으로 하여야 할 것입니다.

마. 한편, 국회의 새로운 의결없는 탄핵사유의 추가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명백히 하는 것은 탄핵소추를 추진한 야당들이 탄핵소추 사유의 추가를 이유로 하여 신속한 결정을 방해할 우려가 크며 그것이 또 다른 국민의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는 점에서도 절실히 필요하다 할 것입니다.

6. 증거조사절차

가. 기일 지연의 억제

탄핵소추에 관하여 가중된 정족수에 의한 국회의 의결을 요구하고,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때에는 그 의결만으로도 권한의 행사를 정지시키는 헌법의 취지에 비추어보면 탄핵소추의 의결이 이루어진 때에 이미 소추에 관한 충분한 조사와 증거수집이 완료되어 있을 것을 헌법은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편 국회법에 의하면 탄핵소추가 발의된 후 본회의는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여 조사하게 할 수 있고(제130조), 법제사법위원회는 지체없이 국정감사및조사에관한법률의 조사방법에 따라 조사를 실시하도록 하며(제131조), 이는 탄핵소추를 위하여 사실 및 증거관계에 과한 조사가 필요한 경우에 법제사법위원회가 조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 것입니다. 그런데 본건은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본건의 경우에 이미 사실관계가 충분히 파악되었거나 명백하여 더 이상의 조사가 필요없거나 또는 사실관계가 탄핵소추 의결의 전제가 되지 않는다고 국회가 판단했던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소추위원이 뒤늦게 심판절차에서 각종 새로운 증거신청을 한다면 이는 국회의 조사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본 선행행위와 모순되는 것으로서 심판절차를 지연하기 위한 고의적인 증거신청이라고 보아야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소추 이후에 소추위원이 다시 증거를 제출함으로서 심판 절차를 장기화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소추위원 측의 증거는 탄핵소추 의결서에 첨부된 것에 한정하고, 다만 그 증거를 확인하거나 반박하는 선에서 증거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가사 그렇지 않다하더라도 증거제출 및 증거채부에 대한 결정은 첫 심리기일에 집중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소추위원이 증거조사를 이유로 심판절차를 장기화하여 결국 대통령의 권한 정시 기간을 연장하려 할 우려가 있는 만큼 필요한 증거 조사는 신속의 이념에 의하여 최소한에 그쳐야 할 것입니다. 본 사안의 내용을 보더라도 증거조사가 중요한 사안이라고 보다는 완연히 드러나 있는 사안에 대한 규범적 가치판단이 중요한 사안입니다. 나아가서 탄핵사유와 직접 관계가 없는 주장과 입증도 당연히 금지되어야 할 것이고, 기일이고 현저하게 지연될 우려가 있는 입증방법도 재판의 신속이라는 취지에 비추어 적정하게 제한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나. 탄핵사유별 입증 방법

본건 탄핵소추사유는 크게 다음의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째, 선거법 위반 둘째, 피청구인, 측근들, 참모들의 권력형 부정부패, 셋째, 국민경제와 국정의 파탄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위 세 가지 사유 중 두 번째, 세 번째 것은 직무관련성의 결여, 문제된 사안의 발생시기, 명백히 헌법과 법률의 위반이 아니라는 점 등에서 탄핵사유로서의 외양도 갖추지 못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위 두 가지 사유에 관하여는 시판절차의 신속성을 위하여 주장과 입증이 엄격히 제한되어야 할 것입니다.

7. 결론

대통령의 대리인은 본건 탄핵소추의 부당성과 불법성을 떠나 귀 재판소가 이미 본건을 심판하게 된 이상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원리 그리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고도 정확하게 심판하여 줄 것을 정중히 요청합니다.

본건 탄핵심판의 결과는 대통령 본인의 정치적 운명은 물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운명을 좌우한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이러한 절차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미성숙을 보여주는 가슴아픈 일이지만 귀 재판소의 엄정하고 정확한 심판은 역사가 위기를 통하여 자신의 이념을 실현해 나간다는 심오한 진리에 대한 빛나는 증거가 될 것입니다.

2004. 3. 17 피청구인의 대리인 변호사 하경철

법무법인 부산 담당 변호사 문재인

헌법재판소 귀중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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