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이균성] '탄핵검사' 김기춘과 초원복집


 

아무래도 정치는 '아이러니컬한 생명체'인 모양이다.

정치라는 게 살아 움직이는 생물체 같은 거고, 끊임없는 반전이 있게 마련이지만, 상식을 가진 사람은 좀처럼 이해하기가 힘들다.

온 국민의 이목이 쏠려 있는 대통령 탄핵 소추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재판. 이 재판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검사역'이다. 이번 재판에서 검사역할을 맡은 사람은 국회 법사위원장인 한나라당의 김기춘 의원이다.

그가 누구인지, 또 기자가 정치를 왜 아이러니컬하다고 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선 시계를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으로 돌려야 한다.

이 사건의 요지는 당시 법무부장관이었던 김기춘 의원이 부산시장과 안기부 지부장 등 지역기관장을 부산의 한 음식점(초원복집)에 모이게 한 뒤 대선 대책회의를 한 사건이다. '관권선거' 현장이 들켜버린 것이다.

이 사건은 당시 정주영 후보의 국민당이 도청, 폭로했다. 그러나 김영삼 후보를 내세운 민자당은 이 사건으로 촉발된 '지역감정'을 타고 오히려 승기를 잡았다. 세상이 잘못되도 한참이나 잘못된 시절의 우울한 이야기다.

그런 그가 이제 칼자루를 쥔 '검사역'이 됐다.

그리고, 그가 검사로서 준엄하게 심판할 상대는 대통령이다. 대통령의 혐의는 다름 아닌 '공무원의 선거중립 위반'이다. 노 대통령의 발언이 12년전의 '초원복집사건'보다 엄중하다고 생각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12년전 법무장관으로 지역 감정을 조장하면서까지 선거 중립을 어겼던 그가 이제 돌아와 그보다 훨씬 더 경미한 이유로 대통령 탄핵 판결의 검사를 맡을 자격이 있다고 할 것인가. 이를 이해해야 하나?

그러나, 좋다. 세상은 바뀌었다. 훨씬 엄격해졌다. 인정한다. 그때 그랬다고, 지금도 그래야 한다고 강변하면, 억지일 수 있다.

또 김 의원이 주도한 '초원복집사건'은 이미 세상 속에서 상당히 잊혀졌다. 법적으로든, 인정상으로든 사면됐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기자가 '초원복집사건'을 기억하듯, 역사는 이 아이러니컬한 일을 절대 잊지 않고 기록할 것이다. 또 세상 속에서 아무리 많이 잊혀졌다고 한들, 이 아이러니를 기억하고 있는 이가 어찌 기자 하나일 뿐이겠는가.

요즘 광화문에서, 그리고 네티즌 사이에서, 이런 노래가 많이 불린다고 한다.

'너흰 아니야.'

김 의원한테 이 노래를 바치고 싶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2024 iFORU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이균성] '탄핵검사' 김기춘과 초원복집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