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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치규] 정통부의 난해한 블래스터웜 처방전


 

"정통부 자료만 봐선 무슨 소리하는지 모르겠다. '블래스트웜' 때문에 3시간 동안 고생하다가 정통부 경고 내용을 봤는데 부실한 것은 물론 너무 어려워 화가날 지경이다."

12일 오전 기자에게 이같은 메시지를 담은 e메일 한통이 왔다.

실제로 정통부 발표 내용은 전문 용어가 많아 초보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블래스터웜'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만 많았고, 대응 방법에 대한 내용은 적어 이미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겐 '무용지물'이었다.

더구나 '블래스터웜'에 당한 사용자들이 대부분 PC 조작에 미숙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정통부의 발표 내용은 수신자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은 처사였다.

피해로 당황해 있는 사용자들에게 '블래스터웜'이 무엇이고 파괴력이 얼마나 되는가 하는 문제는 의미가 없어진다. 중요한 것은 쉽고 확실한 해결 방법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통부는 "블래스터웜이 등장했으니 주의하시오"에만 무게를 둔 내용을 발표했다. 정통부가 성의없이 '블래스터웜' 관련 내용을 내보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통부는 뒤늦게나마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은 물론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블래스터웜'의 피해를 복구할 수 있는 내용이 올라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후 늦게까지 주요 포털 사이트에 '블래스터웜'과 관련, 눈에 띄는 내용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반면, 민간 보안 업체들은 발빠르게 '블래스터웜'에 감염된 사용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처 방안을 발표, 정통부의 부족함을 메워주었다. 정통부가 피해 상황을 알아보고 있는 사이에 민간 업체들이 해결책을 찾아 사용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준 것이다.

정통부는 '1.25 인터넷 대란' 당시 늑장 대응으로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 뒤부터 '돌다리도 두드린다'는 자세로 각종 인터넷 사고에 대처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정통부의 사전 대응 능력은 업그레이드됐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통부는 '블래스터웜'과 관련, 사전에 수차례의 경고를 발령하는 등 적절하게 대응했음에도 불구하고 막판에 가서 옥의 티를 남기는 허점을 드러냈다.

물론 '블래스터웜' 피해가 확산된 것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보안 패치 파일을 내려받지 않은 사용자들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정통부가 피해 발생 내용을 발표할 때는 '사용자 책임론'은 더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피해를 최소화하고 단기간에 복구하는게 시급한 순간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통부의 어려운 메시지를 본 '블래스터웜' 피해자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사전에 대비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을까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 앞에서 답답해 했을까?

황치규기자 deligh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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