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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조선족 재조명] (3)한중(韓中) 가교(架橋)로 뜬다


 

중국 조선족은 한중(韓中) 관계의 가교(架橋)이다.

이는 21세기 동북아 시대가 낳은 필연이다. 특히 1992년에 역사적인 한중(韓中) 수교가 이루어지면서 10여 년 동안 실천적으로 검증된 일이다.

간혹 듣기 민망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한국인이나 조선족이나 '가교'를 자처하며, 서로를 속이고, 사업을 망가뜨리는 일도 적지않았다. 하지만, 이를 대세로 보기는 힘들다.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고치면 될 일이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서 조선족의 성공적인 가교 사례는 수두룩하다. 지금도 묵묵히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조선족이 대다수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에서, 혹은 개인 사업에서 조선족의 한중 가교 역할은 지대한 것이다.

'86 아시안 게임의 숨은 공로자

대한민국이 세계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86 아시안 게임과 '88 올림픽 때였다. 특히 '86 아시안 게임에서는 중국의 참여가 중요했다.

하지만 당시 대한민국과 중국은 '적성국가'였다. 중국은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대신, '남조선'이라 불렀었고, 대한민국도 중국을 '중공'이라 불렀다. 당시 한국 정부에서는 중국에 아시안게임을 홍보할 만한 루트를 찾지 못한 상태였다 한다.

이때 한중 관계의 물꼬를 튼 존재가 바로 중국 조선족이었다.

8월1일 옌지(延吉)에서 만난 옌벤국제공공관계협회 김희관 부회장(60)은 "당시 옌벤TV방송국 문화국장 시절인데, 홍콩에서 한국 관계자로부터 아시안게임 홍보물 16박스를 받아들고, 생전 처음 북경에 있는 중앙 정부에 이를 전달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40일 뒤에 중국 정부가 아시안게임에 참여한다고 공식 발표했으며, 중국 정부가 대한민국이라는 정식 국호를 사용한 것은 이때가 처음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당시 어머니의 나라를 위해 뭔가를 했구나 하는 마음에 가슴이 뿌듯했다"며 "이 또한 한국인의 은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전했다. 김 부회장은 '85년 LA 한국일보의 도움으로 미국에서 처음 연변 가무단의 공연을 개최했으며, '86년에는 한국적십자사 초청으로 '어머니의 고향'을 방문하게 된다. 또 한달 남짓 KBS에서 연수를 받는다. 이때 인연으로 홍보물 전달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아시안게임과 2년 뒤 개최된 올림픽이 중국에서 생방송 됐고, 이때부터 중국 조선족과 중국인은 한국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가난한 남조선'이었던 곳이 '잘사는 대한민국'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이후 한중 관계가 개선되고 1992년 두 나라가 정식으로 수교한 것은 이미 다 아는 바이다.

중국과 한국 IT 기업을 잇는 386 조선족

차이나아이티포럼(www.chinaitforum.co.kr)은 한국정보통신수출진흥센터(ICU) 중국사무소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다. 여기에는 중국 IT 시장 일일 동향을 비롯해, 중국의 IT 통계, 입찰 내용, 전시회 일정 등 유용한 정보가 가득 차 있다.

그런데, 이 사이트를 실제 운영하는 책임자는 중국 북경건홍투자자문유한공사의 최영주 부총경리(36)다. 이 회사가 ICU로부터 용역을 받은 것.

명문 청화대를 나온 최 부총경리는 "중국 IT 시장을 뒤져서, 한국 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하였다.

역시, 중국 조선족으로, 북경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iPARK 베이징 사무소에서 합작발전부 경리(한국의 부장)로 있는 장상천씨도 국내 SW 업체가 중국에 진출할 경우에 중요한 도움을 주고 있다. 한국 기업과 중국 기업의 1대1 만남을 주선함으로써 수출이나 합작제휴에 결정적으로 기여하기 때문이다.

장 씨는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한국 모바일 콘텐츠 기업 전시회를 주도하고, 한국과 중국 기업의 1대1 비즈니스 상담에 큰 역할을 하였다.

장 경리는 "한국과 중국은 기업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중국에 진출할 때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인터넷 게임이나 모바일 컨텐츠가 중국에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국 진출 한국 기업의 조선족 관리자

조선족은 한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할 때 훌륭한 가이드 역할을 할뿐더러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게 중요한 역할을 떠맡기도 한다. 삼성 LG 등 대기업을 제외하면 조선족은 중국 진출 한국 기업에서 중요한 자리를 맡는다.

랴오닝성(遼寧省) 센양시(沈陽市)에 있는 삼보전뇌유한공사(TG 중국법인)의 림영산 부총경리(부사장)는 관리지원실을 맡고 있다. 한국인인 이승갑 부총경리가 재무 회계 쪽이고, 림 부총경리는 인사 부문을 도맡아 관리하고 있는 셈이다.

이 부총경리는 "중국에 진출할 때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가 사람 관리인데, 림 부총경리가 초기부터 이를 훌륭히 해내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이 부총경리는 "림 부총경리의 경우 현지 중국인으로부터 신뢰가 높은 게 장점"이라고 했다.

림 부총경리는 헤이룽장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한 뒤, 해사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다, '99년 삼보전뇌가 설립될 때부터 이 회사에서 일해오고 있다.

림 부총경리는 "운이 좋아 삼보컴퓨터와 인연을 맺고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며 "한국과 중국 사이에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보안업체인 시큐아이닷컴의 중국법인인 삼성신식안전공사의 신룡철 지점장은 아예 이 회사의 중국 사업을 총체적으로 이끌고 있다. 한국 본사에서 기술과 자금을 지원 받아, 중국 현지에서 신 지점장 책임 하에 영업과 마케팅이 이뤄진다.

삼성신식안전공사는 올 상반기에 50만 달러을 매출을 기록중이다.

신 지점장은 지린(吉林)대학 출신으로 삼성SDS 중국법인에서 5년 일했으며, 능력을 인정받아 시큐아이닷컴에 스카웃돼 중죽 지역을 책임지고 있다.

현대정보기술의 중국법인에 있는 이길용 부총경리도, 조선족으로, 센양(沈陽)사범대학을 나온 뒤 고영택 법인장을 도와 회사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LG전자 중국법인 홍길영 경리(우리의 과·부장)는 공공관계부에 소속돼 중국 언론을 도맡아 관리하고 있다. 고위직은 아니지만, 중국인에게 언론을 통해 LG전자의 이미지를 심는 중책이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 파견된 이진세 선전부장은 "중국과 한국 언론은 차이점이 많다"며 "언론 홍보에 홍 경리의 도움이 크다"고 말했다.

한중 가교로 나선 조선족 지도층

계풍오 센양시(沈陽市) 조선족제6중학 교장은 단순한 학교 선생님이 아니다.

그는 옌벤(延邊)대학과 베이징(北京)사범대학을 나와, 교육부에 중학관리과 과장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이 학교 교장으로 오게 됐다. 그는 특히 이 학교로 오고 나서 한중 관계 발전에 중차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시 정부를 도와 센양시에 중한국제학교를 설립하는 일을 맡고 있는 것.

이 일의 실무는 박한웅 조선족제6중학 국제교육부장이 맡고 있다.

또 베이징에 녹색경제대학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이동춘 백두산집단 회장을 비롯해 동북 3성에 있는 중국 조선족 농촌 지도층은 한국 두레집단 등과 긴밀히 협력, 오리농법 등 농업 분야에서 첨단 기술로 제휴하는 데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옌지(延吉)·베이징(北京)·센양(沈陽)=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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