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침공] 미군, '전자폭탄' 투하할까...통신망 무력화 목적

바그다드 공습을 강행한 미군이 이라크 군의 지휘 체계를 마비시키기 위해 '전자폭탄(e-bomb)' 사용을 고려하고 있다고 USA투데이 등 외신이 2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극비로 분류돼 있는 전자폭탄은 강력한 극초단파를 발생시켜 컴퓨터를 마비시키고, 레이더와 라디오를 불통시키는 강력한 무기. 이 폭탄은 또 전력 생산을 불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자동차와 항공기의 전기적 점화 역시 막아 버리게 된다.

민간인 인명 피해에 대해 민감할 수 밖에 없는 미군 입장에선 '통신망 두절'이란 초강수를 통해 이라크 군 수뇌부를 무력화시키려는 전략을 고려하고 있는 셈이다.

◆ 초단파 발생시켜 통신망 무력화

버지니아 주 알링턴에 있는 렉싱턴연구소의 군사 전문가인 로렌 톰슨은 "(전자폭탄은) 전자적 시스템에 의존하는 적들에게 상당히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총, 수류탄 등 재래 무기와 달리 현대전의 모든 무기들은 전자공학적인 기능이 장착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건물이나 인명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적들의 전자 장비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극초단파를 순간적으로 발생시키는 전자폭탄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공군 과학자들이 수십년간 전자폭탄 연구에 매달려 온 것도 바로 이같은 배경 때문이다.

현재 미 국방부는 전자폭탄의 존재에 대해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 토마스 프랭크 장군은 지난 5일 국방부 기자회견 당시 "알고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수 많은 군사 전문가들은 비밀해제된 문서들에서 전자 폭탄이 실전용으로 준비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이 톰슨. 그는 "국방부 비밀 회의에서 (전자폭탄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실전에서 위력 발휘할지는 의문

지난 2000년 미 공군의 엘라인 웰링 대령이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뉴멕시코 주 커틀랜드 공군기지의 과학자들이 후버댐에서 하루에 생산되는 에너지 량의 10배에 달하는 초단파를 발생시키는 장치를 제작했다.

이 극초단파는 빌딩이나 인명 피해 없이 전자 장비를 무력화시키는 강력한 무기. 특히 민간인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선 매력적인 무기가 될 수도 있다.

극초단파는 실험실 테스트에선 상당한 위력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회로에 과도한 전압을 흐르도록 하는 방법을 통해 실리콘 칩을 녹여버렸다고 USA투데이가 전했다.

하지만 실전에서도 이런 위력을 발휘할 지에 대해선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강력한 전자폭탄일지라도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급속하게 위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전자폭탄의 위력은 비밀로 분류돼 있는 상황. 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전자폭탄의 영향권이 기껏해야 수 백 야드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영향권이 제한됨에 따라 민간 피해는 줄일 수도 있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군사적 목표물에 인접해 있거나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지 않는한 병원, 고아원 등 민간 시설은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 "이라크 전에서 주도적 역할하긴 힘들듯"

전문가들은 전자폭탄의 위력에 대해서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극초단파에 의해 발생된 과전압이 인접한 군사 슈퍼컴퓨터로 몰려갈 수도 있지만, 아무 피해도 입히지 않은 채 땅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시큐리티닷오르그(globalsecurity.org)의 군사 전문가인 피어스 우드 대령은 이같은 이유를 들어 전자폭탄이 이번 전쟁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방 전문가들은 전자 폭탄이 지하 깊숙한 곳에 있는 벙크에 도달할 수 있을 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엔 전기를 차단해 지하 벙크의 전기, 보안 시스템, 컴퓨터 등을 완전 무력화시켜버릴 수 있게 된다.

우드는 결국 장기적으로는 다른 나라들도 전자 폭탄으로 무장하게 돼 하이테크 의존도가 높은 미군이 직접적인 패해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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