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이회창 후보(사진)는 29일 오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주최 토론회에서 "지지율 변화에 따라 (앞으로)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은 없다"며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당선 후 한나라당에 복당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저를 중심으로 자유민주주의 세력이 결집해 새 시대를 열 것이며 거기엔 한나라당도 포함될 수 있다"고 말해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국가지도자로서 편가르고 대립을 조장해 우리 사회의 힘을 결집하지 못했다"면서도 "역대 대통령이 대통령과 역할을 제대로 이해 못 했으나 총리 역할분담론을 말한 점은 참 잘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지율을 보고 뛰어든 게 아니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50%가 넘는 상황이었는데 그걸 고려했다면 출마 못 했을 거다. 오로지 국민이 바라는 정권교체의 가능성만 보고 뛰어들었다. 지지율 변화 가지고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이 없다. 처음 출마선언 했을 때처럼 제 목숨과 운명을 걸고 나갈 것이다."
- BBK 수사 여부, 지지율 등과 상관 없다는 건가.
"BBK 때문에 나온 게 아니다. 제가 왜 제대로 정권교체다운 정권교체를 해야 하는가 국민께 말씀드린다면 이해하실 거다.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을 가지고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
- 최근 이명박 후보에 대한 공세를 높이고 있는데 이념좌표와 정권교체를 떠나 이 후보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상대방에 대해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왜 나와서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었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 제 출마 동기를 말하다 보니 이 후보의 얘기를 하게 됐다. 이 후보는 장점이 많지만, 정권교체다운 정권교체를 이루기엔 미흡하지 않나 한다."
- 지금대로라면 세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 그래도 끝까지 완주할 것인지.
"어제 다른 신문에서는 제 지지율이 굉장히 높게 나왔다. 지금 격차를 가지고 향후 거취를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
- 무소속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 혹시 당선이 되면 한나라당에 복당할 것인가.
"저 혼자 국가운영을 독점해 맡겠다는 것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모든 세력들이 함께 간다. 정권교체를 정말 바라는 세력들, 그 중에는 한나라당도 포함될 수 있다, 저를 중심으로 결집해 새 시대를 열 수 있다."
- 낙선하더라도 좋은 지지를 받는다면 복당뿐만 아니라 당내 다른 계파 구성이나, 신당 창당 가능성도 있나.
"'졌을 때 어디로 도망갈래'라는 말은 전장에 나온 장수에게 적절한 말이 아니다. 저는 이기려고 나왔고 이길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에 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겠다. 죄송하다."
- '진짜 정권교체'의 개념이 무엇인가.
"그간 나라의 모든 기초가 무너지고 사회가 후퇴했다. 대통령이 갈등을 부추기고 대립을 조장했다. 남북관계에서도 철학과 원칙이 없다. 이 시대를 끝내는 정권교체를 말한다. 정당정치의 문제를 떠나, 이 정당에서 저 정당으로 바꿨는데 이전 정권에서 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면 무엇 때문에 교체를 하자는 건가. 정동영 후보도 정권교체라는 말을 썼는데, 그건 넌센스라고 생각한다."
- 새로운 정치세력의 창출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정당 같은 조직체가 아니라도 뜻을 같이 하는 세력이 힘을 합칠 수도 있다."
- 이명박 후보로의 정권교체는 제대로 된 게 아닌가.
"그렇습니다."(침묵 후 장내 웃음)
- 지난 대선의 불법자금과 관련해 수사가 제대로 됐고 책임질 것을 다 졌는지.
"대선자금은 당시 검찰이 철저히 수사했다. 모두 밝혀진 것으로 알고 있다. 저는 자진 출두해 수사를 받았다. 어느 당의 대표도 자신이 책임이 있다고 스스로 조사 받은 경우가 없다."
- 삼성 특검법이 통과하면서 2002년 대선자금까지 수사가 이뤄질지도 모른다. 혹시 대선 잔금이 있나.
"잔금이 있으면 지금 돈 때문에 고생하겠나. 삼성 비자금은 부패와 관련있다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다만 이것이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보다 정략적으로 이용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 한나라당 의원들이 대선자금 횡령 등 이회창 후보 관련 의혹을 폭로할 것이라 하고 있다.
"그런 말 들으면 가슴이 아프다. 예전에 제 밑에서 일했던 사람들인데. 한편으론 그 자리에 있으니까 그렇게 할 수밖에 없겠구나 싶다. 이 문제는 밝혀질 대로 밝혀진 내용이다. 아직도 이런 바람직하지 못한 캠페인이 벌어지는 데에 가슴이 아프다. 언젠가는 진심을 이해하고 서로가 좋은 마음으로 화합할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 노 대통령은 당선축하금 같은 게 없다고 했는데.
"그 분이 당선축하금을 받았는지 모릅니다.(웃음) 특검에서 진실이 밝혀질 지 모르지만 아는 바 없다."
- 수입원이 없으신데, 후보등록비 5억원은 어떻게 마련하셨고 앞으로 활동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막상 무소속으로 나와 보니, 이렇게 돈이 많이 드는지 몰랐다. 등록비도 빌렸다. 결국 저는 차입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15% 이상 득표는 확실하기 때문에 그것을 담보로 자금조달을 하려고 한다."
- 노무현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나.
"가장 잘못한 것은, 국가지도자로서 국력을 결집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편향된 이념으로 편가르고 대립을 조장해 우리 사회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잘 한 것은 하나 있다. 제가 지난 시절 총리를 하면서 대통령과 총리의 관계에 대해 고민한 적 있다. 역대 대통령이 대통령제에서 대통령과 역할을 제대로 이해 못 했다. 저도 김영삼 전 대통령과 한 바탕 싸우고 나왔다. 노 대통령이 총리 역할분담론을 말하는 것을 보고 그 점은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과는 시원찮았다."
- 전직 대통령들의 대선 관련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YS는 이 후보께 '먼저 인간이 돼라', DJ는 '지금 잘못하면 전쟁의 길로 갈 수 있다'고 했다.
"전직 대통령들은 모두 정치역정에서 기여한 분들이다. 그러나 이제 좀 점잖게 계셨으면 좋겠다. 후보입장에서는 다 선거법 위반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든 것들을 선거법이라는 잣대를 댈 순 없잖은가."
- 조상묘를 옮기셨는데 대선을 앞두고 명당을 본 것인지.
"풍토나 명당을 본 게 아니다. 예산군에서 그간 야당 총재라고 사정을 봐줬는지 모르겠는데, 개발 때문에 옮겨달라는 공문이 왔다. 집안 어른의 결단으로 옮겼다. 그 공간을 시민공원으로 기증하고 싶은 뜻도 있었지만 제가 그럴 돈은 없었다. 옮긴 곳이 명당이라면 좋겠지만 그런 걸 보고 옮긴 건 아니다."
- 결과적으로 두 자녀가 군대를 안 가서 두 번 낙선하셨다.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해도 사회지도층으로서 헌신성은 부족하지 않냐는 지적이 있다. 우리 사회의 많은 혜택을 받으신 분인데, 낙선 후 사회를 위한 공헌을 한 적이 있는지.
"대한복지회, 한국복지회, 유니세프, 성요셉병원, 돌담수녀원 등에 기부하고 있다. 부끄럽지만 액수는 10만원 내외다. 수입이 버젓이 있다면 많이 하겠는데 적어서 부끄럽다."
정병묵기자 honnezo@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