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5일 만에 고라니골에서 올라와 475에 들어왔다.
인터넷에 글을 쓰는 맛은 뭐니뭐니 해도 조회수와 덧글이다.
덧글이 다른 때보다 많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보니 무척이나 흐믓해진다.
방송할 때는 그놈의 시청율 때문에 늘 속을 썩이지만 워낙 시청율이 잘 안나오는 교양 프로그램을 하다보니 이젠 관심이 적어졌다.
인터넷글에 달려 있는 덧글은 고맙고 힘이 나게 하는 격려의 메시지이다.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인테넷의 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악플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격려의 덧글만을 달아주는 나의 독자들이 더욱 고맙다.
피곤해서 그냥 자려다가 덧글에 힘을 얻어 다시 글쓰기를 클릭했다.
어느날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그이가 자기가 좋아하는 여배우들 얘기를 했다.
메릴 스트립이 멋있고 줄리엣 비노쉬가 지적이고 그레이스 켈리가 우아하고 등등...
나도 맞장구를 치면서 듣고 있었는데 그가 기네스 펠트로를 칭찬하는 대목에서 살짝 기분이 나빠졌다.
나도 기네스 펠트로를 좋아하는데 그가 하도 예쁘다고 하니까 별로 마음에 안들었다.
-기네스 펠트로는 가슴이 너무 빈약해.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는 '가슴 큰 여자는 별로'라고 말한다.
하긴 나도 A컵인 주제에 가슴 얘기를 하는건 좀 그렇긴 한데 달리 흠잡을 게 있어야지...
더이상 얘기할 게 없어서 그냥 넘어갔다.
그대신 내가 좋아하는 남자 배우들 얘기를 잔뜩 해주었다.
요즘 어린이들, 준기나 지현우 같이 눈이 작은 애들의 매력에 대해서...
그리고 요즘 애들의 착한 기럭지와 늘씬하고 섹시한 몸매에 대해서...
그는 별로 기분 나빠하는 기색이 없다.
왜냐 하면 그는 내가 얘기하는 애들이 누군지 하나도 모른다.
그는 오히려 자기가 로버트 드니로를 닮지 않았느냐는 둥 더스틴 호프만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둥 전혀 사실과 상관 없는 얘기만 늘어놓았다.
밤이 되어 잠자리에 들 시간...
소주 한 잔 걸치고 기분이 좋아진 그는 평소의 돌쇠 버전을 버리고 서방님 버전으로 들이댄다.
-부인, 오늘은 달도 밝은데 부인 옆에 누워도 되겠소? 단칸방이라 부인 옆 말고 달리 누울 데도 없다!!-서방님, 오늘은 제가 몸이 좋지 않아서 혼자 잤으면 합니다.
나는 새침을 떨면서 돌아 누워 자는 체를 했다.
-허어, 부인 왜 그러시오? 부인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일이라도 있었소?그이는 짐짓 당황하는 체하며 나의 어깨를 안는다.
나는 그의 팔을 떨처내고 조금 떨어져 누우면서 말했다.
-서방님은 그리도 좋아하시는 기네스 펠트로라는 아이나 부르시지요.
내 말을 들은 그가 배를 잡고 웃어대기 시작했다.
-아니, 당신, 기네스 펠트로 때문에 삐졌어?-그래, 삐졌어. 나도 옛날에는 기네스 펠트로보다 더 이뻤어.
이젠 연식이 좀 오래 돼서 맛이 가긴 했지만 지금도 메릴 스트립이나 줄리엣 비노쉬 닮았다는사람도 많아. 왜 이래?-맞아...맞아...당신 지금도 기네스 펠트로보다 훨씬 이뻐.
내가 그전에 그랬잖아.. 당신은 신디 크로포드보다도 더 섹시하다구.
오 마이 갓!! 이제 신디 크로포드까지 나왔다!!-뻥을 치려면 좀 비슷한데다 갖다 대, 너무 성의 없는거 아냐???내가 베개를 집어던지며 소리를 지르자 그가 다시 방바닥을 구르며 웃어댄다.
-알았어...알았어...내가 잘못했어...
걔네들 다 됐고, 기네스 펠트로는 내일 아침에 오라고 해.
난 당신만 있으면 되니까.
-내일 아침 좋아하네.
기네스 펠트로 바쁘대. 그리고 당신같은 개구리 왕눈이 싫대.
그날밤 나는 끝내 서방님을 혼자 자게 했다.
흥, 기네스 펠트로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문영심(피플475(http://wwww.people4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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