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양창균 기자] 중국 기업의 굴기가 가파른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역할이 크게 한몫하고 있다. 이는 각종 정책의 방향이 자국산업을 우선적으로 펼치고 있어서다. 특히 중국이 민관(民官) 협력체제를 공고히 하면서 힘을 집중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정부 규제의 칼날에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지속될 땐 반도체나 스마트폰 등 한국 주력 산업마저도 중국에 추월당하는 것은 문제라는 시각이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각종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는 동시에 WTO(세계무역기구) 규정에 위배되지 않은 선에서 R&D(연구개발) 등의 다양한 지원책을 펼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2일 정부와 산업계에 따르면, 한국 기업과 기술력에서 뒤진 중국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지원책을 앞세워 경쟁력의 간극을 좁히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특정 영역뿐만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 정부에서 육성 중인 전기자동차의 경우 핵심부품인 한국산 등 외국산 배터리를 노골적으로 배제하며 차별하고 있다. 중국 공업신식화부는 지난 2016년부터 한국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을 비롯해 외국산 배터리가 장착된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대상에서 제외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급기야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갈등이 본격화된 이후에는 순수전기차(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에 한국산 배터리가 장착된 차량에 대해 노골적으로 보조금 지급을 하지 않았다.
디스플레이 산업에서도 중국 정부의 육성의지가 읽힌다. 중국 정부는 디스플레이 산업에 보조금과 세제 혜택은 기본이고, 대부분의 신규 팹 투자에 대해서는 지방정부와 공동 투자 형태로 추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또한 중국 정부는 화웨이, 샤오미, 하이센스 등과 같은 세트 업체들 동반으로 육성시켜 수직계열화를 시도하고 있다.
반도체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 정부는 2013년을 기점으로 반도체 산업 육성을 시작해 올 연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예정이다. 당시 15% 미만인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 하에서다. 올해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25% 안팎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칭화유니그룹과 푸젠진화반도체(JHICC) 등이 본격 양산에 나설 땐 자체 자급률이 크게 뛸 것으로 전망된다.
이르면 중국 푸젠진화반도체는 오는 9월부터 D램 양산을 시작하고, 칭화유니그룹에서는 오는 4분기 중에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은 70% 이상이 국유기업인데, 눈에 표가 안나게 지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정부의 정책에 따라 취약성이 있는 자국산업은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며 "전기차 관련 보조금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외부에 드러나지 않게 지원하고 있는 정책도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이나 환경 등과 관련한 제재 조치에서도 중국 정부는 외자기업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처벌하지만, 자국 업체들은 관대한 편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중국의 공세를 지연시키고 막기 위한 유일한 해법으로 R&D 투자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편성한 반도체 R&D 사업비는 2010년 1천111억원, 2015년 750억원에서 지난해 314억원까지 삭감됐다. 더욱이 신규사업 예산확보에 쓰이는 비용은 지난 2016년 0원이었다. 올해 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내년 신규 R&D 비용도 0원이 된다.

반면 중국 정부의 R&D정책은 더 확대하고 있다. 연구개발비 범위를 특정 산업이나 기술분야에서 일반 기술 R&D로 확대하고 연구개발비의 150%를 소득공제를 하고 있다. 또 고도신기술기업의 법인세율을 일반 법인세율 25%보다 대폭 낮춘 15%를 적용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차다.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집중 육성하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기업들이 각종 규제에 시달리면서 안팎으로 이중고에 처해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중국의 부상에 총력전을 펼쳐도 모자랄 판에 규제 묶여 더딘 걸음을 떼고 있다는 게 산업계를 휘감은 분위기다.
/양창균기자 yangc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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