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남기자]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을 놓고 고심에 빠졌다.
정부와 민간경제구소 등이 전망한 올해 우리나라의 전년대비 경제성장은 3.7% 수준이다. 또 정부는 올해 물가도 3% 선에서 잡는다는 계획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3.8%)보다는 소폭 하락한 반면, 물가는 전년(4%)보다 1% 이상 개선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대내외 상황으로는 이 같은 목표 달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우선 종전 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수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 18일 주요 업종별 수출기업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번 달 우리라의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 장관은 최근 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자리에서도 이 같은 전망을 여러 번 언급하는 등 올해 우리 경제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달 무역수지가 적자가 날 경우 지난 2010년 3월부터 작년 12월까지 22개월 지속해 온 무역수지 흑자 행진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
이는 작년 하반기 불거진 유로존 재정위기의 본격적인 여파의 서막으로 관련 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핵무기 확산에 따른 이란과 서방 간의 대립으로 국제 유가가 심상치 않은 점도 한 몫하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의 80%가 석유에 의존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고유가는 내수기업이나 수출 기업의 생산비용 상승의 원인이 된다. 이는 바로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올해 물가도 장담할 수 없을 뿐더러 경제성장에도 걸림돌이다.
지난 18일 수출기업 간담회에 참석한 박봉균 SK에너지 대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란산 원유로 인한 경제적 효과를 잃어버릴 경우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원유값 상승을 경계했다.
실제 작년 초 두바이유가 100달러 미만일때만 해도 정부는 경제성장률 5%를 낙관했다. 하지만 두바이유 현물가격이 연중 지속적으로 올라 110달러를 기점으로 소폭 등락을 거듭했다. 이로 인해 작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율은 4%에도 못미쳤다.
최근에도 두바이유는 110달러 근처에서 움직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상대적으로 배럴당 3∼4달러 저렴한 이란산 원유를 전체 원유 수입물량의 10% 가량 들여오고 있다. 반면, 미국은 핵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는 이란 경제 제재의 일환으로 우리 측에 이란산 원유의 상당부분 수입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은 석유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고스란히 국내 물가와 실물경제에 반영된다.
작년 연중 전년대비 4% 초반을 기록한 물가상승률도 고유가에서 비롯됐다. 실제 유가 100원 할인을 실시한 작년 4, 5월 물가 상승률은 각각 4.2%와 4.1%로 연중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이란 사태가 불거지면서 지난 18일 서울 경유가격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등 올 들어 국내 유가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유가 오름세에 속수무책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작년 6월 취임후 재정건정성 강화를 경제정책 최우선에 내세우며 유럽 국가들의 재정붕괴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재정부는 유류세 안정을 위해 지난 2008년 고유가 당시 한시적으로 시행했던 유류세 탄력세율 인하를 일축하고 있다.
다만, 지경부는 효과가 제한적인 알뜰주유소에 매달려 유류가격 안정을 꾀하고 있는 형편이다. 결국 현 정부에서 유류 가격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올해도 국민은 고유가에 시달려야 한다는 게 소비가단체들의 주장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설 민생안정대책도 유가 안정책은 쏙 빠진채 농수산물 공급물량 확대, 가격 동향 조사 강화 등 작년 추석 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작년 하반기 정부가 소비자물가지수 산정 방식을 개선, 올 들어 물가가 안정되고 있다는 소식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체감경기는 여전히 어렵다.
올해 물가와 성장,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정부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정수남기자 perec@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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