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밀복검(口蜜腹劍 · 입에는 꿀을 바르고 뱃속에는 칼을 품고 있다)'
국정감사 첫 날인 6일. 민주당 오제세 의원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문답은 이렇게 압축된다.
그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서 감세정책 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여왔던 두 사람은 고성을 주고받던 예와 달리 미소를 머금었다.

정부가 감세안의 서민층 혜택을 과장했다는 오 의원의 지적에 "그럼 세금을 올리면 잘 되겠느냐. 정부가 무엇을 속이고 거짓말했다는 거냐. 아무리 의원님이지만, 어떻게 속이고 거짓말했다고 그럴 수가 있느냐?"라며 반박했던 지난달 3일 국회 기획재정위를 떠올려보면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그러나 두 사람은 "정책 실패(오제세)"와 "실패를 인정한 적 없다(강만수)"는 문답을 주고 받으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요즘 경제 정책을 지휘하는 데)힘이 많이 들 것으로 본다"는 뼈 있는 지적에는 "힘이 좀 안 들도록 도와달라"고 응수했다.
먼저 유화 제스처를 보인 것은 강 장관이다.
강 장관은 이날 과천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오제세 의원님이 질문하시면 특별히 더 힘들다"고 운을 떼 분위기를 돋웠다.
오 의원은 이에 "댁에 들어가서 잠이나 잘 주무시나 모르겠다"며 "저녁에 잠이 잘 안 오지 않느냐"고 물었다. 정책 실패를 에둘러 꼬집은 말이다. 강 장관은 "오 의원님의 성품이 좋으시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로 회초리를 피해갔다.
오 의원은 "취임 당시하고 지금하고 경제지표를 놓고 보면 여러가지 지표가 어떠냐"고 물었다. 강 장관은 으레 말 머리를 늘이던 예전과 달리 "수출하나 빼고는 모두 다 안 좋다"고 인정했다. 다만 "10월 이후 나아질 것으로 본다"며 향후 전망을 낙관했다.
오 의원의 공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환율 정책도 대단히 실패했다고 본다. 부자들을 위한 감세정책도 잘못된 정책이라고 본다"고 했다.
또 "부동산 거품이 급격히 빠지면 위험하기 때문에 부양하겠다고 하면 이것도 바른 정책은 아니다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일자리 창출과 복지에 '경제 재도약'이라는 제목을 붙여 정책을 내놨는데 예산안을 보면 내년에도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는 그다지 대책이 없고, 복지도 늘었다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공기업 민영화도 마찬가지"라며 낙제점을 줬다.
이에 대해 강 장관은 "오 의원님은 역시 오늘도 저를 힘들게 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이내 전열을 가다듬고 "저는 시장의 얘기에 100% 동의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어 "한 가지만 얘기하면 복지를 줄였다는 얘기는, 작년 기준으로 하면 예산대비 실질 증가율이 적다는 것인데, 할 수 있는 여건 하에서는 최대한 했다"고 강조했다.
환율정책에 대해서는 종전의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강 장관은 "저는 환율정책을 실패라고 인정한 적 없다. 고환율 정책을 쓴 적도 없다"며 오 의원의 지적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각종 통계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고 있음을 들어 "같은 학교에서 같은 책을 가지고 공부를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라고 말해 장내에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두 사람은 서울대학교 동문 사이다.
특히 통계 분석과 관련해서는 강 장관이 오 의원을 향해 "밤샘토론"을 제안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강 장관은 "지난 번 종부세와 관련해 오제세 의원님이 얘기하셔서 통계를 확인하느라고 저와 직원들도 엄청나게 고생을 했다"며 "사실은 하나 밖에 없으니까, 제가 틀리든지 오 의원님이 틀리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밤샘 토론을 한 번 해봤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느냐"며 '끝장 토론'을 제안했다.
오 의원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 의원은 "내일이 또 있으니까요"라며 하루 남은 국감 기간에 반박 자료를 제시할 뜻을 분명히 했다. 또 "장관님이 바쁘시니까 시간을 주시면 하겠다"며 끝장토론에 흔쾌히 응할 뜻을 밝혔다.
/박연미기자 chang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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