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나랑 대화 좀 해"…커뮤니티서 '왕따'된 20代 자살


 

사이버공간의 '대인관계'가 한 사람의 죽음이라는 비극을 낳았다.

하드웨어 리뷰 커뮤니티 K사이트에서 다른 회원들과 보름가량 언쟁을 계속해온 한 네티즌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린 것.

지난 26일 서울시 강동구 둔촌동 아파트 7층에서 뛰어내려 숨진 김모(29) 씨는 죽기 전인 25일 커뮤니티 게시판에 '내가 자초한 일이니 자살해야 하느냐, 내가 죽으면 너희들은 책임이 없느냐'며 자신의 죽음을 예고하는 마지막 글을 올렸다. 김씨는 이 글에서 '제발 살려달라'며 애원하고 '자살한 장국영을 이해한다'며 자신의 심정을 대변했다.

2년전까지 컴퓨터 가게를 운영하다 그만두고 무직 상태에서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컴퓨터 출장수리를 해왔던 김씨는 문제의 발단이 된 K사이트 게시판에서 2001년부터 비교적 왕성한 활동을 해 온 회원이었다.

4년 가까이 수많은 글을 써온 김씨가 다른 회원들의 비난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12일 김씨가 한 컴퓨터 판매사이트에서 그래픽 카드를 주문하면서부터다.

50만원 상당의 그래픽 카드의 가격이 21만5천원으로 잘못 게재돼 있었고 김 씨가 그것을 주문했던 것. 따라서 이후 업체측과의 마찰이 있었고 그는 자신의 상황을 K사이트 '소비자 고발센터'에 올렸다. 그래픽 카드를 판매하는 업체에서는 김씨에게 주문을 취소해 줄 것을 요구했고 김씨는 '계약을 이행해야 한다'며 업체측에 물건을 배송해 줄 것을 주장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회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김씨의 예상과는 달리 회원들은 그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회원들이 써놓은 비판성 리플(댓글)에 하나하나 답변과 해명을 하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이 사건은 회원들과 김씨의 언쟁으로까지 이어졌다. 또한 김씨는 그래픽 카드 판매업체와도 계속해서 갈등을 빚으며 험한 말을 주고 받았다.

그후 19일 '판매업체에 찾아가 사과를 하고 돈을 환불받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했다'는 김씨의 글이 게시판에 올라오면서 이 일은 일단락 되는듯 보였다.

그러나 "'당신은 개가 되려는 사람이다'' 칼맞지 않으면 다행이다' 등의 리플이 올라와 심한 모욕감을 느낀다"고 말한 김씨는 지속적으로 자신의 글에 악플을 달아 온 3명의 회원에게 계속해서 사과를 요구했다. 이름이 거명된 회원들은 김씨를 오히려 비난했고 김씨와 다른 회원들의 골이 점점 깊어졌다.

급기야 김씨는 "날 비난하던 세 사람은 스스로 왕따가 될 것이다" "K사이트 역시 붕괴될 것이다"라며 감정적인 글을 남겼다. 또한 "난 네오(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가 된 기분이다"라며 감성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마도 자신을 향한 비난의 정도가 거세지고 원한 바대로 사과를 받지 못하자 감정의 기복이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목숨을 끊기 전 날인 25일 커뮤니티 게시판에 8개의 게시물을 올렸다. 떠난다고 했던 김씨는 "제가 미친 것이 확실하네요. 자존심이고 뭐고 다 내던질테니 비슷한 일 겪으신 분은 정신과 의사나 기타 처방법 좀 부탁드려요"라며 회원들의 도움을 원했다가 "전 이제 자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며 살겠습니다"라며 회원들에게 사과를 하기도 했다.

이런 김씨의 감정변화에 일부 회원들은 "왜 미친척을 하려 하느냐" "정신을 차려라" 등의 리플을 남기며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상한 사람'으로 여기며 그를 나무라기도 했다.

그러나 김씨는 계속해서 댓글을 이용해 "아예 난 정말 삶을... 어떻게 그냥 포기?"라며 죽음을 예상할 수 있는 글을 썼다.

사실 김씨는 계속해서 누군가와의 대화를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화도 못하고 (당신들이 나를) 피하기만 해서 나 미쳐. 글로만 대화하면 더 미쳐"라며 온라인 세계에서의 언쟁과 싸움에 지쳐다는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나랑 대화좀 해"라며 자신의 글에 댓글을 올리는 회원들에게 애원하기까지 했다.

K사이트는 실명을 바탕으로 꽤 충성도가 높은 회원들이 활동하는 커뮤니티다. 김씨의 경우 오랜동안 활동했으며 많은 글을 통해 나름대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준 곳이라고 볼 수 있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데다 애정을 가졌던 커뮤니티 회원들에게 외면을 당하자 김씨는 더욱 쉽게 죽음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의 글을 통해 김씨가 헤어졌던 여자친구와 다투고 애견센터에서 폭행을 당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그에게 견디기 힘든 요소가 많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K사이트에 게재된 김씨의 글은 커뮤니티에서 받은 비방이 마음속 상처로 남았고 이것이 그의 죽음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씨의 죽음은 네티즌에게 사이버세상은 더 이상 단순한 '가상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드러내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방과 인신공격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일부 네티즌 문화 역시 그의 죽음을 초래하고 방관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현재 K사이트에는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이 몰려 김씨의 죽음을 두고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문제로 설전 중이다.

일부 네티즌은 그를 비방했던 회원들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하기도 하고 '그의 죽음을 전적으로 비방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는 의견을 내는 네티즌도 있다. 네티즌의 설전 속에서도 김씨의 죽음은 사이버 세상에 몸을 담은 네티즌들에게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함정선기자 mint@inews24.com




주요뉴스



alert

댓글 쓰기 제목 "나랑 대화 좀 해"…커뮤니티서 '왕따'된 20代 자살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