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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모르는 CEO완 일하지 마라"...크리스토퍼 록헤드 머큐리인터랙티브 CMO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마케팅은 기업 비즈니스 활동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으며 또 얼마나 중요한가.'

'대한민국 SW 기업, 마케팅은 없다'란 제목으로 지난 1월20일 아이뉴스24에 게재된 기획기사는 소프트웨어 업계에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공감한다"는 의견과 "공감은 하는데 어쩌란 말인가"라는 탄식,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는 지적들이 교차했다.

"마케팅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마케팅으로 기업의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가."

크리스토퍼 록헤드씨는 19세에 대학을 중퇴하고 바로 IT 업계에 뛰어들어 이후 15년 동안 미국의 주요 소프트웨어 업체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며 마케팅 컨설턴트로 이름을 날린 인물이다.

지난해 머큐리인터랙티브 CMO로 입사하기 전, 소프트웨어 전략 컨설팅 업체 록헤드 코퍼레이션사를 설립해 피플소프트, 매크로미디어의 전략 컨설팅을 맡았으며 머큐리에 입사해서는 'BTO(Business Technology Optimization)' 전략을 수립, BTO를 소프트웨어 업계의 이슈로 이끌어냈다.

이에 앞서 CRM 전문기업 밴티브(Vantive) 수석부사장으로 입사, 이후 2년만에 매출 2천500만달러 기업을 1억2천만달러로 성장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월스트리트저널, 포춘, 이코노미스트 등에 활발한 기고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스탠포드대학원, MIT 비즈니스 스쿨 등에서 마케팅 전략을 강의하는 등 미국에서 도 영향력있는 마케팅 컨설턴트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마케팅의 본질에 대해 크리스토퍼 록헤드는 "회사나 제품이 시장 지배적인 자리에 오르도록 하는 것이 마케팅의 목표"라며 "이를 위한 일련의 활동이 마케팅"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마케팅은 자사 제품이 경쟁제품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경쟁제품과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소프트웨어와 같은 기술 제품은 고객들이 완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개발사의 비전을 사는 것"이라며 마케팅 역시 이러한 점을 잘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기술만 최고이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은 엔지니어 출신 CEO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라고 강조하고 "회사의 CEO가 마케팅의 중요성에 대해 전혀 인정하지 않거나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회사를 떠나라"고 주문했다.

다음은 크리스토퍼 록헤드씨와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시장지배적 위치에 오르기 위한 일련의 활동"

-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마케팅에 대한 정의를 내려달라.

"대부분 성공한 SW기업들은 하나같이 자사가 시작했거나 창출한 영역에서 지배적이고 방어가능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마케팅의 목표는 회사나 제품의 가치를 이렇듯 시장지배적이고 언제든 방어가능한 위치로 끌어올리는 것이고, 마케팅은 이를 위한 일련의 활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보자. CEO와 CTO, CMO각각의 역할로 나눠 설명해달라.

"CEO, CTO, CMO 모두 회사의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어느 시장, 어느 영역을 공략할 것이냐, 이를 위해 어떤 제품을 내놓을 것이냐 등등 회사의 중요한 전략 결정이 모두 이들 경영진들이 정하게 된다. CMO는 이 가운데 해당 브랜드가 경쟁사와 어떻게 다르며, 어디서 가치가 나오는지에 대한 전략을 수립한다."

- 규모와 자금, 인력이 뒷받침되는 대기업들은 CMO 같은 임원을 두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투자를 할 수 있겠지만, 당장 먹고 살기 힘든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들에는 그림의 떡 같은 얘기처럼 들린다. 이들은 마케팅이라고 하면 영업의 지원역할 정도로만 생각한다.

"마케팅은 내부적으로 영업의 지원역할도 맡지만, 이는 마케팅의 일부일 뿐이다. 작은 기업은 어떻게 마케팅을 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는데, 이런 말이 있다. '때가 찬 아이디어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마케팅은 사람들의 시선을 얼마나 붙잡을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작업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개인들이 하루에 접하는 마케팅 메시지가 3만~4만건에 달한다. 종이컵, 전광판 등 마케팅 홍수시대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언가 다른 흥미를 유발하는 관점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일에는 엄청난 비용이 들지 않는다."

- 여전히 어렵다. 마케팅이 어떤 것인지, 성공 사례를 들어 설명해 줄 수 없나.

"세 가지를 들어 보겠다. 우선 오라클의 예를 보자. 오라클이 설립된 20여년전 당시에 시장에는 이미 IBM이란 거대한 DB업체가 있었다. 하지만 오라클은 기존 플랫파일 DB가 아니라,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냈다. 이른바 관계형 DB를 착안해 낸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기종 플랫폼에서도 상관없이 돌아가는 DB를 내놓았다. 그리고 마침내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오라클이 한 일이 바로 '새로운 관점'이다.

두번째 예가 매크로미디어다. 이 회사가 파는 SW는 대단히 많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플래시'다. 2년 전 쯤 인터넷 거품이 붕괴된 후 매크로도 어려움에 처했을 때 컨설팅을 했는데, 그 때는 매크로가 제품군을 세가지로 정리해 내놓던 시점이었다. 플래시 뿐 아니라 스튜디오엠엑스 나오던 시절이었다. 매크로의 새로운 전략은 '인터넷 애플리케이션의 미래가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매크로는 '사용자의 경험' 중심으로 갈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수많은 레이어 가운데 경험 레이어를 집중 공략해야 하고 이것이 인터넷 애플리케이션의 미래라는 것을 마케팅 전략으로 삼았다. 이 관점을 수립해 전파한지 2분기 만에 매크로미디어는 수익성을 회복했다.

세번째가 머큐리인터랙티브다. 지난해 머큐리에 입사했을 때 머큐리는 이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3억2천만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면서 이후 인접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려 하고 있었다. 그때 마케팅의 고민은 모두가 놓치고 있는 '시장의 요구(Needs)'가 있을 것으로 봤다. IT를 이용해 기업의 모든 부분, 재무, 회계, 인사, 생산 등이 최적화했지만 단 한가지 최적화가 안된 부분이 있었고 머큐리는 그것을 찾았다. 바로 IT 기술 자체다. 머큐리의 새로운 전략인 'BTO'는 이렇게 해서 나왔다. 우리가 처음 주창해 BTO라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카테고리를 만들었고 새로운 모멘텀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머큐리는 금방 끝난 회계연도에 5억달러가 넘는 매출을 올렸다."

◆"CEO의 뇌를 바꿔라, 그래도 안되면 미련없이 회사를 떠나라"

- 지금 시장을 보면 거의 포화상태다. 이미 거인들이 모든 영역을 장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 벤처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모든 거인들도 처음엔 스몰 컴퍼니였다. 중요한 것은 작은 회사들이 '우리가 저들과 다른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생 벤처기업의 잘못중 하나가 '우리 기술이 최고다'라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다는 것인데, 중요한 것은 뭔가 다르다는 것을 홍보해야 한다. 이름도 없는 신생기업이 머큐리보다 나은 BTO 제품을 내놓았다고 하면 그 누구도 안 믿을 것이다. 고객들이 그렇게 생각할 리가 없다. 작은 기업에서는 이런 전략이 아니라, '우리가 머큐리, 아이비엠보다 좋은 제품이 있다'가 아니라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고 얘기해야 먹힌다."

- 그렇다면 기술경쟁보다는 마케팅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기술은 좋아야 하지만, 그것으로 경쟁력을 삼아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소프트웨어 회사의 창업자들은 대부분 엔지니어다. 이들은 최고의 기술이 결국 성공한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위대한 기술이라도 마케팅이 안되면 실패한다. 하지만 좀 덜 위대하더라도 마케팅이 좋으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 하지만 CEO들의 생각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여전히 마케팅은 영업이나 기술개발의 지원기능, 부속기능 쯤으로 여기고 있다. 마케팅 담장자들의 고민이다.

"그런 CEO라면 뇌 이식수술을 해야 한다. 마케팅은 회사의 기본 전략이다. 그럼 전략이란 무엇인가. 이 답변을 얻기 전에 먼저 어느 시장, 어느 영역에 들어갈 것인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여기에는 오라클처럼 이미 존재하는 시장에 들어가는 것이 있고, 두번째는 기존의 영역을 재설정(리프레임)하는 것이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온라인 주식거래라는 것이 생긴 것이 예다. 주식거래는 이미 있던 것이지만, 온라인 주식거래라는 새로운 영역을 만든 것처럼 말이다. 세번째는 아예 새로운 영역을 개발해 내는 것이다. 이때는 시장이 새로운 영역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접근해야 한다. 자동차가 처음 나왔을 때 '말이 없는 마차'라고 불렀듯이 말이다.

이렇게 시장에서 포지셔닝을 정한 후 관점의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우리가 어떻게 다른지를 설정하는 것이다. 이후 이를 토대로 시장에 갔을 때 그것이 바로 브랜드가 된다. 브랜드는 무엇으로 알려졌느냐 하는 것이다.

이 세가지가 합져졌을 때 비로소 시장에서 나의 위치(포지션)라는 게 생긴다. 다시 말해 비즈니스 전략을 얘기하면서, 어느 순간에는 반드시 마케팅 전략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사장을 설득할 때 '우리의 3년, 5년 후 목표가 무엇인가'를 물어보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위대한 기업은 고매한 목표가 다 있다'는 얘기를 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런 점을 CEO에게 설득했는데도 CEO가 마케팅의 중요성을 인식 못하면, 그 회사를 그만두라."

◆"고객은 SW를 사는 것이 아니라 비전을 산다"

- 마케팅에서 어려운 점은 마케팅을 통한 성과를 측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영업이나 기술개발 부분은 성과 측정이 쉽지만 마케팅은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해당 영역에서 브랜드 가치를 측정하는 것이다. 매년 가트너그룹은 글로벌 2000기업의 CIO를 대상으로 향후 1년동안 투자계획을 조사한다. 머큐리의 경우 이런 것을 통해 브랜드 가치의 변화를 확인한다.

브랜드를 확립해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영업을 할 때마다 칼싸움을 벌여야 한다. 영업을 위해 고객을 만나는 것도 쉬운 것은 아니다. 어느 의미에서는 불공정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게 마케팅이다. 미리 알아서 오게 하는 것, 이것의 사례를 분석하는 것도 마케팅 효과의 측정 지표라고 본다.

현재 계약을 따낸 거래, 협의중인 거래 가운데 몇 %가 고객이 직접 문의했거나 찾아온 경우인지 등을 측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 특히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마케팅을 하는데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다음번 이슈, 아젠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용 시장에서 볼 때 다음에 주목해야 할 이슈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화두를 던져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테크놀로지 시장에서 고객은 완제품을 사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비전을 사는 것이다. 시계를 사려고 할 때는 광고를 보고, 주변의 친구 등과 얘기해보고 가게에 가서 맘에 드는 것을 산다. 시계를 사는 데는 비전이 필요없다. 하지만 테크놀로지 고객들은 미래를 사는 것이다. 이번 투자로 끝나는 게 아니라, 미래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느냐 하는 비전을 보고 기술은 사는 것이다. 이는 다른 말로 하면 고객은 기술개발 업체가 제시하는 꿈과 비전을 사는 것이다. 자기 회사를 장기간 지원해주길 원하기 때문이다."

-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IT 아젠다의 미래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첫째, IT를 비즈니스 운영하듯 운영해야 한다. 기업들의 단일 최고 투자 영역이 IT가 됐다. 이제 비즈니스를 하듯 전략을 수립해 수행하듯 IT를 바라봐야 한다. 그래서 CIO 들이 엔지니어가 아니라 비즈니스 출신들이 많아지는 이유다.

둘째 기술은 혁신과 함께, 최적화와 함께 가야 한다. 바퀴가 발명된 것이 기원 전 1500년인데 지금도 바퀴는 차에 붙어 있다. 최적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여온 것이다. 혁신과 최적화는 동면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 기업의 비즈니스에서 마케팅의 비중은 얼마나 된다고 보는가.

"기술개발이나 영업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보다 기술개발이나 영업만큼 중요하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 소프트웨어 업체의 마케팅 담당자는 기술적인 이해도가 얼마나 있어야 한다고 보는가. 당신은 엔지니어 출신인가, 대학도 중퇴했다고 들었는데 그럼 마케팅에 대한 공부는 어떻게 했는가.

'경험으로는 IT 산업에서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면 마케터로 성공할 수 없다. 기술 전문가와 편안한 대화가 안되면 쫓겨날 것이다. 마케팅 입장에서 기술을 봤을 때 전략적 포지션을 하려면 기술을 알아야 한다. 난 엔지니어 출신이 아니다. 마케팅은 평소 관심이 있어 혼자 공부하기도 했지만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

김상범기자 ssanb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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