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득이 안간다'는 무책임한 문방위

[강현주기자] 콘텐츠 사업자의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석달이 넘게 국회 문턱에 걸려 있다.

정책당국인 방송통신위원회가 개정하면 될 시행령이지만,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요구에 따라 개정작업이 '올스톱' 된 채 대선 정국을 맞게 됨에 따라 연내 개정 여부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31일 국회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8월말 추진중이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의 후속작업이 추진되지 않고 있다.

개정안은 특정 사업자가 PP 시장 매출 점유율을 33%를 넘을 수 없다는 현행 규정을 49%로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개정안이 "매출 점유율이 33%에 근접한 CJ E&M에만 특혜가 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일부 의원들이 'CJ 특혜법'이라는 꼬리표를 달았기 때문.

이같은 지적에 따라 개정안은 지난 8월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었으나 무산됐다. 당시 한선교 문방위원장은 "개정하는 내용을 문방위원들에 이해시킨 뒤 (개정)절차를 거치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개정 막은 채 논의는 안해

이후 방통위는 문방위 의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이 개정안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방통위는 방송채널사업자(PP)의 매출액 제한을 전체 PP매출의 49%로 완화하는 것은 콘텐츠 산업에 자본 투자를 확대하고 국내 방송 시장의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은 "이 개정안은 방통위가 방송산업 및 콘텐츠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 차원에서 지난 2010년부터 추진해 왔던 일"이라며 "산업 현실에 맞게 규제를 완화해 콘텐츠 산업 경쟁력을 키우려고 하는 것이지 대기업을 도와주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해당 기업이 그런 혜택을 받지도 않는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문방위 여야 간사실 모두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현재 문방위 의원들 사이에서 거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선교 문방위원장실 관계자는 "방통위가 국회에 설명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특정 기업 특혜가 될 수 있는 개정안 추진 이유가 납득이 안된다"며 "달라진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시행령 개정을 반대한다는 얘기다.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은 지난 9월 초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개정안에 대해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서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며 달라진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개정안의 취지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의원도 있지만, 대체로 문방위 의원들은 일정을 핑계로 이 사안을 피하고 있다. 찬성이나 반대를 떠나 대선을 앞두고 민감한 사안에 얽히지 않으려는 셈이다.

문방위 관계자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이해관계가 첨예한 문제라 입장을 밝히기 조심스러운데다 의원들이 바쁜 국회 일정을 소화해야하는 상황이라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의원들 사이에서 거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