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단말기 유통시장이 삐걱거리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이동통신 단말기에 대한 보조금이 전면 금지된 지 3개월이 돼 가면서 유통 현장에서는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하는 등 깊은 후유증을 앓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부가 보조금 금지 예외조항을 당초 계획보다 더욱 엄격히 적용해 사실상 보조금의 문을 걸어잠글 조짐을 보이자 아예 점포를 내놓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더구나 이동전화 서비스 사업자들도 힘의 논리를 앞세워 새로운 유통전략을 전개하면서 단말기 판매점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따라 연말께는 현재의 판매점 30~40%는 문을 닫을 것으로 업계 내부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이통 단말기 판매점 폐업 속출
이동전화 사업자 수탁대리점과 이들로부터 물건을 받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판매점들은 보조금 지급이 금지된 후 문을 닫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보조금이 없어지면서 휴대폰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의 발길은 줄어든데다 서비스 회사로부터 리베이트를 챙기기도 더 어려워져 건물 임대료 마저 힘겨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 회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아 이 안에서 경쟁적으로 고객을 유치하던 예전의 영업방식이 더이상 불가능해 진 것이다.
한 판매점 사장은 "보조금 금지 정책으로 우리 같은 판매점들만 죽어나고 있다"며 "서비스 회사들은 새로운 요금서비스 가입시켜라 뭐다 하면서 챙길 것은 다 챙기면서 판매점에겐 리베이트를 줄여 오히려 판매점들은 고객으로부터 돈을 더 받아 내야 하는 입장이어서 월 200~300만원의 임대료 내기도 어렵다"고 하소연 했다.
테크노마트에서 판매점을 운영하는 상인 A씨는 "지금 이 한 층의 30∼40% 정도의 매장이 전업을 위해 매물로 나와 있을 정도"라며 "종합 상가의 원칙상 문을 닫으면 벌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장사가 안 돼도 울며겨자먹기로 문은 열어 놓고 있어야 하는 형편"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또 "사실상의 제로 금리가 지속되면서 한 매장을 놓고 사고 팔고, 재임대하고 이를 또 다시 임대하는 기현상이 벌어질 정도"라며 "경쟁을 통한 소비자 위주의 유통 기능은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휴대폰 유통시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부동산시장만 움직이고 셈이라는 것이다.
S 대리점 B 사장은 "종전에는 하루 7~8대를 팔았으나 요즘에는 2~3대 팔기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임대료 낼 정도 수입만 근근이 올리고 있다"며 "대부분의 판매점들은 인건비와 임대료 등을 합해 평균 1천만원 상당을 지출하는 데 반해 수입은 많아 봐야 절반 정도"라고 전했다.
B 사장은 "지금은 판매점 10여곳 중 하나가 문을 닫고 있지만 수개월 내에 문닫는 판매점 비중은 30~40%까지 올라갈 것"이라며 "이 같은 판매점들의 상황 악화는 판매점들을 거느리고 있는 대리점들로 파급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우려했다.
결국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연말께는 대리점들 중에도 문닫는 곳이 생겨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생계형 판매점'도 많이 눈에 띄고 있다. 예전에는 한 판매점이 3~4명의 직원들을 거느렸으나 최근에는 생존을 위해 1인 1기업 형태의 판매점이 많아 지고 있다.
◆휴대폰 유통 시스템 제 기능 못해...이통사 전문 수탁대리점 확대, 시장 지배력 장악
이동통신 서비스들의 새로운 유통 전략도 유통시장의 변화를 부채질 하고 있다. 이통 서비스 회사들은 말기 보조금 지급이 법으로 금지되면서 파생되는 시장변화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비스 회사들의 수도권 각 지역 지사들이 최근 수탁대리점을 다시 확대, 단말기 시장에 대한 구도를 새롭게 짜고 있다. 사업자 전문 수탁대리점은 IMF 당시부터 줄어들기 시작했지만 최근 보조금이 금지되고 시장 입지가 줄어든 이통사들이 이들을 통힌 시장 개입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서울 지역 모 종합상가에서 이통기기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C 부장은 "보조금이 금지되면서 이통사들이 수탁대리점들을 확대, 격이나 물량 조절 등 자기 입맛에 맞게 단말기 시장을 통제하려고 하고 있다"며 "모 사업자 A지역 지사의 경우 지방에서 유입되는 단말기 물량을 이들 수탁점들을 통해 아예 막아 놓고 있을 정도로 입김이 세다"고 말했다.
이통사들은 또 신규 가입자 유치가 부실한 일명 '한계 대리점'에 대한 정리 작업도 가속화 하면서 향후 새롭게 편재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단말기 유통시장에 발 빠르게 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단말기 유통시장 구조에 합리적인 변화 촉구
유통 업계 한 전문가는 "근본적으로 경쟁시장의 원칙하에 보조금을 통해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던 단말기 유통시장에 정부가 칼을 대면서 유통 시장이 고객을 위한 기능을 하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원래부터 보조금으로 성장한 기형적인 유통 시장을 정상적으로 만들어 보려는 정부의 의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지금의 정책은 휠체어에 앉아 있는 장애인에게 뛰라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며 "보조금 금지가 효과적으로 정착되려면 오픈 마켓 등 여기에 맞는 새로운 단말기 유통구조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정부가 보조금을 금지하면서 낮은 단말기 국산화율, 사업자·제조사간의 이중적인 유통시장 지배구조, 소비자 위주의 서비스 정책 등 국내 단말기 산업 구조상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고는 효과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제조업체 한 관계자도 "이제는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제품으로 정정 당당하게 승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시장 유통구조가 개선돼야 한다"며 "보조금이 금지된 마당에 기존에 사업자가 모든 것을 다 하려는 유통구조로는 답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선 이동통신 기기 판매점을 시작으로 한 단말기 유통 시장의 위기감이 증폭되면서 새로운 시장구조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정진호기자 jhjung@inews24.com, 이관범 bum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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