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가 과거 하이트맥주의 진로 소주 인수와 비슷하다?
12월초 SK텔레콤이 하나로와 인수 계약을 맺고 정부에 인가를 신청할 예정인 가운데 경쟁 통신 업체에서 이 같은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SKT와 경쟁 관계에 있는 한 통신사 관계자는 "SKT의 하나로 인수는 과거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와 상황이 비슷하다"며 "하이트가 진로를 인수할 당시 공정거래위원회의 인가 조건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05년 공정거래위원회는 하이트맥주의 진로 인수를 인가하면서 ▲5년간 가격 제한 ▲불공정 행위 차단을 위한 방안 마련 후 보고 ▲영업 관련 조직 5년간 분리 ▲거래 도매상에 대한 출고 내역 5년간 반기별 보고 등 4가지 조건을 달았었다.
경쟁사에서는 이동전화 시장의 1위 사업자(SKT)가 유선 시장의 2위 사업자(하나로)를 인수하는 것이 맥주 1위 업체(하이트)가 소주 1위 업체(진로)를 인수하는 것과 점유율 차이는 있지만 그 성격이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하이트-진로 인수 당시에도 맥주와 소주 시장이 동일한지 아닌지, 한 시장의 지배력이 다른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놓고 주류 업체 사이에서 열띤 공방을 벌였었다.
당시 공정위는 맥주와 소주가 대체재 관계에 있지 않은 '분리된 시장'으로 간주했으나 주류 도매상이라는 동일한 유통망으로 인해 유통망 지배를 통한 경쟁 제한성이 우려된다고 판단했다.
마찬가지로 SKT의 하나로 인수와 관련해서도 시장 획정이 관건이 되고 있다. 유무선 시장을 함께 볼 것이냐, 아니면 달리 볼 것이냐에 따라 규제의 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경쟁업체들은 유선과 무선이 통합되고 있는 추세를 볼 때 동일 시장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경쟁사들은 이동전화 시장의 50.5%를 차지하고 있는 SK텔레콤이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유선 시장 확대를 추진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미 보조금 경쟁에서 SKT의 위력을 경험한 바 있는 경쟁사들은 SKT가 유선 시장에서도 자금력을 동원한 마케팅을 재연할까 두려워하고 있다.
따라서 경쟁사들은 SKT의 하나로 인수 자체를 막지는 못하더라도 두 회사의 마케팅 시너지를 차단할 수 있는 조건을 붙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하이트와 진로 인수 당시 공정위가 제시했던 영업조직 분리다. SKT와 하나로의 영업조직을 분리할 경우 SKT와 하나로의 상호 보조를 차단할 수 있다. 또한 SKT의 대리점에서 하나로텔레콤의 전화나 초고속인터넷을 판매할 수 있는 길도 막히게 된다.
영업조직을 분리할 경우 끼워 팔기 등 불공정 행위는 말할 것도 없이 두 회사의 결합상품 판매 실적도 제한받을 수 있다.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시장 점유율 제한 조치는 현실적으로 도입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유무선을 하나의 시장으로 간주하더라도 SKT와 하나로의 통합 점유율은 KT그룹(KTF 포함)에 이은 2위에 머물기 때문이다. 1위 사업자를 그대로 둔 채 2위 업체의 점유율을 제한하기는 어렵다.
한편,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SKT의 하나로 인수 과정에서 정보통신부 못지 않게 공정위의 관점을 중요시하고 있다. 하나로의 인수 대상자로 내심 SKT가 나서주길 바라던 정통부 입장에서는 무리하게 인가 조건을 부여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SKT의 하나로텔레콤 인수와 관련해 독과점 여부 판단을 위한 예비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듯이 벌써부터 이번 인수 건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하면 SKT의 하나로 인수는 공정위원회에 기업결합심사 사전심사 의무 대상은 아니지만 정통부는 인가 과정에서 반드시 공정위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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