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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1주일에 58시간 일해요"...IT노동자 실태조사


 

30세의 건장한 남자 홍길동씨.

이공계를 전공하고 IT분야 국가 기술자격증을 취득, 현재 웹프로그래머로 근무하고 있다. 직장 생활한지는 3년7개월이 지났고, 연봉은 2천200만원이다.

홍씨는 1주일에 평균 55시간을 일하고 한달에 5일 정도를 쉰다. 잦은 야근과 밤샘으로 생체 리듬이 깨져 몸상태는 최악이다.

그는 요즘 장래를 고민하고 있다. 왜 하필 IT를 선택했을까 하는 후회도 하곤한다. 40대 이후에는 비IT분야에서 창업을 해야지 하는 생각도 있다. 그러나 격무로 인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엄두도 못내고 있다.

홍길동씨는 누구일까. 바로 우리나라 중소 IT업체에 근무하는 평범한 직장인의 모습이다.

IT산업 종사자들의 실상은 지식기반 경제의 핵심 엔진으로 각광받는 IT 이미지와는 딴판이다. 21세기 첨단 '노가다'라는 얘기다.

중소 IT벤처기업 종사자들로 구성된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위원장 정진호 이하 IT노조)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노동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IT종사자들의 노동 환경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IT노조는 기자회견에서 자체 조사한 '정보통신산업 노동자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디지털 강국이란 허상에 가려진 IT산업 노동자들의 실상을 외부에 공개했다.

지난 3월9일부터 7월10일까지 IT노조 인터넷 사이트(http://it.nodong.net)를 통해 진행된 '정보통신산업 노동자 실태조사'에는 총 1천81명이 참여했다. 참여한 사람들은 대부분 SW산업 종사자들이었다.

◆ 주당 평균 57.8시간 노동, 10명중 3명은 체불 경험

'정보통신산업 노동자 실태조사'에 다르면 IT산업 종사자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약 57.8시간으로 나타났다. 6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을 하는 비중도 전체 응답자의 43.4%에 달했다. 80시간 이상 초장시간 노동을 하는 비중도 7.6%나 됐다.

그럼에도 시간외 근무수당을 받는 경우는 8%에 불과했다. 밤샘 작업을 해도 수당은 꿈도 못꾸는 셈이다.

노동시간은 많은 반면 휴일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당 평균 휴일이 하루도 안된다는 응답이 40.4%에 달했다. 한달에 이틀밖에 못쉰다는 응답도 13.5%나 나왔다. 전체 월평균 휴일수는 5.13일, 주간으로 계산하면 7일중 하루를 쉬는 셈이다.

연월차 휴가 혜택 역시 대부분 누리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결과 연월차 휴가를 사용하는 노동자 비중은 30% 이하였다.

복리후생 부문에서는 4대보험이 유일한 '혜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교육이나 주택 자금을 회사로부터 지원받는 비중은 20% 이하였다.

임금지불형태에서는 연봉제라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75.3%를 차지했고 월급제는 20%에 못미쳤다. 임금협상 방식은 개별 협상이나, 회사의 일방적인 통보라는 답변이 주류를 이뤘다.

체불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35%에 육박했다. 하도급 업체로 갈수록 체불 경험이 있다는 대답은 더욱 늘어났다.

비정규직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자신이 정규직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75%에 달했지만 파견, 용역, 근로자 공급 등 불법적인 하청과 파견 근무가 일상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 불안도 심각한 수준. 전체 응답자의 45%가 고용 불안을 느끼고 있으며, 79%는 자신의 장래가 불투명하다고 대답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직업병을 앓고 있는 IT산업 종사자들도 많은 것으로 밝혀져 눈길을 끌었다. 가장 많은 직업병은 근골격계 질환(20%)과 영상단말기증후군(14%)이었다.

◆ 근로기준법만 지켜줘도...

IT노조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 IT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노동권 침해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고 근로기준법준수, 4대 보험 완전적용, 법정근무시간 준수, 법정 수당 지급, 임금삭감없는 주 5일제, 부당 노동행위 처벌, 정부 차원의 체불임금 대책 마련 등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파견법 확대 정책과 노동자 전직 제한법과 관련해서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IT노조는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파견법 확대 노동법 개정은 IT 산업은 물론 전산업내에 비정규직 선호 경향을 양산, 그나마 열악한 노동조건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방지 대책 일환으로 정부에서 추진중인 전직 제한과 취업금지 서약서 의무화에 대해서도 IT노조는 "재교육 시스템과 보상제도 등 법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되는 전직제한 관련법은 IT산업 노동자를 산업 외부로 밀어내는 결과를 낳아 IT강국 한국의 자멸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진호 IT노조위원장은 "IT산업이 한국을 이끌 성장엔진인 것은 맞지만, 오늘의 IT한국이 있기까지는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사람들의 피와 땀이 있었음도 상기해야 한다"며 IT노동자들의 노동환경에 대한 주위의 관심을 거듭 촉구했다.

/황치규기자 deligh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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