㊳ 하나로통신 007 작전…’정부·재벌’ 허 찔렸다 [김문기의 아이씨테크]


[다시 쓰는 이동통신 연대기] 7부. 3세대 이동통신(IMT-2000)

우리나라가 정보통신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한 첫발인 한국전기통신공사(KT), 한국데이터통신(LGU+), 한국이동통신서비스(SKT)가 설립된 지 꼬박 40여년이 흘렀습니다. 그간 이동통신 역시 비약적으로 성장해 슬로우 무버에서 패스트 팔로우로, 다시 글로벌 퍼스트 무버로 도약했습니다. 5G 시대 정보통신 주도권 싸움은 더 격렬해졌고, 다시 도전에 나서야할 절체절명의 시기를 맞이했습니다. 과거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부족하지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동통신 연대기를 다시 시작합니다. 재밌는 에피소드가 담긴 독자의 제보도 받습니다 [편집자주]

SKT HSDPA 첫선 [사진=SKT]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정보통신부가 IMT-2000 사업자 선정을 위한 ‘기간통신 사업자 허가요령 및 심사기준’을 최종 확정하기는 했으나 시장의 갈등은 더욱 커져만 갔다. 네트워크장비업체는 동기식을, 이동통신사업자는 비동기식을 밀어 붙였다. 중재를 해야할 정부는 입을 닫았다. 어디까지나 시장자율에 맡기겠다는 의도이기는 했으나 오히려 미래불확실성만 키웠다.

갈등의 실마리가 잡히지 않자 정보통신부는 2000년 9월 14일 IMT-2000 사업자 선정을 미루겠다고 발표했다. 좀 더 업계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의도였다. 어짜피 연말내 사업자만 선정하면 된다는 목표였기 때문에 쉬어가도 된다는 설명이었다. 다만, 이 역시도 정부가 뒷짐을 진 형태였기 때문에 도무지 결판이 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됐다.

기술표준을 확립하기 위해 차세대 IMT-2000기술표준협의회가 마련됐다. 9월 22일 대한상의에서 첫 회의를 개최한 협의회는 달을 넘긴 10월 4일 공개토론회를 갖기로 합의했다. 동기식과 비동기식에 정통한 석학을 참여시켜 기술과 경제성을 가늠하겠다는 의도였다.

1차 공개토론회는 그야말로 난상토론이었다. 우선 동기식을 앞서 주장한 곳은 삼성전자였다. 만약 비동기식을 채택한다면 국내 기술력이 열위이기에 외산장비를 들여올수밖에 없고, 또 국내 기술이 그만큼 발전하더라도 사업자가 국내 장비를 구매할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이미 보유한 CDMA 기술을 통해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음에도 비동기식이라는 모험을 감내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같은 네트워크장비업체인 LG전자는 다른 논리를 폈다. 이미 비동기식 장비 개발에 착수해 외산업체에 뒤지지 않는 성능의 장비를 생산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외산업체들 역시 동기식은 사라질 기술로 미래를 내다봤을때 비동기식을 선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사업권에 도전하는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비동기식으로 입장이 모아졌다. 다만, 단일표준과 복수표준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했다. 아울러, 기술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면 사업자 선정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정부의 속내는 달랐다. 사업자를 설득해 어느 한 곳은 동기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그간 꾸준히 CDMA를 밀어왔던 정부 입장에서는 동기식이 낙동강 오리알이 된다면 약 10여년간의 노력이 정책 실패로 돌아설 수 있었다.

학계와 시민단체는 정부와 업계 모두를 비판했다. 정부는 소신없는 행동을 멈춰야 하고, 기업은 자사 이기주의를 벗어나야 한다고 호통쳤다. 하지만 너무나도 다르고 많은 이견이 쏟아지는터라 쉬이 결론이 날리는 만무했다.

◆ 또 바뀐 사업자 선정…동기1·비동기1·동기 또는 비동기1

정보통신부가 갈등을 해결하고자 대안을 내놓기는 했으나 그간 주장했던 민간자율과 거리가 멀어 또 다른 분란을 조성했다. 10월 10일 정보통신정책심의회를 개최한 정보통신부는 자율적인 기술표준 선택을 철회하고 대신 비동기식 1곳과 동기식 1곳, 비동기와 동기식 중 구분없는 1곳이라는 정책방안을 확정했다.

정보통신부의 새로운 정책방안은 동기식 2곳과 비동기식 1곳이 될 수도 동기식 1곳과 비동기식 2곳이 될 수 있었다. 문제는 한국통신과 SK텔레콤, LG텔레콤이 모두 비동기식을 주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3곳 중 1곳은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더군다나 거의 와해 상황에 놓인 한국IMT-2000은 경쟁에서도 배제돼 있었기 때문에 누구 하나를 동기식으로 밀어 넣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괴로움의 연속이었다.

각 컨소시엄은 180도 달라진 정책방향에 따라 정부를 맹비난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들이 우위에 있다는 판단하에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도 그럴것이 잘못하다간 정부 압박에 따라 동기식으로 밀려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통신은 1대 주주가 정부라는 점을, SK텔레콤과 LG텔레콤은 비동기식 개발을 진행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동기식에 대해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발목을 잡힐 수 있는 여지가 다분했다. 그렇기에 끝까지 비동기식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야만 했다.

마침내 정보통신부는 10월 18일 IMT-2000용 주파수 공고를 냈다. 동기식 1곳, 비동기식 1곳, 동기 또는 비동기식 1곳 등 총 3개 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주파수는 총 60MHz 대역폭으로 각각 20MHz씩 주어지게 된다. 주파수 이용기간은 15년. 출연금은 1조3천억원에서 1조원 사이로 책정해야 했다.

사업허가 신청서 접수는 25일부터 시작돼 31일을 마감일로 정했다. 이 때까지도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완강하게 비동기식을 주장했다. 정부도 더 이상 이들을 말릴 수 있는 카드가 없었다.

마감일을 하루 앞둔 10월 30일 LG그룹(LG IMT-2000추진단/ LG글로콤) 먼저 접수에 나섰다. LG전자와 LG텔레콤, 데이콤 등 LG그룹 지분 60%를, 현대자동차 등 751개 주주들이 함께했다. 초기 자본금은 3천억원, 증가를 통해 총 자본금을 1조2천억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한국통신(KT-IMT컨소시엄)이 뒤를 이었다. 한국통신과 한국통신프리텔, 한통엠닷컴 등 한국통신 패밀리들이 약 60%에 가까운 지배주주로 참여했다. 팬택과 온세통신, 성미전자 등 636개사가 참여했다. 초기자본금은 5천억원으로 증자를 통해 총 자본금 1조4천500억원을 마련하겠다는 로드맵을 세웠다.

마김일인 31일 SK텔레콤(SK-IMT컨소시엄)이 마지막 접수에 나섰다.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이 과반을 넘는 지배주주로, 포철과 파워콤 등 783개 기업이 참여했다. 초기자본금 3천억원으로 법인을 신설해 증자를 통해 약 1조5천억원을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3개 사업자의 눈치싸움은 그야말로 뜨거웠다. 3개 컨소시엄은 모두가 비동기식을 선택했기 때문. 즉, 3개 컨소시엄 중 1개 컨소시엄은 반드시 탈락해야만 했다.

[표] IMT-2000 사업자 공모 접수 현황(2000.10.31. 기준) [사진=김문기 기자]

◆ 하나로통신, 동기식 허를 찌르다

하지만 사업자 선정 공모가 순탄하게 흐르지 않았다. 느닷없는 변수가 등장했다. 와해될 것으로 예상됐던 한국IMT-2000 컨소시엄이 막판 접수에 나선 것. 심지어 하나로통신 역시 사업권 포기 의사를 간접 시사한 만큼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시장뿐만 아니라 정부 역시도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만큼 한국IMT-2000의 접수 준비는 세간에 알려지지 않을 정도로 기밀리에 움직였다. 그것도 비동기식이 아니라 동기식에 도전했다. 즉, 자격이 주어진다면 한국IMT-2000은 당당하게 IMT-2000 사업에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떨어지더라도 동기식 사업자를 다시 찾겠다는 정부와 이에 플랜B를 세워놓은 타 컨소시엄에게는 아닌 밤중에 날벼락이었다. 만일을 위한 예비 자리가 한순간에 없어지는 순간이었다.

한국IMT-2000을 이끈 대표적 기업은 하나로통신이다. 1997년 정보통신부가 한국통신과 경쟁할 제2시내전화사업자를 세우기 위해 허가를 내린 기업이다. 삼성전자와 한국전력공사, 데이콤 등이 참여해 같은해 9월 23일 공식 출범했다. 시내전화사업뿐만 아니라 유선인터넷 서비스인 ADSL 사업도 시작했다. 당대를 기억하는 고객이라면 “나는 ADSL, 따라올테면 따라와봐”라는 광고 카피를 떠올릴 수 있다. 이 광고의 주체가 바로 하나로통신이다. 하나로통신의 IMT-2000 도전은 시내전화와 유선인터넷에 이은 이동통신사업으로의 확장에 나선 결과다.

정부와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나로통신 역시도 긴급하게 진행된 사안이었다. 신윤식 하나로통신 사장은 마감 3주전 사업 참여를 결단, 약 30여명의 직원들이 극비리에 사업계획서를 작성했다. 이 때문에 타 컨소시엄뿐만 아니라 정부 역시도 눈치채지 못했다. 얼마나 극비였으면 대주주였던 LG나 삼성, SK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허허실실은 하나로통신에게 어울리는 사자성어였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발을 굴렀다. 만약 비동기식에서 한 컨소시엄이 탈락하게 되면 탈락 대상자를 압박해 동기식으로 밀어 넣을 수 있었기 때문. 하지만 하나로통신의 급작스러운 접수에 의해 가능성이 사장됐다. 반대로 기업들 역시 이번 기회에 IMT-2000 사업권을 따내지 못하면 영영 이별해야 하는 처지였다. 즉, 이동통신 사업을 계속해서 영위할 수 있을지 기로에 놓이게 된 셈이다.

하지만 사실상 하나로통신에게는 가시밭길이었다. 규정상 한 항목이라도 60점 이하의 점수를 받거나 총점이 70점 이하면 아무리 1개 컨소시엄만 동기식에 지원했다하더라도 부격적 판단에 따라 탈락하게 된다. 무엇보다 대기업의 눈치뿐만 아니라 두 눈을 부릅 뜬 정부에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됐다. 게다가 하나로통신의 대주주가 LG와 SK였기 때문에 주주 눈치도 봐야 했다. 우선적으로 컨소시엄 구성뿐만 아니라 자금조달과 재무구조, 망구축 로드맵에 대한 안정성을 담보하는게 시급했다.

한편으로는 국민주에 따른 반발에 따라 하나로통신이 IMT-2000 사업권 도전에 등 떠밀렸다는 지적도 따랐다. 이후 하나로통신이 탈락한 비동기식 컨소시엄과 결합한다는 발표와 대주주 자리를 넘겨줄 수도 있다는 발언 등이 이같은 지적에 대한 신뢰를 더했다.

결론적으로 한국IMT-2000 컨소시엄은 사전서류전형은 통과했다. 정보통신부는 11월 1일 허가신청현황을 발표하면서 총 4개 사업자를 후보로 낙점했다. 비동기식은 LG글로콤과 한국통신IMT, SK IMT 등 3곳, 동기식은 한국IMT-2000으로 결정됐다.

정보통신부는 11월 3일부터 11일까지 허가가능여부를 검토하고 20일부터 12월 14일까지 가격심사와 계량/비계량 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최종 발표는 12월말로 결정했다. 주요 심사항목으로는 기간통신역무 제공계획의 타당성과 전기통신 설비규모의 적정성, 재정적 능력과 주주구성의 적정성, 제공역무 관련 기술개발실적과 계획 및 기술적 능력 등을 평가하기로 했다. 각 심사사항은 60점 이상, 총점은 70점 이상을 받아야 적격판단을 받을 수 있으며 고득점 순으로 당락이 결정됐다.

비계량평가는 그야말로 심사위원들의 고난의 행군이었다. 천안 정보통신공무원교육원에서 합숙평가를 가진 심사위원 18명은 10일동안 사업계획서만 들여다봐야 했다. 교육원 바깥 출입은 금지됐다. 개인평가뿐만 아니라 토론에 따른 심사과정도 거쳤다. 최고점과 최저점을 제외한 평균점수가 도출됐다. 점수계산에는 공인회계사 2명이 나서기도 했다. 이렇게 도출된 비계량평가는 계량평가 결과와 합산해 12월 14일 정보통신부로 넘겨졌다.

모든 결과지를 받아든 정보통신부의 입에 모든 기업들의 귀가 열렸다. 2000년 12월 15일 정보통신부는 IMT-2000 최종 선정 컨소시엄을 발표했다. 각 컨소시엄의 직원들은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 다시쓰는 이동통신 연대기 목차

1편. 삐삐·카폰 이동통신을 깨우다

① '삐삐' 무선호출기(上)…청약 가입했던 시절

② '삐삐' 무선호출기(中)…‘삐삐인생' 그래도 좋다

③ '삐삐' 무선호출기(下)…’012 vs 015’ 경합과 몰락

④ '카폰' 자동차다이얼전화(上)…"나, 이런 사람이야!"

⑤ ‘카폰’ 자동차다이얼전화(下)…’쌍안테나' 역사 속으로

2편. 1세대 통신(1G)

⑥ 삼통사 비긴즈

⑦ 삼통사 경쟁의 서막

⑧ 이동전화 첫 상용화, ‘호돌이’의 추억

➈ 이동통신 100만 가입자 시대 열렸다

⑩ 100년 통신독점 깨지다…'한국통신 vs 데이콤’

3편. 제2이동통신사 大戰

⑪ 제2이통사 大戰 발발…시련의 연속 체신부

⑫ 제2이통사 경쟁율 6:1…겨울부터 뜨거웠다

⑭ ‘선경·포철·코오롱’ 각축전…제2이통사 확정

⑮ 제2이통사 7일만에 ‘불발’…정치, 경제를 압도했다

⑯ 2차 제2이통사 선정 발표…판 흔든 정부·춤추는 기업

⑰ 최종현 선경회장 뚝심 통했다…’제1이통사’ 민간 탄생

⑱ 신세기통신 출범…1·2 이통사 민간 ‘경합’

4편. CDMA 세계 최초 상용화

⑲ ‘라붐’ 속 한 장면…2G CDMA 첫 항해 시작

⑳ 2G CDMA "가보자 vs 안된다"…해결사 등판

㉑ CDMA 예비시험 통과했지만…상용시험 무거운 ‘첫걸음’

㉒ 한국통신·데이콤 ‘TDMA’ vs 한국이통·신세기 ‘CDMA’

㉓ 한국이동통신 도박 통했다…PCS 표준 CDMA 확정

㉔ ‘디지털·스피드 011’ 탄생…세계 최초 CDMA 쾌거

㉕ ‘파워 디지털 017’ 탄생…신세기통신 CDMA 상용화

5편. 이동통신 춘추전국시대 개막

㉖ 제3 이동통신사 찾아라…新 PCS 선정 개막

㉗ ‘LG텔레콤 vs 에버넷’…‘한솔PCS vs 글로텔 vs 그린텔’

㉘ PCS 사업자 확정…‘한국통신·LG·한솔’

㉙ ‘016’ 한국통신프리텔·‘018’ 한솔PCS·‘019’ LG텔레콤

㉚ ‘PCS 경합’…64세 어르신도 번지점프 했다

㉛ 이동통신 5사 ‘각자도생’…춘추전국시대 개막

6편. 이동통신 혼돈의 세기말

㉜ 3G IMT-2000 향한 첫 항해 시작

㉝ 이동통신 1천만 돌파했으나 ‘풍요속 빈곤’…新 브랜드 ‘SKY’ 탄생

㉞ 스무살의 011 TTL·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묻지마 다쳐

㉟ ‘SK텔레콤+신세기통신’ 인수합병…사상 첫 점유율 낮추기

㊱ '한국통신프리텔+한솔PCS' 인수합병…춘추전국→삼국정립

7편. 3세대 이동통신(IMT-2000)

㊲ ‘SK·한통·LG·하나로’ IMT-2000 도전…춤추는 정부

/김문기 기자(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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