㉗ ‘LG텔레콤 vs 에버넷’…‘한솔PCS vs 글로텔 vs 그린텔’ [김문기의 아이씨테크]


[다시 쓰는 이동통신 연대기] ‘이동통신 춘추전국시대 개막’ 편

우리나라가 정보통신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한 첫발인 한국전기통신공사(KT), 한국데이터통신(LGU+), 한국이동통신서비스(SKT)가 설립된 지 꼬박 40여년이 흘렀습니다. 그간 이동통신 역시 비약적으로 성장해 슬로우 무버에서 패스트 팔로우로, 다시 글로벌 퍼스트 무버로 도약했습니다. 5G 시대 정보통신 주도권 싸움은 더 격렬해졌고, 다시 도전에 나서야할 절체절명의 시기를 맞이했습니다. 과거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부족하지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동통신 연대기를 다시 시작합니다. 재밌는 에피소드가 담긴 독자의 제보도 받습니다 [편집자주]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정보통신부가 통신사업자 선정기준을 발표하고 한국통신과 통신장비제조업체, 비통신장비제조업체 등 3개 부문에서 각 1개의 PCS 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선언하자 업계는 독자노선 강행과 연합 컨소시엄 마련 이라는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서 헤맸다. 물밑에서 벌어지는 각종 협의사안에 따라 컨소시엄의 형태가 시시각각 변했다.

LG텔레콤 창립총회 현장 [사진=LGU+]

◆ 통신장비업체군 ‘LG텔레콤 vs 에버넷’

그 중 가장 먼저 독자노선을 밟겠다고 선언한 곳은 LG그룹이다. 1996년 3월 7일 LG는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발기총회를 겸한 사업설명회를 열고, 통신장비를 관할하는 LG정보통신과는 별도의 서비스 운영회사 ‘LG텔레콤’을 이달 중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이와는 달리 삼성은 독자노선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현대와 대우는 연합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튿날인 3월 8일 대우그룹이 깜짝 발표에 나서면서 시장이 다시 들썩였다. 삼성과 LG, 현대 등 4대 통신장비업체간 PCS 대연합을 꾸릴 것을 공식 제의했다. 당시 최영상 대우그룹 정보통신단장은 경합을 통해 누군가가 탈락하게 된다면 이후 해외 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한데 뭉쳐야 한다고 설득했다.

빅4 계산기는 빠르게 돌아갔다. 단독 추진의 이득은 분명하지만, 자칫 컨소시엄에서 배제될 경우 그에 따른 피해 역시 계산해야 했다. 시장에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빅4의 연합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따랐다.

이 가운데 첫 연합군이 탄생했다. 업계 라이벌로 으르렁대던 삼성과 현대가 이동통신 분야에서 손을 잡겠다고 나선 것.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적과의 동침’이라는 수식어를 달아주기도 했다.

남궁석 삼성그룹 통신사업기획단장과 김주용 현대전자 사장은 3월 15일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양사가 20%씩 동일 지분을 투자해 자본금 5천억원 규모의 별도 회사를 설립하겠다고 선언했다. 소유와 경영을 완전하게 분리해 경영 자율성을 보장하고 어느 한쪽의 계열사로 편입시키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LG그룹 역시 삼성과 대우의 제안을 받기는 했으나 고심 끝에 단독 진출을 결정했다. 대신 컨소시엄 지분을 30%가량 낮추고 외국업체는 자본 참여 대신 기술 협력으로 선회했다. 외국업체에 할당된 15% 지분은 중소중견기업에 할당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3월말 LG텔레콤을 출범시켰다.

4월 2일 삼성과 현대 역시 PCS연합 컨소시엄을 공식 출범시켰다. 남궁 단장과 김 사장은 이날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컨소시엄 참여주주 대표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PCS연합 컨소시엄명을 ‘에버넷’으로 정하고 7월까지 초기 자본금 2천억원 규모의 법인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통신장비업체군은 LG텔레콤과 에버넷, 2강 구도가 형성됐다. 두 컨소시엄은 4월 10일 지분율을 낮추고 컨소시엄을 더욱 강화했다. 에버넷은 각 20% 지분투자율을 16%로 낮추고, LG텔레콤 역시 30%에서 27%대로 조정했다.

삼성전자가 PCS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非통신장비업체군 ‘한솔PCS vs 글로텔 vs 그린텔’

빅4가 위치한 통신장비제조업체군과는 달리 비통신장비업체군은 출발부터 연합 가능성이 더 높았다. 상대적으로 중견, 중소기업들로 구성됐기에 선정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연합 형태가 더 유리했다.

핵심주도기업은 효성과 금호, 한솔로 압축됐다. 네트워크 전국망을 보유하고 통신 노하우를 갖추고 있는 데이콤, 기술과 자본의 열세를 딛고 연합에 나선 중소기협 컨소시엄은 변수로 작용했다.

그 가운데 업계를 일시에 긴장시킨 사건이 터졌다. 3월 14일 구형우 한솔제지 사장이 공정거래위원회 독점국장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입건됐다. 구 사장은 즉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18여개 계열사에 대한 통폐합 절차에 돌입했다. 다만, PCS 사업과는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심사요건 중 하나인 ‘도덕성'에 대한 업계 관심이 증폭됐다. 연합전선을 꾸릴 때도 도덕성과 관련한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같은날 금호텔레콤은 본사 9층에서 PCS 사업설명회를 개최하고 5년 동안 총 1초5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연합 컨소시엄 구성에도 만전을 기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그 자체가 연합이기었기 때문에 단독 진출을 선언했다. 3월 18일 성기중 중소기협중앙회 PCS사업단장은 경영을 주도하는 주주들과 일반 투자자, 소액 주주 등 5천억원의 컨소시엄을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5천500여 중소기업이 6천억원 이상의 출자를 희망했다고 강조했다.

이틑날인 19일은 비통신장비업체군의 최초 연합전선이 꾸려졌다. 쌍용그룹이 한솔그룹 PCS 컨소시엄에 참여한다고 밝힌 것. 이에 고무된 한솔은 22일 정식으로 컨소시엄 출범식을 갖겠다고 선언했다. 아남산업과 고합, 한화 등의 대기업을 등에 업은 한솔은 50여 대기업 및 중견기업과 300여개 중소기업 등이 컨소시엄 구성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출범 직전인 21일에는 한솔과 효성이 공동 컨소시엄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각각 20%씩 지분 투자에 나선 두 그룹은 서비스 지역권을 고르게 나누는 등의 협의 조항에 합의하고 구체적인 논의에 돌입했다.

같은날 한솔그룹을 견제하기 위해 금호그룹은 데이콤과 손을 잡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데이콤은 지분제한으로 인해 5%의 지분투자만이 가능했으나 소유와 경영의 분리, 경영권 참여, 수도권 영업권 할당 등을 내세워 각 그룹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한솔 컨소시엄에 위협을 느낀 금호가 대부분의 조건에 합의하면서 전격 컨소시엄 구성에 나선 것이라 풀이했다.

이에 따라 22일 한솔PCS컨소시엄은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출범식 겸 사업설명회를 개최하고 302개 컨소시엄 참여기업 대표 등 350여명 관계자와 함께 컨소시엄 출범을 공식화했다.

같은날 중소기협중앙회도 박상희 회장을 필두로 전국 500여명의 중소기업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PCS 사업설명회 및 결의대회를 개최하며 PCS 진출을 가시화했다.

이렇게 한솔-효성, 금호-데이콤, 중소기협의 3강 구도가 형성되는가 했으나 또 다시 판이 뒤집히기에 이르렀다. 한솔과 효성이 사업권 분할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최종 협상이 결렬됐다. 효성이 금호-데이콤 연합 합류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에 한솔은 즉각 데이콤과의 합의를 진행했다.

결국 서로의 파트너가 교체됐다. 3월 28일 한솔은 데이콤과 각각 25%, 5% 지분 투자에 나서는 한편, 서울과 부산, 경남 지역을 고르게 할당하는 조건으로 제휴에 합의했다. 효성과 금호는 통신장비업체군에서 활약했던 대우를 새 식구로 받아 들였다. 4월 3일 대우와 효성, 금호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PCS 연합컨소시엄 출범식을 개최했다.

4월 9일 중소기업협은 1만4천295개에 이르는 컨소시엄 구성을 마치고 컨소시엄명을 ‘그린텔’로 확정했다. 이튿날인 10일 효성과 금호는 대우뿐만 아니라 조흥은행과 하나은행 등 19개 주요 주주와 501개 소액 주주 등 533개사가 합류한 컨소시엄명을 ‘글로텔’로 확정하고 PCS 사업 진출 준비를 마쳤다.

이로써 비통신장비업체군은 한솔PCS와 글로텔, 그린텔 등 3강 구도를 형성했다.

신규 PCS 사업자 컨소시엄 후보군 [사진=김문기 기자]

정보통신부는 계획대로 4월 15일 신규 이동통신 사업자 신청 접수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LG텔레콤과 에버넷, 한솔PCS와 글로텔, 그린텔의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가 벌어졌다.

▶ 다시쓰는 이동통신 연대기 목차

1편. 삐삐·카폰 이동통신을 깨우다

① '삐삐' 무선호출기(上)…청약 가입했던 시절

② '삐삐' 무선호출기(中)…‘삐삐인생' 그래도 좋다

③ '삐삐' 무선호출기(下)…’012 vs 015’ 경합과 몰락

④ '카폰' 자동차다이얼전화(上)…"나, 이런 사람이야!"

⑤ ‘카폰’ 자동차다이얼전화(下)…’쌍안테나' 역사 속으로

2편. 1세대 통신(1G)

⑥ 삼통사 비긴즈

⑦ 삼통사 경쟁의 서막

⑧ 이동전화 첫 상용화, ‘호돌이’의 추억

➈ 이동통신 100만 가입자 시대 열렸다

⑩ 100년 통신독점 깨지다…'한국통신 vs 데이콤’

3편. 제2이동통신사 大戰

⑪ 제2이통사 大戰 발발…시련의 연속 체신부

⑫ 제2이통사 경쟁율 6:1…겨울부터 뜨거웠다

⑭ ‘선경·포철·코오롱’ 각축전…제2이통사 확정

⑮ 제2이통사 7일만에 ‘불발’…정치, 경제를 압도했다

⑯ 2차 제2이통사 선정 발표…판 흔든 정부·춤추는 기업

⑰ 최종현 선경회장 뚝심 통했다…’제1이통사’ 민간 탄생

⑱ 신세기통신 출범…1·2 이통사 민간 ‘경합’

4편. CDMA 세계 최초 상용화

⑲ ‘라붐’ 속 한 장면…2G CDMA 첫 항해 시작

⑳ 2G CDMA "가보자 vs 안된다"…해결사 등판

㉑ CDMA 예비시험 통과했지만…상용시험 무거운 ‘첫걸음’

㉒ 한국통신·데이콤 ‘TDMA’ vs 한국이통·신세기 ‘CDMA’

㉓ 한국이동통신 도박 통했다…PCS 표준 CDMA 확정

㉔ ‘디지털·스피드 011’ 탄생…세계 최초 CDMA 쾌거

㉕ ‘파워 디지털 017’ 탄생…신세기통신 CDMA 상용화

5편. 이동통신 춘추전국시대 개막

/김문기 기자(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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