㊱ '한국통신프리텔+한솔PCS' 인수합병…춘추전국→삼국정립 [김문기의 아이씨테크]


[다시 쓰는 이동통신 연대기] 6부. 이동통신, 혼돈의 세기말

우리나라가 정보통신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한 첫발인 한국전기통신공사(KT), 한국데이터통신(LGU+), 한국이동통신서비스(SKT)가 설립된 지 꼬박 40여년이 흘렀습니다. 그간 이동통신 역시 비약적으로 성장해 슬로우 무버에서 패스트 팔로우로, 다시 글로벌 퍼스트 무버로 도약했습니다. 5G 시대 정보통신 주도권 싸움은 더 격렬해졌고, 다시 도전에 나서야할 절체절명의 시기를 맞이했습니다. 과거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부족하지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동통신 연대기를 다시 시작합니다. 재밌는 에피소드가 담긴 독자의 제보도 받습니다 [편집자주]
한국통신프리텔과 한솔PCS(한솔엠닷컴, 한통엠닷컴)이 2001년 인수합병 됐다. [사진=각사]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1999년 11월.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인수한다는 소식과 함께 한솔PCS 인수건도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한솔PCS의 주주인 캐나다 통신업체 벨캐나다(BCI)가 1천억원 상당의 전환사채를 보통주로 전환하면서 대주주로 올라선게 발단이었다. 이에 따라 BCI는 23.3%를, 한솔은 16.75%로 2대 주주에, 미국 투자펀드 아메리칸인터네셔널그룹(AIG)는 15.54%로 3대 주주 자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시장을 들썩이게 한 건 BCI와 AIG가 한솔PCS 보유지분의 매각을 위해 미국 증권시장 전문딜러에게 매수자 탐색을 문의한 사실이 국내 알려지면서부터다. 그리고 그 매수자 중 유력시된 기업은 다름 아닌 한국통신프리텔과 LG텔레콤으로 확인됐다. 즉 PCS 사업자간 인수합병 가능성이 현실화된 셈이다.

그 사이 1999년 12월 15일 한솔PCS는 이사회를 개최해 사명을 ‘한솔엠닷컴’으로 바꿨다. ‘원샷 018’ 브랜드도 ‘엠 라이프 018’로 전환시켰다. 모바일(Mobile)과 밀레니엄(Millenium)을 조합한 사명으로 인터넷에서도 앞서갈 것이라는 의지를 담았다는 설명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정보통신부가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합병을 심사하고 있는 동안 한솔엠닷컴의 매각 소식을 지속적으로 언급됐다. 2000년 3월 25일 공시된 내용에 따르면 한국통신프리텔은 이동통신업계 구조조정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 제휴 등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솔제지 역시도 매각과 관련해 매각타당성과 매각처, 매각조건 등에 대해 검토하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다. 다만, 이 둘의 공시 내용에서 중요한 사실은 결론적으로 매각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는 것이 사실이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같은해 3월 30일 영국 브리티시텔레콤(BT) 피더 본필드 회장이 LG그룹 경영진을 만나러 한국을 찾았다. 당시 양측의 중점사안은 한솔엠닷컴의 인수문제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도 BT는 LG텔레콤의 주주로서 한솔엠닷컴 인수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진영의 한솔엠닷컴 인수합병 작업은 갑작스럽다기 보다는 이전부터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는 작업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었다. 한국통신프리텔은 1999년부터 한솔엠닷컴 인수 추진팀을 꾸려 진행하다 모기업인 한국통신의 추진팀에 흡수돼 단일화됐다. LG텔레콤도 마찬가지로 LG그룹 내 구조조정본부 산하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다각도로 인수 작업을 병행해왔다.

◆ 끝없는 눈치싸움…승자는 한국통신

2000년 3월 31일 인수합병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기정사실화됐으나 별 다른 입장을 내지 않던 한솔엠닷컴이 입을 열었다. 정의진 한솔엠닷컴 사장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수합병 관련 담화문’을 전달했다. 당시 담화문에는 “당사(한솔그룹) 대주주와 외국인 대주주가 보유 지분에 대한 양도 필요성을 고려해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인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인수합병 논의가 진행된 2000년초 인수합병의 바람은 한국통신을 향해 불었다. 다만, 공기업으로 시작한 한국통신은 경험치가 부족했다. 기업 인수합병에 노련함을 갖춘 LG텔레콤은 한국통신 대비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지원을 약속한 BT가 매각자금 문제로 난색을 표하면서 논의는 원점으로 회귀했다.

그동안 한솔엠닷컴은 어려움에 직면했다. 미래 불확실성이 발목을 잡았다. 가입자는 줄어들고 주가도 흔들렸다. 인수합병이 예견된 한솔엠닷컴에게 지나가는 시간은 피해를 양산하는 독약이었다.

결국 한솔엠닷컴은 독자노선을 밟겠다고 선언했다. 더 이상 한국통신프리텔과 LG텔레콤에 좌고우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의지는 1개월을 채 못 견뎠다. 6월 9일 IMT-2000 사업자 선정방식 토론을 위해 참석한 안병엽 정보통신부 장관은 이계철 한국통신 사장이 8일 정통부에 한국통신의 한솔엠닷컴 인수합병을 보고받았다고 알린 것. 이에 정통부는 인수 후 외자유치 활성화와 민영화 계획을 보안해 재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또한 이날 한솔엠닷컴은 한국통신에게 한솔제지와 BCI, AIG 지분 전량을 한국통신이 보유한 SK텔레콤 주식 일부와 현금을 교환한다는 조건을 제시한 인수계약서에 싸인했다.

아울러 6월 15일 한국통신은 힐튼호텔에서 이사회를 개최하고 인수계약과 더불어 한국통신프리텔과 한솔엠닷컴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되, IMT-2000 사업에 따라 양사 합병을 검토하겠다는 로드맵을 승인했다. 정통부 민영화 조건도 있었기에 정부의 한국통신 지분을 59%에서 올해내 33.4%까지 낮추기로 했다. 외자 유치는 한솔엠닷컴 지분 15%를 매각해 1조5천억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솔엠닷컴 역시 이사회를 개최해 해산을 결정했다.

◆ 한국통신프리텔로 흡수합병…삼국시대 열렸다

7월 26일 한국통신에 속한 한솔엠닷컴은 사명을 변경했다. ‘한국통신엠닷컴’, 줄여서 한통엠닷컴으로 불렸다.

무선통신 전문 자회사로 출발한 한통엠닷컴은 기존 브랜드 역시 ‘M018’로 변경했다. 한국통신과 한국통신프리텔을 등에 업은 한통엠닷컴은 사상 최초로 분기 흑자를 일궈 내기도 했다. 가입자도 연말까지 300만명을 돌파했다.

한국통신프리텔과 한통엠닷컴의 합병은 기정사실이었기는 하나 실제 합병 시기는 구체적 언급없이 내년께 이뤄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IMT-2000 사업자 선정이 변수로 작용했다. 사업자 선정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한국통신은 한국통신프리텔과 각자 구성한 컨소시엄을 흡수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한통엠닷컴 역시 포함됐다. 자연스럽게 프리텔과 엠닷컴의 합병도 가속화됐다. 최종적으로 통합 컨소시엄은 9월 8일 확정됐다.

이 후부터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한국통신은 마무리 짓지 못한 한통엠닷컴의 지분 인수를 정리하는 한편, 네트워크 부문부터 서비스까지 조직 통합을 단계적으로 진행했다. 수차례 조직과 인사개편에 나섰다. 많은 인원들이 프리텔과 엠닷컴을 오고 갔다.

마침내 11월 7일 한국통신프리텔과 한국통신엠닷컴은 공식 합병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두 회사의 가입자수는 818만명, 시장점유율은 31%에 달했다. 합병회사는 이용경 한국통신프리텔 사장이 맡기로 했으며 정의진 한통엠닷컴 사장은 합병회사 부사장으로 보직됐다.

이로써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 한국통신프리텔과 한통엠닷컴, LG텔레콤의 3자 구도가 형성됐다. 점유율은 5:3:2. 춘추전국시대를 넘어 삼국이 정립된 시기이기도 하다.

다만, 막판까지 합병이 쉽지는 않았다. 주식시장 침체로 인해 당초 예정했던 합병시기를 연기했다. 해를 넘긴 2001년 1월 12일이 되서야 한국통신프리텔은 한국통신엠닷컴 흡수합병을 발표하고 합병기일을 5월 1일로 공식화했다. 양사는 3월 7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합병 최종 승인을 받아 본격적인 합병 절차에 돌입했다.

그리고 약속한대로, 2001년 5월 1일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한솔PCS(한솔엠닷컴, 한통엠닷컴)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대신 국내 2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한국통신프리텔이 우뚝 섰다.

▶ 다시쓰는 이동통신 연대기 목차

1편. 삐삐·카폰 이동통신을 깨우다

① '삐삐' 무선호출기(上)…청약 가입했던 시절

② '삐삐' 무선호출기(中)…‘삐삐인생' 그래도 좋다

③ '삐삐' 무선호출기(下)…’012 vs 015’ 경합과 몰락

④ '카폰' 자동차다이얼전화(上)…"나, 이런 사람이야!"

⑤ ‘카폰’ 자동차다이얼전화(下)…’쌍안테나' 역사 속으로

2편. 1세대 통신(1G)

⑥ 삼통사 비긴즈

⑦ 삼통사 경쟁의 서막

⑧ 이동전화 첫 상용화, ‘호돌이’의 추억

➈ 이동통신 100만 가입자 시대 열렸다

⑩ 100년 통신독점 깨지다…'한국통신 vs 데이콤’

3편. 제2이동통신사 大戰

⑪ 제2이통사 大戰 발발…시련의 연속 체신부

⑫ 제2이통사 경쟁율 6:1…겨울부터 뜨거웠다

⑭ ‘선경·포철·코오롱’ 각축전…제2이통사 확정

⑮ 제2이통사 7일만에 ‘불발’…정치, 경제를 압도했다

⑯ 2차 제2이통사 선정 발표…판 흔든 정부·춤추는 기업

⑰ 최종현 선경회장 뚝심 통했다…’제1이통사’ 민간 탄생

⑱ 신세기통신 출범…1·2 이통사 민간 ‘경합’

4편. CDMA 세계 최초 상용화

⑲ ‘라붐’ 속 한 장면…2G CDMA 첫 항해 시작

⑳ 2G CDMA "가보자 vs 안된다"…해결사 등판

㉑ CDMA 예비시험 통과했지만…상용시험 무거운 ‘첫걸음’

㉒ 한국통신·데이콤 ‘TDMA’ vs 한국이통·신세기 ‘CDMA’

㉓ 한국이동통신 도박 통했다…PCS 표준 CDMA 확정

㉔ ‘디지털·스피드 011’ 탄생…세계 최초 CDMA 쾌거

㉕ ‘파워 디지털 017’ 탄생…신세기통신 CDMA 상용화

5편. 이동통신 춘추전국시대 개막

㉖ 제3 이동통신사 찾아라…新 PCS 선정 개막

㉗ ‘LG텔레콤 vs 에버넷’…‘한솔PCS vs 글로텔 vs 그린텔’

㉘ PCS 사업자 확정…‘한국통신·LG·한솔’

㉙ ‘016’ 한국통신프리텔·‘018’ 한솔PCS·‘019’ LG텔레콤

㉚ ‘PCS 경합’…64세 어르신도 번지점프 했다

㉛ 이동통신 5사 ‘각자도생’…춘추전국시대 개막

6편. 이동통신 혼돈의 세기말

㉜ 3G IMT-2000 향한 첫 항해 시작

㉝ 이동통신 1천만 돌파했으나 ‘풍요속 빈곤’…新 브랜드 ‘SKY’ 탄생

㉞ 스무살의 011 TTL·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묻지마 다쳐

㉟ ‘SK텔레콤+신세기통신’ 인수합병…사상 첫 점유율 낮추기
/김문기 기자(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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