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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승리…'희망'인가, '희망고문'인가


슈틸리케호, 3경기 연속 1-0 승리

[최용재기자] 2015 호주 아시안컵에 출전하고 있는 한국 축구 대표팀에 대한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공존하고 있다. 어떤 팀이라도 모두를, 100% 만족시킬 수 없다. 슈틸리케호도 마찬가지다. 슈틸리케호를 향한 시선이 긍정과 부정으로 나뉘는 여러 가지 요인 중 결정적인 것은 바로 계속되는 '1-0 승리'다.

한국은 조별예선 3경기를 모두 1-0으로 승리했다. 상대가 약하든, 강하든 모두 1-0 승리였다. 이것을 '희망'으로 보는 시선과, 반대로 '희망고문'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대체적으로 희망으로 보는 시선이 우세한 것이 사실이지만 희망고문으로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을 마냥 외면할 수도 없다.

즉, 이런 시선은 간단히 말해 '결과'와 '내용'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결과와 내용 모두 만족시키면 좋겠지만, 그렇게 완벽한 팀은 그리 많지 않다. 슈틸리케호도 완벽한 팀이 아니다. 결과에 만족하는 팬들은 찬란한 희망을 품고 있고, 내용에 불만족하는 팬들은 괴로운 희망고문을 당하고 있다.

◆희망의 시선

희망적으로 보는 시선은 이렇다.

간단하다. 1-0 승리와 3-0 승리, 5-0 승리 모두 같은 승리다. 많은 골을 넣는다고 해서 많은 승점을 얻는 것이 아니다. 다득점을 한다고 해서 8강에서 바로 결승으로 가는 것도 아니다. 승리는 많은 골을 넣는 것이 아니라 상대보다 1골만 더 넣으면 된다. 1-0으로 3연승, 승점 9점을 얻었는데 무엇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인가.

특히 큰 대회, 토너먼트 대회에서는 내용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내용이 아무리 좋았다고 하더라도 지면 끝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한국은 3연승을 달리며 A조 1위로 8강에 올라섰다. 승리는 만족스럽지 못한 내용도 덮을 수 있는 힘을 지녔다. 승리하지 못했어도 내용이 좋았다며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는 것보다 낫다. 스포츠 세상에서 승리보다 강하고 좋은 것은 없다.

슈틸리케호는 많은 골, 빼어난 경기력을 보이지는 못했지만 승리라는 결실은 만들어냈다. 8강에 나서는 슈틸리케호에 희망을 가질 수밖에 없다. 1-0 승리로 우승까지 갈 수 있다는 희망도 품게 된다. 1-0 승리로 얻은 우승이라고 해서 평가절하 당하지 않는다. 우승은 우승이다. 위대한 일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강한 팀이라는 의미다.

무엇이 더 필요한가. 공정한 틀 안에서 승리라는 결실보다 더 값진 것은 없다. 그렇기에 슈틸리케호는 희망이다. 희망을 품을 가치가 있다.

◆희망고문의 시선

희망고문으로 보는 시선은 이렇다.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불안감'이다. 1-0 스코어는 항상 불안하다는 것이다. 언제 뒤집힐 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 경기를 치르고 이를 지켜봐야 한다. 이는 희망고문이다. 불안한 리드이다 보니 만약 1실점이라도 허용한다면 이를 극복하지 못할까 걱정이다. 아직 한 번도 실점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한 번도 2골 이상 넣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더 많은 골, 더 알찬 내용, 불안감을 없애주는 확실한 경기력을 요구하고 있다.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누구나 승리를 예상할 수 있는 파괴력을 기다리고 있다. 희망고문을 없앨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많은 골이다. 1-0 승리와 3-0 승리, 5-0 승리는 승점은 같지만, 느끼고 즐기고 감동하고 열광하는 순도는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준이 다른 상대지만 결과는 항상 1-0 승리였다. 이는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강팀을 상대로는 1-0으로 승리해도 가치가 있지만 약팀에 1-0 승리는 가치의 순도가 다르다. 올바른 방향은 약팀을 상대로는 더 많은 골을 넣는 것이다. 이런 방향이 진정한 강팀이고, 진정한 승자라 할 수 있다.

1-0 승리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1골에서 벗어나 2골로 진화해야 한다. 더 좋은 내용을 선보여 더 많은 골을 넣어 재미와 감동의 순도를 높여야 한다. 1-0 승리에 팀이 고착돼버리면 성장도 멈출 수 있다. 그렇기에 슈틸리케호는 희망고문을 하고 있다. 희망고문은 이제 멈춰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의 생각은

희망과 희망고문으로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그렇다면 울리 슈틸리케 한국 대표팀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슈틸리케 감독은 두 가지 시선 모두를 인정했다. 그리고 내용과 결과를 모두 가져올 수 있는 팀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희망고문에서 벗어나 희망만을 안겨주고 싶다는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1-0 승리로 우승까지 할 수 있다'는 팬들의 반응에 대해 "내가 공식적으로 사인을 해서 승인을 하겠다"고 말했다. 희망을 말하고 있다. 즉, 우승이라는 가치는 골 수보다 승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1-0 승리도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도 말하고 있다.

또 슈틸리케 감독은 "1실점을 하더라도 2골을 넣을 수 있도록 선수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패스를 하다 공을 빼앗기면 역습을 당할 위험성이 있다. 실점 상황에 대해서도 대응하고 준비하고 있다. 2-0으로 한 번은 이겨줘야 한다"고 말했다. 희망고문을 말하고 있다. 즉 더 많은 골을 넣어 불안감을 없애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 축구는 1골로 만족할 수 없다고도 말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 역시 두 가지 시선 모두 인정하고 있지만 목표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목표는 단 하나다. 1-0으로 승리를 계속 하든지, 더 많은 골을 넣어 결과와 내용 모두 잡든지, 목표는 '우승'이다. 희망을 이어가든지, 어쩔 수 없이 희망고문을 계속할 수밖에 없든지간에 우승으로 가는 길은 변함이 없다. 희망과 희망고문 사이의 갭을 줄이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와 열정이 빼곡히 담겨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회 중에는 술을 먹지 않는다. 그런데 31일 저년 때 샴페인을 한 잔 하고 싶다"고 말했다. 31일은 아시안컵 대망의 결승전이 열리는 날이다.

조이뉴스24 멜버른(호주)=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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