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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태양이 뜨다]①지동원의 '그늘'을 벗어나


지금껏 항상 선배 지동원과 비교 당했던 이종호

[최용재기자] 2014 시즌, K리그 클래식에 새로운 '태양'이 뜨고 있다.

환하고 강렬한 빛을 내고 있는 새로운 태양, 바로 전남 드래곤즈 공격수 이종호(22)다. K리그 4년차인 이종호는 올 시즌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완벽히 떼어냈다. 그리고 K리그를 지배해나가고 있다. 그야말로 이종호의 진가가 폭발하고 있다.

이종호는 현재 K리그 클래식에서 9골을 넣으며 득점 단독 1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까지 득점왕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던 이종호였다. 그렇기에 올 시즌 이종호의 득점 1위 질주에 모두가 놀랐다. 이종호 본인도 놀랐을 정도다.

이종호가 비상하자 만년 하위팀 전남도 비상하고 있다. 전남은 현재 K리그 클래식 3위에 올라있다. 전남이 우승도 넘볼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 이종호의 상승세와 전남의 상승세가 '정비례'하고 있는 것이다. 즉, 이종호가 더욱 높이 날면 전남도 더욱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이종호에게 최고의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이종호가 환하게 빛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밝은 빛을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밝은 빛만큼이나 이종호는 '어두운 그늘'도 경험해야 했다. 이종호라는 태양이 빛을 내지 못하고 가려질 수밖에 없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 그늘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4년을 참고 인내하고 훈련했다. 4년이라는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이종호를 가리고 있던 어두운 그늘, 이종호의 1년 선배 지동원(23, 도르트문트)이었다. 전남의 유스팀인 광양제철고 선후배인 두 선수는, 속된 말로 고등학교 리그를 씹어 먹었다. 이종호와 지동원은 투톱으로 나서 각종 대회를 휩쓸었다. 지동원이 3학년이고 이종호가 2학년일 때 우승 두 번, 준우승 두 번을 차지할 정도로 최고의 공격 듀오였다.

이종호의 그늘은 지동원을 만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1년 선배 지동원의 그늘에 항상 가려 살아야 했다. 지동원은 늘 이종호보다 앞서나갔다. 전남에 1년 먼저 입단했고, 각급 대표팀 발탁도 이종호를 앞서나갔다. 지동원은 벌써 월드컵 본선까지 경험했다. 유럽 진출도 마찬가지였다.

이종호는 항상 지동원과 비교를 당해야만 했다. 그리고 지동원과 비교됨으로써 평가절하 당하기도 했다. 2011년 이종호가 전남에 입단했을 때 이미 전남은 1년 먼저 입단한 '지동원의 팀'이었다. 지동원은 전남의 스타로 대접받았고, 이종호는 유망주 꼬리표를 붙이고 다녀야 했다.

시간이 갈수록 지동원과 이종호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지동원은 유럽 진출에 성공하고 각급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며 빠르게 성장했지만, 이종호는 성장세가 멈췄다는 냉혹한 평가를 받아야 했다.

2011년 중반, 지동원이 유럽으로 떠나자 전남은 이종호에게 지동원의 역할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종호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동원이 떠난 후에도 전남은 여전히 지동원을 그리워했다. 지동원의 향기가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었다. 이종호는 지동원이 없는 상황에서도 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종호 앞에 서 있는 지동원이라는 존재는, 너무 크고 넓었다.

20일 광양의 전남 드래곤즈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이종호. 그에게 지동원이라는 존재에 대해 물었다. 지동원의 그늘 속에 가려 살아야 했지만 여전히 이종호에게 지동원은 가장 친한 형이자, 가장 본받고 싶은 선배 중 하나였다. 이종호는 지동원의 그늘 속에 산 것이 억울하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지동원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신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종호는 "(지)동원이 형과 비교를 정말 많이 당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다. 동원이 형은 나보다 월등히 앞서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함께 팀에 있을 때도 동원이 형이 조언을 많이 해줬다. 영국, 독일 가서 형이 힘든 상황에서도 나에게 많은 힘을 줬다. 격려와 응원을 많이 해줬다.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힘을 얻었다. 워낙 친한 사이다"라며 시기의 대상이 아닌 감사의 대상으로 선배 지동원을 바라봤다.

지동원은 꾸준히 성장하는데 자신은 오래 정체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외부의 평가일 뿐이었다. 이종호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많이는 아니었지만,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조금씩 천천히 성장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 조금씩이 쌓여 지금의 이종호가 탄생할 수 있었다.

이종호는 "매년 공격 포인트가 증가했다. 2012년에 8개를 했고 작년에 10개를 기록했다. 동원이 형이 전남을 떠난 후 개인적으로는 매년 발전했다고 생각을 했다. 또 원톱을 봤을 때 신장이 크지 않으니 타깃 역할을 잘 하지 못했던 것도 있었다. 지난해까지 팀 성적이 하위권이었다. 팀이 승리하지 못하니 정체했다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매년 조금씩 성장한 이종호, 그 성장을 모으고 또 모아 드디어 그라운드에서 폭발하고 있다. 이종호는 2014 시즌 K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거듭나고 있다. 전남에 남아 있던 지동원의 향기를 완전히 지우는데 성공했다. 더 이상 지동원에 대한 그리움은 없다. 2014년 전남은 '이종호의 팀'이 됐다.

<2편에 계속…>

조이뉴스24 광양=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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