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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는 왜 '아기 세리머니'에 참여하지 않았을까?


한국과 나이지리아의 2010 남아공월드컵 B조 3차전이 펼쳐진 23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스타디움.

0-1로 끌려가던 한국이 전반 38분 천금 같은 동점골을 작렬시켰다. 아크 왼쪽에서 올린 기성용의 프리킥을 이정수가 머리와 오른쪽 다리에 맞는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분위기가 나이지리아쪽으로 흘러갈 수 있었던 것을 우리쪽으로 돌려놓고 한국의 16강 진출의 시발점이 된 소중한 골이었다.

선수들 역시 동점골에 기쁨을 누렸다. 그리고 특별한 세리머니가 펼쳐졌다. 선수들은 골을 넣은 후 일제히 골키퍼 정성룡에게 다가가 아기를 손에 안고 어르는 듯한 동작을 보였다. 이 '아기 세리머니'의 의미는 지난 18일 소중한 아기를 얻은 정성룡에게 던지는 축하 메시지였다.

하지만 단 한 선수만 '아기 세리머니'에 동참하지 않았다. 그는 동점골이 터지자 가장 먼저 중앙선을 넘어 자신의 자리로 가 진영을 꾸렸다. 동점골에 크게 기뻐하는 표정도 짓지 않았다. 묵묵히, 비장한 심정으로 자신의 자리로 갔을 뿐이다. 바로 차두리(30, 프라이부르크)였다.

왜 차두리는 아기 세리머니에 참여하지 않았을까. 26분 전 자신이 했던 실수 때문이었다.

전반 12분 나이지리아 칼루 우체의 오른발 선제골은 차두리의 집중력 부족에서 나온 실수의 결과였다. 좀 더 집중했으면 충분히 걷어낼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차두리는 공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 틈을 우체가 비집고 들어와 발을 먼저 갖다 댔고 골로 연결시켰다.

차두리가 세리머니에 동참하지 않은 이유는 나이지리아에 내준 선제골에 대한 자책감, 그리고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차두리는 골 세리머니를 즐길 여유가 없었다. 자신의 실수로 팀이 위기에 빠졌었기 때문이다. 차두리의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 팀을 다시 살려내는 생각뿐이었다.

후반 4분 박주영의 프리킥 역전골이 터졌을 때도 차두리는 크게 기뻐하지 않았다. 다시 가장 먼저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온 몸을 던져 나이지리아 수비를 틀어막았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한국의 16강 진출이 확정돼서야 차두리는 환하게 웃었다. 그전까지는 얼음 같은 냉정한 표정만이 있었다. 차두리는 한국이 16강을 확정한 이후에야 자신의 실수에 대한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동시에 그의 얼굴에선 차두리다운 밝은 미소가 다시 돌아왔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차두리는 "냉정함을 찾으려 노력했다. 골 세리머니하는 줄도 몰랐다. 내 자신을 추스르는데 집중했다. 골 세리머니를 할 여유는 없었다"며 아기 세리머니에 동참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차두리는 실수를 했고, 실수를 만회해야겠다는 생각이 가득찬 나머지 모두가 기뻐할 때 기뻐할 여유마저 버렸다. 차두리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고, 결국 그의 비장한 투혼은 꽃을 피웠다. 한국은 사상 첫 원정 16강에 진출했다.

조이뉴스24 더반(남아공)=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s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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