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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은 10분에 한 번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 대표팀 선수 중 그라운드에 가장 많이 쓰러지는 선수가 누구일까.

바로 박지성(2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다. 그는 한국 대표팀 '에이스'다. 그래서 박지성은 한국 대표팀 선수 중 가장 많이 쓰러질 수밖에 없다. 박지성은 에이스의 숙명을 타고났고 에이스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있다.

항상 그래왔다. 허정무호가 다른 국가와 경기를 할 때마다 언제나 그랬다. 상대 선수들의 경계대상 1호는 언제나 에이스 박지성이었다. 그들은 박지성을 막기 위해, 박지성을 봉쇄하기 위해 끈질기게 달려들었다. 박지성을 막아내야만 승리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박지성을 막는 자들은 박지성의 기를 뺏기 위해, 박지성이 주눅들게 하기 위해 고의적인 파울을 자주 한다. 거친 파울, 악의적인 태클도 서슴지 않았다. 심판의 눈을 피해 심기를 건드리는 조잡한 짓도 한다. 박지성은 항상 시달려왔고 수많은 파울을 당했다.

때문에 박지성은 쓰러지고 또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박지성을 막는 자들이 항상 그래왔고 박지성도 항상 그래왔다. 쓰러지고 또 쓰러져도 박지성은 언제나 다시 일어났다. 고의적인 파울을 당했다고 해서 과도한 액션을 하거나 괜한 인상 한 번 찌푸리지 않는다. 그냥 툭 털고 일어날 뿐이다. 에이스이기에 받아들인다. 팀의 중심이기에 흔들리지 않는다.

박지성이 무너지면 팀도 무너진다. 그래서 박지성은 침착하다.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 그 어떤 방해공작에도 흔들림이 없다. 또 박지성은 여유롭다. 괴롭히는 입장에서는 상대가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것이 지는 것이다. 박지성은 자신을 방해하는 자들을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12일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그리스와의 남아공 월드컵 조별예선 1차전. 항상 그래왔듯이 박지성은 그리스의 경계대상 1호였고, 박지성은 그리스 선수들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 박지성을 전담 마크한 유르카스 세이타리디스와 콘스탄티노스 카추라니스는 연신 박지성에 파울을 하며 박지성을 쓰러뜨렸다.

전반 2분 박지성은 상대에 밀려 첫 번째로 넘어졌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박지성은 9분, 10분, 11분, 24분, 34분, 40분에 잇따라 쓰러졌다. 그럴 때마다 박지성은 툴툴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다는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 달렸다.

물론 타의가 아니라 스스로 쓰러질 때도 있었다. 박지성은 전반 10분 그리스의 속공을 막으려 온몸을 던지며 태클을 시도했다. 이것이 전반 자의로 넘어진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나머지 6번 모두 타의에 의해 나뒹굴었다.

전반에만 7번 넘어지며 후반을 맞이한 박지성. 아무리 파울을 하고 아무리 쓰러뜨려도 박지성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증명했다. 다른 말과 제스처는 필요 없었다. 박지성은 골로 말했다.

후반 7분 그리스 수비진의 볼을 가로챈 후 폭풍같이 질주하며 수비수 2명을 가뿐히 제친 박지성은 왼발 슈팅으로 그리스 골문을 갈랐다. 한국이 2-0으로 달아나는 쐐기골이었다. 그리스를 완전히 침몰시킨 환상적인 골이었다.

이후 그리스는 이미 승리를 포기한 것일까. 아무리 거친 파울에도 박지성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 것일까. 박지성을 향한 거친 몸놀림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박지성은 후반 32분 수비에 가담하다 한 번 넘어졌고 39분 수비와 부딪쳐 또 한 번 넘어졌다. 물론 다시 오똑 일어나 달렸다.

그리스와의 격전 90분 동안 박지성은 총 9차례 넘어졌다. 10분에 1번씩 넘어진 셈이다. 박지성은 그렇게 쓰러지면서도 흐트러짐이 없었고 다시 일어나 달렸고, 환상적인 골까지 작렬시켰다.

박지성이 아홉 번 쓰러졌기에 한국 대표팀은 당당히 일어설 수 있었다. 그리고 4천8백만 붉은 함성도 함께 솟구칠 수 있었다.

조이뉴스24 포트 엘리자베스(남아공)=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사진 박영태기자 de3fa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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