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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리오스, '한국형 용병으로 성공하는 법'


 

'한국형 용병으로 성공하는 법'.

누군가 이같은 제목의 실용서를 쓰고자 한다면 곧바로 두산 투수 다니엘 리오스(34)를 찾아가 볼만하다. 올해로 한국 프로야구 생활 5년째. 이제 누구도 '최고의 용병'이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 선수가 바로 리오스이기 때문이다.

▲ 팀이 필요로 할 때 무조건 던진다

KIA 김봉근 투수코치는 선발투수의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꾸준함'을 꼽은 바 있다. "위력적인 구위도 중요하지만 시즌 내내 부상 없이 꾸준히 정해진 날 던져주는 투수가 더 고맙다"는 뜻에서다.

리오스가 바로 그렇다. 단 한번도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았다. 올 시즌 총 30경기에 출전해 209.2이닝을 던지면서 3년 연속 200이닝 투구를 돌파했다. 2004년과 2005년에 이어 올해도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그야말로 '꾸준함'의 상징이다.

최근에는 혹사 논란도 있었다. 지난 8월30일 롯데전에서 3.1이닝을 던지고 물러난 리오스는 4일 후 한화전 6회부터 구원 등판해 4이닝을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그런데 사흘이 지난 6일 다시 LG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로 나서 완투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것이 용병의 숙명임을 리오스는 잘 알고 있다. 당장 다음 시즌이 불투명한 용병 선수는 팀이 필요로 할 때 언제든지 출동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슬럼프도 허락되지 않는다. KIA에서 3년간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도 지난해 잠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곧바로 두산으로 보내졌던 리오스가 아니던가.

그래서 리오스는 팀이 요구하기 전에 스스로 준비하고 먼저 나서는 쪽을 택했다. 더욱 꾸준한 자기관리로 체력을 비축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20대 선수들보다 훨씬 많은 공을 뿌려놓고도 "이닝 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팀에 도움이 됐다는 것이기 때문에 기분이 좋다"며 웃을 뿐이다.

두산 윤석환 투수코치는 "본인이 공을 잘못 던진 날은 곧바로 문제점을 찾아내고 불펜 피칭을 자처해 다음번 등판에서 곧바로 단점을 해결한다. 대단한 선수다"며 혀를 내둘렀다. 결국은 '이방인'일 수 밖에 없는 타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철저한 프로정신은 필수다.

▲ '외국인 선수'? 그냥 '두산 선수'!

리오스는 또한 토종 선수들과 잘 융화하는 용병으로도 둘째 가라면 서럽다.

두산 유격수 손시헌이 고대하던 카타르 도하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 포함되지 못한 다음날. 잠실구장에 모여든 취재진 곁을 지나치던 리오스는 "와이 낫(Why not) 손시헌!"을 외치며 고개를 내저었다. 팀 동료의 아픔에 그만큼 공감한다는 말이다.

경기 도중에도 벤치에서 동료 선수들과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TV 중계 화면에 종종 잡힌다. 투수부터 야수까지 포지션도 가리지 않는다. 두산 주장 홍성흔의 설명에 따르면 "리오스가 나와 의사소통을 하다 '내 식 영어'(콩글리시)에 익숙해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뿐만 아니다. 불펜 투수가 리오스의 승리를 날려버려도 이닝이 끝나면 가장 먼저 일어나 박수를 보낸다. 타선이 중요한 기회에서 점수를 뽑아내지 못해도 얼굴 한번 찡그리는 법 없이 씩씩하게 마운드로 달려나간다.

리오스의 통역을 담당하고 있는 두산 이창규 대리는 "본인의 경기 내용을 자책하는 일은 있어도 동료들 때문에 졌다고 우울해 하는 일은 전혀 없다. 오히려 동료들이 미안한 표정으로 바라보면 먼저 웃으면서 장난을 치곤한다"고 귀띔했다.

▲ 팀 승리가 먼저, 내 이익은 나중이다

팀 승리에는 집착하되 개인의 이익에는 연연하지 않는다. 이 역시 끈끈한 팀 컬러의 두산에 완벽하게 녹아든 리오스의 비결 중 하나다.

2.70의 방어율을 기록하면서도 승수와 패수가 같은(12승12패) 리오스는 올 시즌 유독 승운이 없는 선수로 꼽힌다. 12승이면 현재 다승 공동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지만 그동안의 투구 내용에는 못 미치는 성적.

하지만 리오스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몇 승에 상관없이 팀이 이길 수 있도록 던지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팀이 승리한다면 내 승수는 상관 없다"는 소감을 경기가 끝날 때마다 빼놓지 않는다.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리오스는 13일 마산 롯데전에서 8이닝을 6피안타 무실점 11탈삼진으로 틀어막은 직후 고향 마이애미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부친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떠나기 전 선수단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아버지의 상태가 어떻든 얼굴만 뵙고 돌아오겠다. 로테이션을 거르는 것은 싫다. 오는 17일로 예정된 KIA와의 더블헤더에는 꼭 출전하겠다."

누가 묻기도 전에 스스로 한 말이었다. 두산이 4위 자리를 놓고 KIA와 접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양팀간 맞대결은 그야말로 총력전이 요구된다. 팀의 에이스 리오스가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경기 후 리오스가 밝힌 목표 역시 '한국시리즈 우승'이었다.

리오스가 남긴 약속을 전해들은 두산 관계자들은 "정말 최고의 선수"라며 다시 한번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것이 바로 리오스가 사랑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조이뉴스24 배영은기자 youngeu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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