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4년]벼랑 끝에 섰다, 변화의 바람…지상파 위기②

중간광고 허용 논의·SBS 드라마 본부 독립…콘텐츠 개선 목소리도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요즘엔 tvN으로 먼저 갑니다."

불과 3년 전, KBS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성대한 잔치를 열었다. 송중기와 송혜교를 내세운 '태양의 후예'는13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었고, 그에 걸맞는 대박을 터트렸다. 마지막회 최고시청률은 38.8%였고, 제작비는 방영 전 일찌감치 회수했으며 1천만 영화 두 편을 뛰어넘는 매출액을 기록했다. 한동안 주춤했던 한류 열풍에 불을 붙였다.

그 이후 지상파 드라마에서는 제2의 '태양의 후예'가 나오지 않았다. '도깨비'와 '미스터션샤인' 등 굵직한 작품은 모두 케이블채널 tvN에서 나왔다. 지상파 방송들은 제2의 '태양의 후예'는 커녕 대작이나 화제작을 찾아보기 힘들다. 1~2%대 시청률 드라마가 넘쳐나고, 새로운 성공 모델도 없다.

지상파의 달라진 위상은 '편성 순서'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요즘 외주 드라마 제작사는 편성을 받기 위해 열에 아홉은 tvN으로 먼저 간다. 그 다음은 JTBC다. 당연히 좋은 콘텐츠를 고를 '우선권'이 이들 채널에 생긴다. 스타 작가와 PD들, 스타 배우들이 따라붙는 것도 당연지사. 지상파는 후순위로 밀린다. 기대치 않은 '잭팟'이 터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차선의 선택'을 하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 여의치 않다.

◆지상파 드라마, 솟아날 구멍은 있나

올해 방영된 지상파 드라마 중 광고가 달랑 1,2개만 붙은 경우도 있다. 마이너스 성적표에 한숨을 쉬는 적자 드라마가 늘었다. 투자자들은 성공 적중률이 높은 드라마를 찾으면서 투자와 제작비 쏠림 현상도 일어났다. 가뜩이나 지상파 입장에서는 수익 창출이 어려운데, '출혈'은 커졌다.

최근 국감에 따르면 지상파 광고 매출 감소는 더욱 가팔라졌다. 광고 매출은 2011년 2조3754억원에서 2016년 1조6228억원으로 7526억원 감소했다. VOD 등 방송 콘텐츠 부가수익 등 활로를 찾고 있지만 이 역시 드라마 시청자층에 따라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10월 국감에서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의 광고 매출이 줄어드는 추세가 이뤄질 경우 20년 내 지상파 방송사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며 지상파의 위기를 논했다.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을 포함한 광고규제에 대한 논의도 하겠다고 했다.

지상파의 변화 움직임도 감지된다. SBS가 드라마 본부를 별도로 분리해 독립시킨다. 드라마 본부 소속 PD를 대상으로 내부 의견을 수렴했고, 올해 안으로 드라마를 전담하는 회사를 론칭 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시스템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성장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앞서 CJ ENM이 2016년 드라마사업 부문을 분사해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을 설립해 성공 모델을 만든 바 있다. KBS도 자회사 몬스터유니온 등 독립된 계열사를 통해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제작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다매체 다채널 속 살아남기 위해서는 콘텐츠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수년 간 드라마 제작사가 국내 시청자가 아닌 한류를 위한 드라마를 만드는데 집중했다. 성공 요인을 거대한 제작비, 한류스타 출연, 중국 방영을 위한 100% 사전제작 등에서 찾았고, 진짜 알맹이인 콘텐츠는 뒷전이었다. 드라마는 독특하고 참신한 콘텐츠 확보보다는 아류작으로 넘쳐놨다. 실험적인 드라마를 만들자니 시청자들의 외면이 무섭고, 흥행이 보장되는 '안전한' 드라마들을 만들자니 비슷한 코드가 반복된다. 쪽대본으로 얼룩져 완성도가 떨어진 드라마들도 많았다. 신선한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한 실험을 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올 하반기와 내년 안방극장은 좀 달라질까. tvN은 이미 내년 상반기까지 탄탄한 라인업을 구성했다. 현빈과 박신혜 주연의 '알함브라의 궁전', 송중기와 김지원, 장동건 등을 앞세운 '아스달 연대기' 등 대작이 편성됐고, 송혜교와 박보검의 '남자친구', 이나영과 이종석의 '로맨스는 별책부록' 등 톱스타들의 복귀작이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지상파 드라마들도 절치부심 끝에 라인업을 내놨다. 드라마 가뭄을 겪었던 MBC는 '이몽'(유지태 이요원), '나쁜형사'(신하균), '아이템'(주지훈, 진세연), '붉은달 푸른해'(김선아) 등으로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 KBS '동네변호사 조들호 시즌2'(박신양, 고현정), SBS '배가본드'(이승기, 수지), '황후의 품격'(최진혁, 장나라), '열혈사제'(김남길 이하늬) 등에 기대를 건다.

tvN은 그치지 않은 투자와 실험으로 콘텐츠의 질적 향상을 가져왔고, 무엇보다 트렌드를 주도하는 젊은 시청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지상파에 대한 신뢰도 하락과 올드 채널로 전락해버린 지상파는 무거운 숙제를 안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시점이 왔다. 지상파는 위기 극복 후 다시 웃을 수 있을까.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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