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4년]tvN에 빼앗긴 드라마왕국…지상파 위기①

2018년 역대 최악의 성적표, 지상파의 한숨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요즘엔 tvN으로 먼저 갑니다."

불과 3년 전, KBS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성대한 잔치를 열었다. 송중기와 송혜교를 내세운 '태양의 후예'는13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었고, 그에 걸맞는 대박을 터트렸다. 마지막회 최고시청률은 38.8%였고, 제작비는 방영 전 일찌감치 회수했으며 1천만 영화 두 편을 뛰어넘는 매출액을 기록했다. 한동안 주춤했던 한류 열풍에 불을 붙였다.

그 이후 지상파 드라마에서는 제2의 '태양의 후예'가 나오지 않았다. '도깨비'와 '미스터션샤인' 등 굵직한 작품은 모두 케이블채널 tvN에서 나왔다. 지상파 방송들은 제2의 '태양의 후예'는 커녕 대작이나 화제작을 찾아보기 힘들다. 1~2%대 시청률 드라마가 넘쳐나고, 새로운 성공 모델도 없다.

지상파의 달라진 위상은 '편성 순서'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요즘 외주 드라마 제작사는 편성을 받기 위해 열에 아홉은 tvN으로 먼저 간다. 그 다음은 JTBC다. 당연히 좋은 콘텐츠를 고를 '우선권'이 이들 채널에 생긴다. 스타 작가와 PD들, 스타 배우들이 따라붙는 것도 당연지사. 지상파는 후순위로 밀린다. 기대치 않은 '잭팟'이 터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차선의 선택'을 하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 여의치 않다.

◆2018년 드라마 성적표, 지상파는 '실종' 됐다

조이뉴스24가 창간 14주년을 맞아 지난 19일부터 26일까지 엔터테인먼트사·방송사 재직자, 영화 및 방송 콘텐츠 제작자, 연예부 기자 등 업계 종사자 200명을 대상으로 최고의 드라마를 물었다. 올해 최고의 드라마는 온통 tvN, JTBC가 차지했다. tvN '미스터션샤인'이 1위를 차지했고, '백일의 낭군님' JTBC '미스티' tvN '나의 아저씨' '라이브', '김비서가 왜 그럴까'와 OCN '손 the guest ', JTBC '라이프',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뷰티인사이드' '마더' 순이었다. 지상파 드라마는 10위권 내에서 '실종' 됐다.

시청률도 이를 증명한다. 기대작이었던 '미스터 션샤인'은 마지막회 평균 시청률은 케이블, 위성, IPTV를 통합한 유료플랫폼 가구 시청률 기준 18.129%(닐슨코리아)이었고, 최고 시청률은 20.0%였다. 지난 30일 종영한 '백일의 낭군님'은 마지막회 14.4%를 기록, 역대 tvN 시청률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썼다. '준대박' 작품도 쏟아졌다. 박서준 박민영 주연의 '김비서가 왜 그럴까', 지성-한지민의 '아는와이프', 이선균과 아이유 주연의 '나의 아저씨' 등도 6~8%대의 시청률을 기록, 지상파를 제치고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던 효자 작품들이다.

반면 지상파 드라마들은 역대 최악의 '흉년'을 맞이했다. 주말극을 제외하고는 10%를 넘긴 작품이 손에 꼽을 정도.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중에서는 소지섭 주연의 MBC '내 뒤에 테리우스'가 유일하게 10%를 넘기고 있다. SBS '키스 먼저 할까요',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리턴', KBS '우리가 만난 기적', '슈츠' 등이 올해 10%대를 넘은 작품들이다.

반면 1~2%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는 속출했다. KBS2 '러블리 호러블리'는 1.0%까지 떨어지며 올해 최저 시청률 드라마를 기록했고, '오늘의 탐정'과 MBC '위대한 유혹자'까지 1%대 시청률 드라마가 세 편 나왔다. MBC '손꼭잡고 지는 태양을 바라보자' '사생결단 로맨스' '배드파파' '시간' KBS2 '당신의 하우스헬퍼', SBS '훈남정음' 등 2%대 시청률 드라마도 수두룩 했다.

시청률보다 더 아픈 건, 웰메이드작이나 화제작들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콘텐츠파워지수(CPI) 영향력 등 각종 조사에서도 케이블 드라마, JTBC가 우위를 점했다. 젊은 시청자 취향에 맞는 트렌디한 드라마, 혹은 웰메이드 드라마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동안 지상파의 영향력은 낮아졌다.

◆제작비 부담에 인력 누수까지, 지상파의 '이중고'

한때 '드라마 왕국'을 꾸렸던 지상파 드라마들은 왜 고전할까. 답은 간단하다. 좋은 콘텐츠를 먼저 선점할 기회를 잃고 있다. 혹은 그 기회가 찾아왔어도 제작비 부담으로 선뜻 손을 잡을 수 없다.

올해 최고 화제작이었던 '미스터 션샤인'의 편성이 대표적이다. 제작비 약 430억 원이 투입된 '미스터 션샤인'은 당초 SBS 편성이 먼저 논의됐지만, 회당 제작비에 대한 부담으로 이견이 생기면서 결국 tvN에 내줬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지상파 채널엔 100억대 대작들이 제법 있었다. 드라마 제작사들이 낮은 제작비로 인한 출혈을 감당하고도, 지상파 드라마의 '상징성'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편성에 매달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졌다.

미니시리즈 드라마의 평균 제작비는 평균 5억원 안팎으로, 16부작 기준 50억~70억원 가량이 든다. 지상파에서는 회당 2억원 주기도 빠듯한 실정이라, 외주제작사 입장에서는 나머지 제작비에 대한 부담과 위험을 껴안을 수 밖에 없다. 반면 CJ E&M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은 제작비를 100% 지원하고 최소한의 제작사 수익을 보장해 주는 구조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케이블 채널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인력 누수와 스타 캐스팅의 어려움까지, 이중고 삼중고로 이어진다. 검증된 지상파 드라마 PD들이 프리랜서로 전향하고, 경험이 부족한 PD들이 연출을 맡게 되면서 현장에서 위기 관리 능력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톱배우들도 스타 PD와 스타 작가의 연출작으로 몰리거나, 케이블 드라마의 작품을 선호한다. 이들 드라마는 캐스팅에 있어 과감한 배팅을 한다. 반면 지상파는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신인들을 기용하는 경우가 많다. 한 배우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배우들도 tvN이나 JTBC 드라마를 우선순위로 둔다. 대본도 탄탄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도 많다. 최근엔 케이블과 지상파의 출연료도 거의 비슷해져 큰 이점은 없지만, 작품 자체와 제작 환경이 좋아 이를 선호하는 배우들이 많다"고 말했다.

지상파도 '공격적 투자 전략'에 대한 필요성은 알지만, 현실은 답답하다. 지상파 광고가 매해 줄어들고 있는 데다 경기 침체의 여파가 광고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게다가 방송 시청률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면서 광고 매출이 급감, 드라마 살림을 꾸려가는 것이 쉽지 않다. 한때 한국 드라마의 활로가 되기도 했던 중국의 해외 수출길도 막혔다.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는 셈이다.(②편에서 계속)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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