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V1 달성 박기원 감독 '11년의 기다림'


대한항공 지휘봉 잡고 두 시즌 만에 챔피언결정전 첫 우승

[조이뉴스24 류한준 기자] "지난 4월 3일을 한순간도 잊지 않았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출사표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혔다. 정규리그는 순항했다. 1위를 차지하며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에서 한국전력을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올라온 현대캐피탈에 덜미를 잡혔다. 당시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승리하며 기세를 올렸다. 2차전을 풀세트 접전 끝에 내줬으나 3차전을 이기며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하지만 4차전을 내주면서 2승 2패로 균형이 맞춰졌다. 그리고 박 감독이 언급한 지난해 4월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5차전에서 대한항공은 1-3으로 현대캐탈에 패했다. 결국 4번째 준우승에 그쳤고 대한항공 선수들과 박 감독은 아쉬운 마음을 곱씹었다.

두팀은 1년 뒤 다시 만났다. 지난 24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현대캐피탈이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대한항공에 이겼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1년 전과 달랐다.

그대로 무너지지 않았고 경기 흐름과 분위기를 쉽게 넘겨주지 않았다. 2차전을 이기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여세를 몰아 3, 4차전을 가져가며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현대캐피탈을 물리쳤다. V리그 출범(2005년 겨울리그)이후 12년 만에 마침내 '봄배구' 정상에 올랐다.

박 감독도 V리그 지도자 경력에서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박 감독은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이란남자배구대표팀을 이끌고 은메달을 따내며 당시 '이란 배구의 거스 히딩크'라는 호칭을 들었다.

그는 아시아 배구에서도 변방에 꼽히던 이란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배구계에서도 강호로 꼽히는 토대를 만든 지도자로 평가받았다. 박 감독은 이런 후광을 등에 엎고 국내로 유턴했다. 지난 2006-07시즌 LIG손해보험 지휘봉을 잡았다.

그러나 V리그 코트는 만만치 않았다. 박 감독은 LIG 손해보험 사령탑 부임 첫 시즌 기예르모 팔라스카(스페인)라는 뛰어난 외국인선수를 데려왔으나 봄배구 진출에 실패했다.

김요한(현 OK저축은행) 그리고 대형 아웃사이드히터(레프트)로 한국남자배구 '간판스타' 중 한 명인 이경수를 함께 보유했지만 봄배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09-10시즌은 그에게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피라타(베네수엘라) 부상도 있었지만 순위 경쟁에 가장 중요했던 현대캐피탈과 맞대결(2010년 1월 30일)에서 2-3으로 패했다. 당시 현대캐피탈에서 뛰던 박철우(현 삼성화재)는 국내 선수로는 처음으로 한 경기 50점을 올렸다.

박 감독은 결국 해당 시즌을 끝까지 마치지 못했다. 중도 사퇴하며 김상우 코치(전 우리카드 감독)가 감독대행을 맡으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팀을 떠난 박 감독은 남자배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그가 대표팀을 이끌면서 중용한 선수는 현재 V리그 각팀에 주요 전력으로 자리잡았다.

당시 대학생이던 전광인(현 한국전력)은 대표팀 세대교체 중심에 있었다. 신영석(현 현대캐피탈) 박상하(현 삼성화재) 송명근·이민규(이상 현 OK저축은행) 등이 '박기원호'에서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박 감독은 대표팀에서도 아픔을 맛봤다.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서 동메달에 그쳤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는 이란과 결승전 승부를 내심 기대했지만 준결승에서 일본에게 덜미를 잡혔다.

박 감독은 2016년 대표팀을 떠나 다시 V리그 코트로 돌아왔다. 대한항공은 2015-16시즌 부침이 심했다. 21승 16패를 기록하며 승률 5할을 넘겼으나 3위를 차지한 삼성화재에 밀려 봄배구 진출에 실패했다.

김종민 감독(현 여자부 한국도로공사 감독)이 시즌 도중 지휘봉을 내려놨고 장광균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는 등 어수선했다. 박 감독은 지난 시즌 소속팀을 정규리그 1위로 끌어올렸다. 대한항공은 한 시즌 만에 봄배구에 나섰지만 목표로 둔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1년 뒤 기어코 첫 번째 별을 유니폼에 새겼다. 박 감독을 비롯한 대한항공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그리고 팬과 구단 프런트 모두에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밤이 됐다. 또한 박 감독도 V리그에 사령탑으로 데뷔한 지 11년 만에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조이뉴스24 인천=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사진 이영훈기자 rok6658@joy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V1 달성 박기원 감독 '11년의 기다림'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