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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하정우, '먹방'이 다가 아니다(인터뷰②)


"관객들도 안다, '먹방'이 별책부록이라는 사실을"

[권혜림기자] 영화 '터널'(감독 김성훈, 제작 어나더썬데이, 하이스토리, 비에이 엔터테인먼트)을 볼 관객에겐 생수 한 병을 사 들고 극장에 입장하길 당부하고 싶다. 터널에 갇힌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초반부터 배우 하정우의 '생수 먹방'으로 보는 이들의 갈증을 부추긴다.

생수병을 들고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는 하정우의 모습은 방금 물을 마신 사람도 목이 타게 만드는 이상한 효과를 낳는다. 케이크 위에 장식을 위해 올려진 작은 오렌지 조각도, 개 사료도, 하정우의 입에 들어갈 때면 어쩐지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하정우표 먹방'이 처음은 아니다. 김, 감자, 소시지, 어묵, 빵, 탕수육, 대파, 복숭아, 평양냉면까지, 하정우는 영화 속 소품을 그 누구보다 맛깔지게 먹어치우는 능력을 가진 배우다. 언젠가부터 그가 새 영화를 내놓을 때면, 이번엔 어떤 '먹방'이 있을지 내심 궁금해진다.

영화에서 정수 역을 맡아 서사의 상당 부분을 홀로 이끌어간 하정우는 자신의 먹는 연기를 기대하는 관객의 심리를 십분 이해하고 있었다. 새 시나리오를 받을 때면 내심 '먹방'이 될 만한 신을 찾아보게 된다는 것이 하정우의 고백이다. 자칫 영화 속 이야기보다 '먹방'이 더 큰 화제가 되지 않을지 부담감이 있는지 묻자 하정우는 명료한 답을 내놨다.

"'먹방'에 대한 부담은 이제 벗어났어요. 처음엔 영화가 나오면 많은 분들이 ''먹방' 없어?'라며 뭘 먹는지를 보는 면이 있었죠. 영화의 본질, 캐릭터를 보지 않고요. '군도' 때는 아예 그걸 노려서 윤종빈 감독과 '대파를 먹어보자'고 했어요. 당시엔 별 것을 다 세팅했더라고요. '여기서 먹고 싶은 걸 고르세요' 하기에 '대파 느낌 있는데? 과일처럼 먹어야겠다' 했으니까요. '군도'는 그게 허용되는 작품이기도 했죠.(웃음)"

'먹방'이 아무리 재미있어도, 관객은 안다. 배우가 얼만큼의 깊이로 연기를 했는지, 이 영화가 어떤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지 가장 영민하게 파악하는 주체가 바로 관객이다. 하정우 역시 이를 알고 있었다.

"지나고 보니 관객들이 알더라고요. '먹방'이 영화의 본질을 망치게 하지 않는 별책부록이라는 것을요. 마치 건빵을 사면 그 안에 들어 있는 별사탕같은 존재라는 것을 아시는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새로운 대본을 보면 '먹는 것 뭐 없나?' 생각하지만, 저는 그저 연기를 할 뿐이죠.(웃음)"

'터널'에서 하정우는 고립된 상황을 재현한 세트에서 대부분의 장면을 소화했다. 영화 속 그가 갇힌 공간은 타고 있던 차량이 압력을 받고 찌그러지며 생긴 빈틈이 전부다. 하지만 붕괴가 이어지며 이 공간의 형태도 조금씩 변화한다. 극 중 정수가 처한 상황을 그려내는 일은 하정우에게도 배우로서 새로운 경험이었다.

"정수가 점차 차 뒷문 쪽도 사용하게 되고, 조금씩 공간이 확장된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좁은 곳에서 연기를 했으니 '컷' 하면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곤 했죠. 도리어 집중이 잘 됐어요. 주변 시야가 좁고 카메라도 숨어있으니 진짜 집중하기 좋더라고요. 연기할 때 배우들도 민망한 것은 똑같아요. 스태프 100명이 쳐다보고 있으면 집중하기 힘들고 불편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터널'의 상황은 몰입도에 도움이 됐어요. 아기자기한 면도 있었고요."

영화 속 갇혀 있는 정수는 바깥에서 정수를 구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구조대장 대경(오달수 분), 남편의 귀환을 애타게 기다리는 아내 세현(배두나 분)과 거의 만나지 못한다. 영화 '암살'에 이어 오달수와 또 한번 가까이서 호흡했지만 대부분 대면한 상황이 아닌 전화 장면을 통한 연기였다. '터널'의 배우들은 집에서도, 심지어 해외에서도 상대 배우의 연기를 위해 기꺼이 전화기를 들고 유선 연기에 임했다.

"고마웠죠. 그들에겐 휴일이었을텐데. 전화 연결만으로도 도움이 됐어요. 달수 형 뿐 아니라 두나 씨도 그랬고, 짧게 통화해준 분들도 그랬죠. 저 역시도 늘 스탠바이 하고 있었어요. 보면 아시겠지만 배두나 씨와 감정적 통화 신이 있잖아요. 저도 집에서 그걸 연기하기 민망했던 기억이 나거든요.(웃음)"

오랜 기간 영화계에서만 활약했던 하정우에게 TV 드라마 출연 계획은 없는지 물었다. 하정우는 "좋은 시나리오나 대본이 있으면 할 것"이라며 "요즘 드라마들의 만듦새가 너무 좋더라"고 답했다.

최근 본 드라마에 대한 질문엔 그답게 엉뚱한 답을 내놨다. 케이블 채널에서 재방송을 보다 아버지 김용건이 출연했던 장수 드라마 '전원일기'를 시청했다는 이야기였다.

"재방송을 해주길래 봤더니 짠했어요. 극 중 금동이에게 사춘기가 온 이야기였는데 그래서 사람들이 금동의 눈치를 보는, 고두심 선생님이 금동이를 친정에 데려갈지 말지 갈등을 빚는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그걸 보고 아버지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했어요. 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보곤 뿌듯한 마음으로 전화를 했는데 '넌 요새 뭐하냐. 전화도 안 하고?'라며 혼이 났죠. '알겠습니다' 했어요. 괜히 전화해서 혼만 났네요.(웃음)"

'터널'은 오는 10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이영훈기자 rok665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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