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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한 날 '수원' 두 팀 연속 경기, K리그에 주는 희망


수원FC 승격으로 가능, 경기 보는 재미 두 배로 선사

[이성필기자] K리그 역사상 같은 연고지의 두 팀이 각각 다른 팀과 홈 경기를 한 날 치른 적은 없었다. 과거 연고지가 정착되지 않았던 시절 서울 동대문운동장이나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시간 간격을 두고 연속 경기를 치렀던 것을 제외하면 없었다.

13일 '축구 수도'로 불리는 수원에서는 흥미로운 일이 일어났다. 오후 2시, 1996년 창단한 수원 삼성이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포항 스틸러스와 K리그 클래식 5라운드 경기를 치렀다.

뒤이어 4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는 2003년 수원시청으로 창단해 2013년 챌린지(2부리그)에 입성, 올해 클래식 승격한 수원FC가 울산 현대를 만나 일전을 벌였다.

수원 월드컵경기장과 종합운동장의 거리는 3.3㎞, 차량으로 5분이면 이동할 수 있다. 수원 삼성의 경기가 끝나면 마음 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수원FC의 경기를 또 볼 수 있다. 마침 이날은 제20대 총선이 있는 날, 임시 공휴일이고 축구를 좋아하는 수원의 팬이라면 충분히 두 경기 관람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다.

기자는 수원 삼성의 경기를 취재한 뒤 수원FC의 경기로 향했다. 차량 정체로 예상 소요시간인 5분에서 두 배가 좀 더 걸린 10분 정도가 소요됐다. 대중 교통을 이용한다면 30분 정도 걸렸을 것으로 짐작된다.

네 곳의 교차로를 지나니 경기장이 나왔다. 주차 시설이 만차라 함께 이동한 동료 기자는 운동장을 다섯 바퀴를 돌고 나서야 주차를 해 전반전이 끝난 뒤 경기장에 입장했다. 종합운동장 시설이 노후하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양 경기장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수원 삼성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축구전용구장에 조직적인 팬 그랑블루가 체계적인 응원을 하는 등 모든 것이 일사불란했다. 반면 수원FC는 최근에야 팬이 느는 추세라 조직적인 응원보다는 분위기에 따라 달랐다. 소위 '아제 문화'도 보였다. 주심에게 애교 넘치는(?) 항의를 하는 등 나름대로 흥미로운 부분도 있었다. 특정 경기장에서만 볼 수 있는 문화는 경기를 관전하는 또 다른 재미 중 하나다.

같은 도시 연고의 다른 팀, 다른 풍경은 향후 벌어질 '수원 더비'를 더욱 흥미롭게 하는 요소가 될 전망이다. 아직 양 팀의 관중 동원력은 차이가 있다. 수원 삼성은 올 시즌 리그 3경기에서 총 3만3천362명을 동원해 경기당 1만1천120명을 기록했다. 수원FC는 총 1만9천928명에 경기당 6천642명이 홈경기를 관전했다.

이전 두 팀의 홈 두 경기는 하루씩 차이를 두고 치러졌지만, 이날은 같은 날 시간차를 두고 경기가 열렸다는 점에서 더욱 비교됐다. 수원 삼성 경기에는 1만1천600명이 입장해 K리그 구단 최초로 700만 관중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수원FC 경기는 3천996명이 찾아 개막 후 5경기 무패 기록을 지켜봤다. 양 팀 경기 결과는 1-1 무승부로 똑같았다.

양 팀 감독은 상호 발전을 기대했다.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은 "오늘 수원FC도 경기한다는 것을 생각하니 축구인으로서 기분이 좋더라. 서울에도 두 팀이 있지만, 인구대비 팀 수가 적지 않은가. 영국 런던에만 가도 7~8개 팀이 한 리그에서 뛰고 있어 부러웠다. 수원이 서울보다 적지만 2팀이 클래식에 있으니 정말 기쁘다"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인구 1천만명이 넘는 서울에도 더 많은 팀이 등장하기를 바란다는 서 감독은 일부에서 시민구단인 수원FC를 두고 "진짜 수원팀은 수원FC"라는 말에 "당연히 우리가 진짜 수원이지 않은가. 말이 되지 않는다. 팬으로서는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웃었다.

조덕제 수원FC 감독도 "선수들이 준비운동을 하는 동안 나는 수원 삼성의 전반 경기를 다 봤다. 그 이후 미팅도 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가까운 이웃이지만 수원 삼성이 조금은 힘든 상황이지 않은가. 개인적인 생각에 두 시에 수원 삼성 경기를 보러 간 팬들이 잘 보고 응원한 뒤 수원FC는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으로 와서 봐주셨으면 하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라며 양 팀의 연계 효과를 기대했다.

이어 "경기가 진행되면서 많은 관중이 들어오더라. 결국, 관중은 우리가 어떤 것을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고정 팬이 생기고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팬도 수원 삼성 경기를 보러 가지 않을까 싶다. 한 도시에서 두 경기를 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라고 전했다.

규모와 성격의 차이가 큰 양 팀은 오는 5월 14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첫 더비로 만날 예정이다. 결과는 논외로 치더라도 같은 연고의 두 팀의 경기가 열린다는 것은 K리그에도 큰 축복이다. 프로축구의 경제, 산업적인 규모와 가치를 키우기에도 그만이다. 수원발 연속경기의 힘이 K리그를 살찌우는 토양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만하다.

조이뉴스24 수원=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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