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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 윤제균 감독 "관객이 행복한 영화 만들겠다"(인터뷰)


한국영화 기대작 '국제시장'으로 5년만에 컴백

[정명화기자] "누구나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이 다르다. 나는 관객이 재미있어 하고 행복해 하는 영화가 좋다. 취향이 잘 바뀌지 않듯이 내 영화도 잘 안 변할 것 같다."

한국영화계에서 손 꼽히는 스타 감독이자 최고의 흥행타율을 자랑하는 윤제균 감독이 5년만에 신작을 들고 돌아왔다. 올 겨울 영화 흥행 예상도에서 빠지지 않고 기대작으로 이름을 올려온 '국제시장'이 바로 그 회심의 역작이다.

지난 4년 동안 시나리오에서부터 프리 프로덕션, 촬영과 후반 작업까지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국제시장'은 한국전쟁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한 남자 '덕수'(황정민 분)의 일생을 그린 작품이다.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우리네 아버지에게 바치는 헌사이자 윤제균 감독이 연출 데뷔 때부터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화 '해운대'로 천만 관객 동원의 흥행 감독으로 이름으로 올린 후 내놓는 신작인만큼 '국제시장'에 쏟아지는 기대는 크다. 언론시사회 이전부터 두번째 천만관객 동원 이야기가 솔솔 전해졌다. 개봉을 앞두고 '한국영화 구원투수', '올해 마지막 천만영화' 등 기대를 한 몸에 지고 있는 윤제균 감독의 심정은 어떨까. 짐작할 수 있지만, 부담과 기대, 초조함으로 어깨가 무거워 보였다.

지난 5년 동안 '퀵', '칠광구', '스파이' 등을 제작하며 한편으로 '국제시장'을 준비한 윤제균 감독은 흥행 예상을 묻는 질문에 "흥행은 아무도 모른다"며 "'해운대' 이후 흥행에 일희일비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이하 일문일답

-영화를 보며 우는 관객들이 많았다. 연출의도에 맞는 반응이 나오는 것 같나?

"'국제시장'은 감독 입장에서 정말 절제를 많이 한 작품이다. 관객을 어느 지점에서 웃게 하고 울리겠다는 의도보다 외려 관객 반응이 더 좋은 것 같다. 관객들이 웃고 우는 것은 연출의 힘이라기 보다 배우들의 공이 크다. 배우들이 너무 잘 해줬다.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서 관객들에게 공감대를 주는 것 같다."

-가족을 위해 헌신한 아버지의 이야기인데, 직관적 제목이 아닌 국제시장으로 제목을 지은 이유가 있나?

"제목 자체에서 사람 냄새, 서민 냄새가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공간을 제목으로 지었는데 시장이 가지고 잇는 어감이 너무 좋았다. 상류층보다는 서민들의 공간의 의미로 시장이 가지는 어감이 좋아서 제목으로 지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이 쌓인, 특별한 장소이기도 하고."

-흥행에 대한 기대 어린 시선이 많다.

"부담감이 있다. 한국영화가 여름 이후 좋은 성적을 못 내고 있고, 외화 반응이 더 좋은 상황이라 걱정이 된다. 5년만에 나오는 작품이어서 더 부담도 되고. '해운대'가 천만관객이 넘어갔을 때 '아 이게 뭔가'하며 정신이 안 들었다. 그러면서 마음을 내려놓게 됐다. 흥행에 대해서는 일희일비 하지 말자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

-영화의 많은 부분에 컴퓨터 그래픽이 쓰였다. 공부를 많이 했을 것 같은데?

"기술적인 부분은 제작할때 많이 공부가 됐다. '해운대' 때도 CG를 썼고, '퀵'과 '칠광구'를 하면서 특수효과 부분은 경험을 많이 쌓았다. 이번에 새롭게 도전한 기술은 '에이지 리덕션(Age Reduction)'인데 전세계 최초로 영화에 도입했다. 쉽게 말해 나이를 줄이는 기술인데, 일본 업체에서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 기술이 사용됐다. CG 가격이 비싸기도 했지만, 광고 영상 외에 긴 호흡으로는 처음 도전하는 거라 일본 쪽에서도 상당히 공을 들였다.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20대 장면은 모두 이 기술이 사용됐다."

-주연배우들을 어리게 만드는 것보다 더블 캐스팅을 고려하진 않았나?

"더블 캐스팅은 피하고 싶었다. 한 사람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라 시간 순으로 계속 연결되기 때문에 다른 배우가 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꼭 한 배우가 가야한다고 생각했고, 그렇다면 20대에서부터 70대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그래서 황정민이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대의 로맨스에서 풋풋함까지 황정민이 너무 잘해줬다."

-에이지 리덕션 외에도 과거 공간을 그리는데 그래픽과 미술로 고증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개인적으로 흥남철수 장면은 가장 공들인 부분이다. '앞으로 흥남 철수 관련된 영화는 못 나오게 하겠다'는 마음으로 찍었으니까(웃음). 그만큼 그 어떤 영화보다 잘 찍고 완벽하게 고증하고 싶었다. 그런데 흥남은 영상이나 지형도 자료가 많이 없다. 그래서 흥남은 거의 항공 사진을 토대로 작업을 했다. 국제시장의 과거는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경험과 기억으로 고증을 거쳤다. 과거 자료도 많이 참고했다. 부산 기장에 대규모 세트를 지어서 촬영했는데, 영화 5편을 찍는만큼의 세트를 짓고 부순 것 같다. 영화에 등장하는 장소가 현재까지 남아있는 곳이 거의 없다. 이산가족 찾기 장면에서도 여의도 광장이 없어져서 부산 수영만에서 촬영하고 KBS 방송 장면은 현 KBS 건물 앞과 남원 KBS를 오가며 촬영했다. 한 장면도 쉬운 신은 없었다."

-영화를 본 관객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이 영화는 거창하고 거대한 담론을 이야기하는 작품은 아니다.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현대사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으면서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오락물이 됐으면 한다. 부담이나 선입견 없이 따뜻하게 볼 수 있는 가족영화, 그렇게 봐주었으면 한다."

"영화를 바라보는 감독의 눈높이 자체가 영화를 결정하는 것 같다. 결국은 관객에게 공감을 얻어서 내 영화를 좋아해주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대중적인 감독의 시선이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윤제균 스타일의 영화를 안 좋아한다 해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지금까지 대중적인 영화를 만들어왔는데, 일명 예술영화, 작가주의 영화에 대한 욕심은 없나?

"아트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한다. 감독이 영화를 만들 때 어디에서 희열을 느끼느냐에 따라 영화의 색도 다르다고 생각한다. 난 일부 식자층에게 칭찬받는 영화보다는 많은 대중에게 칭찬을 받는 영화를 하고 싶다. 관객이 행복해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그것이 내 취향이고, 취향은 잘 변하지 않는다. 작품성을 노린다면 그건 교만인 것 같다. 내 능력이 안되는 것을 하는 것보다 잘 하는 것을 웰메이드로 만들어내는 것이 내 몫이라고 생각한다."

조이뉴스24 정명화기자 some@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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