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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 농염하고 관능적이다…피아노와 성적 메타포


5화, 혜원과 선재의 두 번째 연탄

[권혜림기자] JTBC 드라마 '밀회'의 주 소재는 클래식 음악과 피아노다. 특히 피아노는 20세 차 남녀 주인공 각자에게 더없이 소중한, 혹은 소중했던 악기이자 이들이 뜨겁게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도구이기도 하다.

지난 3월31일 방영된 '밀회' 5화에서는 극 중 오혜원(김희애 분)과 이선재(유아인 분)가 또 한 번 피아노 연탄을 선보였다. 지난 3월18일 방영된 2화 속 연탄곡인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판타지아(Schubert Fantasy in F minor D.940)'와는 묘하게 다른 분위기의 연주였다.

긴장감과 희열이 뒤엉켰던 첫 번째 호흡과 달리, 두 사람은 마음껏 웃고 장난치며 연주를 즐겼다. 악보를 두 장 넘긴 줄도 모르고 연주에 몰두한 혜원, 호탕하게 웃으며 이를 바로잡은 선재는 복잡했던 감정의 실타래를 모두 잊은듯 하나가 됐다. 연주를 마친 두 사람의 얼굴엔 앞서 냉랭했던 분위기까지 단숨에 뒤엎을 만한 기쁨이 어렸다.

그리고 '밀회' 5화의 명대사가 등장했다. "우리 한 번 더 해요." 피아노를 한 번 더 함께 연주하자는 말이 이렇게 색정적으로 들릴 수 있을까. 환희를 이어가고 싶은 선재에게, 혜원은 "오늘은 여기까지"라며 선을 긋는다.

정황 상 '한 번 더' 뒤 생략된 목적어는 분명 '연주를'인데, 수위를 넘어선 상상을 하게 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밀회' 속 피아노가 어디 그냥 악기였던가. '격정 피아노 신'이라 불린 2화 속 연탄 장면에서 시청자들은 이미 여느 정사 신 못지 않게 농염한 기운을 읽었다. 더 말할 것도 없이, '밀회'의 피아노는 성(性)적 메타포다.

혜원과 선재의 두 번째 연주 후, 자신과 키스한 기억을 없던 일처럼 만들어버린 혜원에게 "그 날 저한테 왜 화내셨어요?"라고 따져 묻던 선재는 사라졌다. "사람이 어떻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사니?"라며 맞서던 혜원의 표정도 온데간데 없었다.

냉랭한 얼굴로 키스를 퍼부은 뒤 "지금 너 아주 무섭게 혼내준거야"라고 날서게 내뱉던 혜원은 피아노 앞에서만큼은 모든 벽을 부숴버린듯 자유롭게 움직였다. 피아노를 치는 손과 팔이 얽히고 소리가 섞이는 순간, 두 사람을 둘러싼 불안한 정서도 잠시 옅어진다.

선재는 힘들었던 시기에 피아노를 다시 치라고 권해주고, 흔들리는 마음도 읽어주고, 키스까지 받아줘놓고 이제와 혜원이 자신을 모른척 하는 이유를 연습까지 해가며 캐묻는다. 하지만 "말 참 많다"는 타박만 들을 뿐 별다른 수확을 얻지 못한다.

이후 선재는 더 많은 말을 하는 대신 신청곡을 쳐 주겠다고 응수한다. 20세 차 유부녀와 청년, 스승 아내와 제자의 금기된 사랑은 언어화될수록 위험하다. 그걸 아는 혜원은 피아노 앞에서만, 말 대신 몸과 소리, 연주로만 욕망을 드러낸다. 영악한 처세의 달인 오혜원답다.

그러나 흔들리는 마음 앞에선 제아무리 완벽한 커리어우먼이라도 평정심을 잃는다. 선재가 머무는 자신의 집에 다미(경수진 분)가 찾아왔다는 것을 알고, 혜원은 가사도우미에게 둘이 함께 할 식사를 차리라고 당부하는 한편 "방 문은 열어두라"고 주문한다. 의심은 사기 싫지만 선재와 다미의 '밀회' 역시 탐탁치 않은 마음이다.

5화의 후반부, 선재를 만난 혜원이 "네가 하루종일 나만 졸졸 쫓아다니면서 '한 번 더 해요' 그러면 (귀찮을 것)"이라고 말한 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피아노에요"라고 강조하는 장면은 이후 그려진 혜원의 흔들림과 흥미롭게 병치된다. 파티션 사이로 둘의 대화를 훔쳐보는듯한 카메라의 시선은 이번에도 관능적이다.

선재의 이마와 목에서 작은 상처를 발견한 혜원은 다미와 싸우다 그렇게 됐다는 선재의 말에 애써 태연한척 답한다. 그러나 의상을 갈아입으려는 선재의 목을 유심히 보던 그는 선재와 다미의 정사를 상상하고 만다.

'밀회'의 피아노는 그런 여인의 욕망과 관능을 휘몰아치게 만드는 악기다. 나이만으로도 싱그러운 20세 청년이 피아노와 함께 오혜원을 찾아왔다. 매혹적일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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