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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메가박스 상영 중단, 韓영화인들 뿔났다(종합)


"일방적 통보…표현 자유 침해" 한 목소리로 비판

[권혜림기자]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의 메가박스 상영 중단 사태에 한국 영화인들이 한 목소리로 비판의 날을 세웠다.

9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 중단에 대한 영화인 기자회견이 열렸다.

영화인회의·한국영화감독조합·한국영화제작가협회·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한국독립영화협회·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여성영화인모임·영화마케팅사협회·한국영화평론가협회·스크린쿼터문화연대·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등 12개 단체가 힘을 보태 마련된 이날 자리에는 일부 단체를 대표하는 영화인들이 참석했다.

백승우 감독이 연출한 '천안함 프로젝트'는 3년 전 북한의 어뢰에 폭침됐다고 결론지어진 천안함 사건에 대한 국방부 보고서를 토대로 여러 지점에 의문을 제기하는 다큐멘터리다.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진실 추적을 위한 소통을 역설한다.

영화는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12세관람가 분류를 받았고 천안함 사건 일부 군 관계자들과 유족들이 사법부에 제출한 상영금지가처분신청에서도 기각 판결을 얻었다.

애초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중에서는 유일하게 메가박스에서 상영을 결정하고 22개 극장을 잡았지만 지난 5일 개봉 후 상영 하루 만인 지난 6일 상영 중단 통보를 받았다.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보수 단체의 협박 탓에 관객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첫날 전국 33개관에서 개봉, 약 2천30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다양성영화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터라 더욱 의문을 낳았다.

'천안함 프로젝트'의 제작에 참여했고 영화의 언론 배급 시사 후 기자간담회에도 참석했던 정지영 감독은 "왜 그렇게 안타까운 판단을 했는지 메가박스에게 묻고 싶다"며 "더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을 몰랐나. 바로 재상영을 결정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어떤 단체가 압력을 가했는지 밝혀야 한다"며 "이 일이 대한민국의 수치로 보도되지 않도록 하루빨리 잘 수습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영화를 연출한 백승우 감독은 "두 가지를 묻고 싶다"며 "수많은 배경이 있고 다양한 해석이 있는데 이 사안에 대해선 왜 종교 이상의 믿음을 강요하는지와, 흔치 않게 법원에서 제 진정성을 허가하길 바랐던 영화인데 이렇게 (상영 중단을) 강요하는 분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묻고 싶은지가 궁금하다"고 씁쓸한 심경을 밝혔다.

제작사 아우라픽쳐스 정상민 대표는 "메가박스 측에서 사정에 대한 설명을 했지만 우리 의견이 반영되지는 않았다는 점에 비춰 협의가 아닌 통보로 받아들였다"며 "지난 7일 메가박스 24개관에서 상영이 중단됐고 예매 관객에 대한 환불 조치가 이뤄졌다. 이 사안이 단지 '천안함 프로젝트'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영화계 전체의 문제라 판단해 영화계 단체들이 모여 대책 회의를 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영화가 개봉 전부터 상영금지가처분신청에 휘말리는 등 고비를 넘고 개봉하게됐음에도 불구, 이 같은 사태를 맞게 된 것을 재차 아쉬워했다. 그는 "가처분신청 등 많은 우여곡절에도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관객들의 힘 덕에 개봉했다"며 "다른 멀티플렉스와 달리 어렵게 상영관을 열어 준 메가박스의 용기가 단 이틀만에 쉽게 꺾이다니 납득이 어렵고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이는 영화 상영과 배급의 문제가 아닌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문제, 영화계 전체, 나아가 사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재발 방지와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 이준익 감독은 "이 영화는 적법 절차를 거쳐 12세관람가의 조건으로 정상적인 상영관에 개봉했다"며 "관람하는 도중에 특정 단체의 압력 탓에 상영이 중단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라며 "적법 활동에 제재가 있는 것만도 불합리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래서 이 회견이 열렸다"고 말을 이어간 이준익 감독은 "대한민국 영화인들이 마음 속으로 '앞으로 영화를 기획하고 찍을 때 눈치를 봐야겠구나. 특정 단체나 이슈에 대해 조마조마 조심스럽게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검열하며 영화를 찍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또한 "창작자들이 자기 검열에 심한 심리적 압박을 받는다는 것은 대한민국 문화콘텐츠 의 표현의 자유를 저해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영화감독들은 이런 사건에 경각심을 가질 것"이라고 알렸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을 대표해 참석한 최은화 프로듀서는 "조합이 평소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이 건에 있어서는 30분 만에 대표진 전원 찬성으로 기자회견과 성명 참석을 결정했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그는 이번 상영 중단 문제를 두고 "정치적 문제를 넘어선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며 "지난 7일 모임에서 12개 단체가 한꺼번에 의견을 모으지는 않았지만 날이 갈수록 한 팀씩 모이더라. 당연히 해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 이 자리에 모였다. 사건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바"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 후 12개 단체는 이번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회를 발족할 예정이다. 정지영 감독은 "기자회견으로 끝나면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회견 종료와 동시에 진상규명회를 만들고 메가박스와 문화관광부에 면담을 요청, 사태 해결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12개 단체는 성명을 통해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중단 영화인진상규명위원회 발족을 선언하며 ▲메가박스 측이 협박을 한 보수 단체의 이름을 밝히고 수사 당국에 고발할 것 ▲수사당국은 해당 보수단체를 신속히 수사해 검찰에 송치할 것 ▲문화관광부는 문화예술정책담당부처로서 이번 사태가 한국영화 발전의 위축으로 번지지 않기 위해 '천안함 프로젝트' 재상영의 최선의 행정력을 즉각 발휘할 것 세 가지 사안을 요구했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박세완기자 park9090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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