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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첫 홈 6실점 수원, 무엇을 잃었나?


[이성필기자] 시즌 초반 잘 나가던 수원이 가시와 레이솔(일본) 암초에 강하게 충돌하며 좌초 위기를 맞았다.

수원은 3일 가시와와의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H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2-6으로 참패했다. 수원이 홈에서 원정팀에 6골을 허용하기는 처음이다. 또,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경기 중에는 지난 2010년 11월 7일 시즌 최종전 전북 현대전 1-5 패배 후 원정팀에 가장 많은 골을 내줬다.

그야말로 굴욕 중 대굴욕이었다. 무려 4개의 페널티킥을 얻고도 그 중 3개를 놓치는 등 자멸했다. 새로운 불명예 기록을 쓴 수원 입장에서는 속이 쓰릴 수밖에 없다. 하필 상대가 '한-일전'으로 포장된 일본 J리그 팀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가시와는 지난해 전북을 홈으로 불러 5-1로 대파하는 등 K리그 클래식 팀들을 효과적으로 요리하는 법을 익힌 듯한 모양새다. 수원이 제대로 희생양이 된 것이다.

현역 시절 일본에 강한 면모를 과시했던 서정원 감독은 이날 충격적인 경기 결과에 오히려 담담했다. 서 감독은 "나와 선수들의 의욕이 너무 넘쳤던 것이 패인이 된 것 같다"라며 다소 흥분된 상태에서 경기를 한 것이 문제였다고 냉철하게 분석했다.

오히려 많은 공부가 됐다고 전한 서 감독이다. 그는 "선수들이 의기소침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걱정스럽다. 문제점을 잘 보완해서 다음 원정 경기를 준비하겠다"라며 나름 얻은 것이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수원으로서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K리그 클래식 개막 후 3승1패로 순항 중인데다 그 동안 경기 내용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부상자 발생이 발목을 잡았다. 특히 미드필드에서 가시와에 밀린 것이 너무나 컸다. 서 감독은 경기 전날 "오장은이나 박현범이 돌아왔고 그들이 충분히 미드필드에서 큰 역할을 해줄 수 있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뚜껑을 여니 역시 문제는 미드필드였다. 공격을 조율하는 김두현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킬러 패스를 넣어줄 자원이 없었다. 오장은이나 박현범 모두 홀딩 성향이 강하다. 자리를 지키는 축구를 하다보니 가시와의 패스를 전방에서부터 차단하지 못했다. 이 모든 것이 실점으로 연결됐음은 자명하다.

오장은이나 박현범 모두 부상 복귀 후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춰봐 아직 조화롭지 못하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미드필드진의 경기력이 떨어지다보니 상대의 속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당연히 뒤로 물러섰던 수비라인도 앞 공간을 커버하지 못했고 이 역시 상대의 공격 루트로 활용됐다.

수원구장의 그라운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점도 참패에 한 몫 했다. 특히 페널티킥 시 볼을 놓는 지점인 페널티 스팟이 떠 있는 것을 정대세나 수원 프런트들이 모두 확인했던 터라 더 아쉬웠다. 정대세는 두 차례나 페널티킥을 실축했다. 주변 잔디보다 이 곳의 잔디가 뿌리를 덜내리린 상태여서 킥을 시도할 때 실축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라운드 관리는 수원 구단이 아닌 월드컵경기장 관리재단이 담당한다. 선수단은 경기 당일에야 잔디 상태를 알 수 있다보니 미리 대처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가시와는 경기 전날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훈련하며 상태를 점검했다. 수원 관계자는 "일주일 전에서야 페널티마크 잔디 관리를 하더라"라며 아쉬운 속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물론 실축도 경기의 일부라 수원으로선 변명의 여지가 없다. 실점이 거듭될수록 선수들은 빨리 경기가 끝나기를 바라는 듯한 무기력증에 빠졌고, 막아야 할 선수를 놓치며 방황했다. 수원에는 잊고 싶은 90분이 됐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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