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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메달 홍명보호, 와일드카드가 일등공신


[이성필기자] 한국 축구에서 와일드카드라는 단어 뒤에는 항상 '절반의 성공', '잔혹사', '실패'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와일드카드가 처음으로 도입된 1996 애틀랜타 올림픽부터 2008 베이징올림픽까지 한 번도 와일드카드를 통한 만족을 느껴보지 못했다. 한국 특유의 선후배 문화 때문에 와일드카드가 오히려 조직력을 해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어쩌면 한국 축구에 와일드카드는 계륵에 가까웠다.

그러나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와일드카드는 성공의 상징이 됐다. 고심 끝에 선택한 와일드카드라 더 의미가 있었다.

홍명보 감독은 3명의 와일드카드를 선택하면서 최전방 공격수로 박주영(아스널)을 찍었다. 최후방을 책임질 골키퍼에는 2010 남아공월드컵, 2011 아시안컵 등을 거치면서 기량이 업그레이드된 정성룡(수원 삼성)을 낙점했다. 중앙 수비수로 내정하고 있던 이정수(알 사드)의 합류 불발로 노련한 오른쪽 풀백 김창수(부산 아이파크)를 불러왔다.

홍 감독은 이들 와일드카드를 다른 선수와 똑같이 대했다. 팀에 스스로 녹아들도록 특별 대우 같은 것은 해주지 않았다. 세 명 모두 선수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수하고 용기를 주는 역할을 했다. 전술적으로도 튀지 않고 팀의 일원으로 움직였다.

모두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포지션이다. 그런데 대회가 시작되고 이들은 돌아가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박주영은 골 가뭄에 시달렸지만 스위스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승리를 만드는 헤딩골을 터뜨리며 8강 진출에 연결고리 역할을 했고, 일본과 숙명적으로 만난 3-4위전에서는 승리를 부른 천금의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다.

정성룡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안정적인 방어를 선보이며 조별리그 통과를 이끌었고 영국전에서는 아론 램지의 두 번째 페널티킥을 선방했다. 마이카 리차즈와 공중볼 다툼을 벌이다 어깨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당해 브라질전을 걸렀지만 일본전에 선발로 나서 후배들을 이끌며 2-0 승리를 함께 제조했다.

영국전에서 요골 부상을 당한 김창수도 조별리그 3경기를 풀타임 소화하며 공수에서 완벽한 조화로움을 보여줬다. 적절한 공격 가담과 타이밍 좋은 가로지르기, 그리고 확실한 일대일 수비 능력까지 모든 게 깔끔했다.

이들이 모두 선발 출전하지 못했던 브라질과 준결승에서는 골키퍼 이범영(부산 아이파크)과 풀백 오재석(강원FC)이 나섰지만 다소 아쉬운 활약을 했다. 특히 초반 팽팽하게 맞서다 경기 주도권이 브라질로 넘어가는 선제골을 실점하는 과정이 그랬다. 그 정도로 홍명보호에서 와일드카드의 비중은 컸다.

일본전에서는 박주영과 정성룡이 돌아와 활약했다. 박주영은 전반 38분 일본 수비수 세 명을 바보로 만드는 선제골을 넣으며 존재감을 과시했고 정성룡은 전반 27분 게이고 히카시의 결정적인 슈팅을 펀칭해내는 등 안정감 있는 방어를 보여줬다. 이후에도 둘은 이름값을 해주며 승리의 공신이 됐다. 한국 축구 새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자랑스런 와일드카드들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카디프(영국)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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