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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킹', 의미심장한 해피엔딩…무거운 숙제 던졌다


[이미영기자] '더킹 투하츠'의 하지원과 이승기가 결혼으로 해피엔딩을 맞았다.

지난 24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더킹 투하츠' 마지막회에서는 하지원과 이승기가 전쟁의 위기를 막아내고, 결혼에 골인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일반적으로 드라마에서 '결혼'은 남녀주인공의 사랑의 결실을 알리는 가장 명확한 장치. 때문에 과거 수많은 드라마들이 두 남녀가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는 것으로 해피엔딩의 결말을 맞았다.

결말만 두고 봤을 때 '더킹 투하츠'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두 사람은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고 결혼에 골인했고, 아이도 낳았으며 가정을 이뤘다.

그러나 '더킹 투하츠'가 여기까지 이르는 과정, 두 사람이 갖는 결혼의 의미는 여타 로맨스 드라마들과는 달랐다. '더킹 투하츠'의 장르가 블랙코미디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

'더킹 투하츠'는 북한 특수부대 여군장교 출신 김항아와 천방지축 안하무인 남한왕자 이재하가 만나 우여곡절 끝에 사랑하게 되고, 둘이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블랙코미디다. 그러나 단순히 남녀간의 스토리에 집중하지는 않았다.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과 사회 부조리 등을 향해 허를 찌르는 대사들은 블랙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줬다. 현 남북간의 정치이념, 미국 등 강대국에 휘둘리는 남북한의 모습 등은 실제 현실을 날카롭게 반영했다. 단순히 보고 웃고 마는 것이 아닌, 시청자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던져준 것.

물론 이같은 블랙코미디의 요소들이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 때문에 하지원과 이승기의 로맨스 비중이 줄어들었고, 유머 코드가 사라졌으며, '너무 어렵다'는 이색 불만이 쏟아지면서 시청자들이 떠나갔다. 시청률도 하락하며 수목극 3위로 추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킹 투하츠'는 뚝심있게 블랙코미디를 지향했다. 마지막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북한이 국제 사회에서 고립되는 상황, 남북이 팽팽하게 맞서고 혹은 강대국에 휘둘리는 모습은 현실과 맞닿아 있었다. 북한이 남한을 기습공격하려는 장면은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우리의 불안감이 내재된 모습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풀어나가는 데에서 이 드라마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배우들의 입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을 알렸고, 동시에 두 남녀의 결합이 갖는 당위성을 주장했다.

드라마는 "전쟁이 벌어질 경우 남북한 모두 6, 70년대 수준으로 떨어지고, 40대 이하의 남자는 다 죽는다. 민족의 공멸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강대국에 기대지 않고, 남북한의 갈등을 풀어나가는 도구로 재하와 항아의 결혼을 선택한 것은 다소 뻔하지만 시청자들에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특히 김봉구의 마지막 발악은 인상적이었다. 재하와 항아가 결혼하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듯 했지만 김봉구의 대사는 시청자들에게 무거운 숙제를 다시 안겼다.

국제재판소 감옥에 수용된 김봉구는 자신을 찾아온 재하에게 "내가 이긴거야. 전쟁 직전까지 가봤잖아. 무서웠잖아"라며 "너희한테는 이미 큰 트라우마가 생긴 거야. 사이렌 소리만 들어도 깜짝깜짝 놀랄거다. 그거 한국만 그래. 전쟁을 겪어본 나라. 그래서 너희들은 더 불안해질 거야. 당했던 게 무서워서 더 무기만 사들일 거고 더 안보에만 집중할거야"라고 비웃었다.

재하는 "막아냈잖아. 스스로 막아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전쟁이라는데 그걸 막아냈는데 뭘 못하겠어. 고마워. 우릴 강하게 만들어줘서"라고 응수했다.

봉구의 말처럼, 재하와 항아 앞에 완전한 평화가 찾아오지는 않았지만 이를 헤쳐나가며 단단해진 모습을 보였다. '더킹 투하츠'는 단순히 결혼을 통해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가 아니었다. 의미심장한 해피엔딩, 그리고 마지막까지 개념으로 가득 채우면서 시청자들의 호평이 쏟아졌다. '더킹 투하츠'는 마지막회에 블랙코미디의 진면목을 드러내면서 3개월 대장정을 마감했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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