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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톤 김동규 "낭만 사라진 시대, 행복지수 높이는 건 문화"


"30년 넘게 음악의 길, 자부심 크다…앞으로도 전력질주"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이젠 선수로 뛸 날이 많이 안 남았어요. 내 인생의 최절정에 달할 때까지 전력질주 할 생각입니다."

트레이드 마크인 콧수염과 호탕한 미소, 대중에게도 친숙한 김동규는 세계적인 바리톤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성악가다. 1991년 오페라 토스타로 데뷔한지 꼭 30년이 지났다. 긴 세월만큼이나 화려한 이력이 쌓였다. 한국인 바리톤 최초로 이탈리아 라스칼라 오페라극장 무대에 섰고,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다 귀국한 후 클래식 대중화에 앞장 서며 다양한 무대에 섰다. 국민 애창곡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덕에 김동규는 가을의 남자로 불리곤 했다.

오는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바리톤 김동규의 프리미엄 콘서트_ 가을, 어느 멋진 날에' 콘서트를 여는 성악가 김동규가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정소희기자]
오는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바리톤 김동규의 프리미엄 콘서트_ 가을, 어느 멋진 날에' 콘서트를 여는 성악가 김동규가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정소희기자]

'국가대표'급 성악가인 그는 여전히 '현역'으로 뛰는 선수다. 오는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바리톤 김동규의 프리미엄 콘서트_ 가을, 어느 멋진 날에'(이하 '가을, 어느 멋진 날에') 콘서트 준비에 여념이 없는 김동규를 만났다.

김동규는 코로나19로 멈춰버린 문화 생활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텔레비전에서조차 음악인들의 아름다운 연주를 들어본지 오래, 정치와 부동산이 이 시대의 화두가 됐다. 그는 "텔레비전에서 좋은 음악을 소개했는지 한번쯤 묻고 싶다. 누군가의 가치있는 인생관을 다뤄봤는지 묻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동규는 "지금 시대는 견디며 살고 있다. 음식도 집에서 시켜먹고, 사무실 대신 집에서 일한다. 움직임이 없으니, 열정을 갖고 살아내기 힘들다"라며 "낭만이 없어진 시대"라고 한숨 쉬었다.

김동규 역시 코로나19 시국에 음악을 하며 '무기력'을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김동규는 "계속 움직여야 발전하는데 정체되서 발전이 없다"라며 "뭐 좀 하려고 하면 '코로나'부터 튀어나온다. 의욕을 갖고 뭉치는 아티스트들은 위축이 될 수 밖에 없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비단 음악인 뿐만 아니라 코로나에 갇혀있는 혹은 움직일 동력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살아있음'을 느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밥만 먹는다고 살아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 살아있는 거죠. 모두가 살아있는 것을 진하게 느끼면 좋겠습니다. 세대가 다르면 고민이 다를텐데 지금은 어떤 세대를 통틀어도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잖아요. 어려운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며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도 모르게 '너무 갇혀있지 않나' 반성해볼 필요가 있어요. 규제에 어긋나지 않는 선 안에서 행복지수를 높였으면 좋겠어요."

김동규는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는 사회에서, '행복지수'를 높이는 것은 '문화'라고 이야기 했다. 그는 "'문화혁명'이 일어나면 좋겠다"라며 이 시대의 문제점을 짚었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건 '멋'을 지키자는 겁니다. 우리가 왜 사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짚고 넘어가야 해요. 이 상태라면 정말 심각해져요. 무엇에 가치를 두드냐가 중요한데, 돈과 권력에 가치를 두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방구석에 박혀서 부동산에 집착하는 사람이 되지 말고, 이런 날씨엔 예술의 전당에 와서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의 가치관이 파괴되지 않을까, 이 세계가 너무 걱정이 되요. 경제와 함께 문화도 같이 발전하는 밸런스가 중요한데, 우리가 경제 일레븐이 됐다고 해서 과연 문화도 일레븐일까요. 삶이 피폐하지 않았으면 해요."

오는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바리톤 김동규의 프리미엄 콘서트_ 가을, 어느 멋진 날에' 콘서트를 여는 성악가 김동규가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소희기자 ]
오는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바리톤 김동규의 프리미엄 콘서트_ 가을, 어느 멋진 날에' 콘서트를 여는 성악가 김동규가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소희기자 ]

김동규에게 '멋'은 음악이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국민들에게 위로와 힐링을 전하기 위한 공연은 역설적으로 그에게도, 음악을 하는 동료들에게도 활력이고 에너지가 됐다.

"그래서 음악이 참 좋아요. 정말 위로가 많이 되요. 악보 하나 하나 볼 때마다 행복해요. 작업을 할 때는 친구들이 같이 밥 먹자고 해도 안 나가요. 밖에 나가도 빨리 음악을 하고 싶어요. 내가 만든 걸 들으면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삶의 방식이 많이 바뀌었죠. 혼자가 되면서 내 삶의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음악을 찾았어요. 음악이 직업임에도 음악으로 위로를 받는다는건 대단한 행복이죠."

30년 넘게 음악을 해온 그는 여전히 음악을 할 때 제일 행복하다고 했다. 지나온 길에 대한 감사와 자부심도 컸다.

"자부심이 굉장히 크죠. 나라는 사람을 알아본다는 건 감사한 거고, 그래서 더 책임감을 갖고 살았어요. 문화인으로서 제가 노력한 것 이상으로 축복을 많이 받았어요. 100을 노력했으면 1000을 받은 느낌이 있어요."

이젠 어딜 가도 선배가 됐다는 김동규는 "선수로 뛸 날이 많이 안 남았다"라며 "내 인생의 최절정에 달할 때까지 계속 노력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술과 담배를 하지 않고, 체력을 키우며 철저한 자기관리를 하는 이유도 음악과 무대 때문이다.

'현역' 이후의 삶도 그리고 있다. 그의 꿈은 365일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공연장을 만드는 것이다. 다른 누군가에게 음악의 '멋'을 알려주고 싶다는 바람이 깃들었다.

"연주가들이 계속 연주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오늘 영화 볼래?' 그런 것처럼 '음악회 갈래?'라고 하면 '툭' 갈 수 있는 그런 공연장이요. 김동규 독창회가 28일날 한다고 해서 기다렸다가 가는 것이 아니라, '오늘 재즈 공연 있는데 보러갈래?' 그랬으면 좋겠어요. 도심을 떠나 잔디밭에서 음악을 듣는. 허황된 꿈이지만 그린밸트 해제된 곳에 공연장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이 인터뷰를 보고 어느 자치단체에서 공연장을 만들고 싶다고 연락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요(웃음)."

김동규는 '바리톤 김동규의 프리미엄 콘서트_ 가을, 어느 멋진 날에'로 오랜만에 팬들을 만나는 설렘도 전했다. 우여곡절 끝에 개최를 결정한 공연이기에, 그 기다림과 열망은 더욱 크다. 김동규는 "가을만 오면 저를 기다려주고, 제 음악을 아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하게 됐다"라며 "반가운 마음이 크다"고 웃었다.

공연은 오는 28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예술의전당과 인터파크를 통해 티켓을 예매할 수 있다.

오는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바리톤 김동규의 프리미엄 콘서트_ 가을, 어느 멋진 날에' 콘서트를 여는 성악가 김동규가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정소희기자]
오는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바리톤 김동규의 프리미엄 콘서트_ 가을, 어느 멋진 날에' 콘서트를 여는 성악가 김동규가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정소희기자]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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