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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줘 고마워, NEXT 2019"…H.O.T, 17년 만에 쓴 새 역사


17년 만의 잠실 주경기장 공연, 이틀간 10만 팬 '왕의 귀환'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함께 하겠다던 약속 못 지켜 미안해요. 그리고 지켜줘서 고마워요."

흰물결로 뒤덮인 잠실 주경기장, '레전드' H.O.T.가 돌아왔다. 17년이 훌쩍 흐른 지금, 그 시절 우리가 흠뻑 빠졌던 춤과 노래들이 무대를 수놓았다. 5만여 팬들은 시작부터 '떼창'으로, 다시 뭉친 H.O.T.를 뜨겁게 환영했다. "고맙고, 미안하다"는 H.O.T.와 "괜찮다"고 화답한 팬들, 앞으로도 함께 하자는 약속 '우리들의 맹세'를 잠실에 새겼다. H.O.T.의 새 페이지가 시작됐다.

H.O.T.는 13일과 14일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2018 포에버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 콘서트(2018 Forever [High-five Of Teenagers] Concert)'를 개최한다. 지난 2001년 2월 27일 마지막 콘서트 이후 17년 만에 다시 선 잠실 주경기장 무대다. 공연장을 꽉 채운 5만여 관객이 뜨거운 함성으로, 긴 기다림 끝에 무대에 오른 H.O.T를 맞았다.

콘서트 첫날인 13일 이른 아침부터 잠실 주경기장 앞에는 수많은 팬들이 몰려들었다. 팬들은 1997년으로 돌아간 듯한 복고 패션과 현수막, 추억의 소품을 꺼내들었고, 2018년 콘서트 새로운 굿즈를 구입하기 위해 긴 줄을 섰다. 오전 9시 판매 개시와 함께 일부 굿즈들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기다리던 팬들은 발을 동동 거렸고, H.O.T.의 새로운 우비, 야광봉을 받아든 팬들은 즐거워했다. 십수년 넘게 고이 모셔둔 클럽 H.O.T.의 우비를 입은 팬들과 2018년 새로운 우비를 입은 팬들이 뒤섞이며 '타임머신'을 탄 듯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어둠이 내려앉은 잠실 주경기장, 17년 전 흰풍선 대신 야광봉을 든 팬들이 H.O.T의 이름을 연호했고 마침내 멤버들이 무대에 섰다. 데뷔곡 '전사의 후예'로 공연의 포문을 연 H.O.T.는 '늑대와 양' '투지' 등 히트곡을 연달아 소화하며 그 때 그 시절 추억을 소환했다. 현역 시절을 연상케 하는 여전한 카리스마와 퍼포먼스에 팬들은 떼창을 하며 무대를 즐겼다.

멤버들은 멘트 대신 히트곡 무대를 이어갔다. 감미로운 보컬이 돋보인 'The Way That You Like Me'와 그 당시 수화 안무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아웃사이드 캐슬', 사회비판 주제가 돋보였던 '열맞춰' 등으로 분위기를 달궜다. "안 춥죠?"라며 팬들에 짧은 첫 인사를 건넨 후 곧장 '아이야'로 열정적인 무대를 보였다. 문희준의 '가위손' 소품까지 더해지며 팬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H.O.T. 멤버들은 무려 7곡을 소화한 후에야 팬들에 제대로 인사를 건넸다. 데뷔 당시처럼 "안녕하세요. H.O.T.입니다"라고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고, "곧 마흔살"이라는 막내 이재원을 시작으로 강타, 문희준, 토니안, 장우혁이 차례대로 자신을 소개했다. 팬들을 바라보는 멤버들의 얼굴에 만감이 교차했다.

문희준은 "이 장소에서 마지막으로 인사를 한 것이 2001년 2월27일이었다. 그 때 그 공연장에서 제가 '저희는 절대 떨어지지 않습니다'라고 이야기 한 후 17년이나 걸렸다. 죄송한 마음이 앞선다. 하지만 17년 동안 추억을 못 쌓은 만큼 오늘 많은 추억을 갖고 돌아갔으면 좋겠다"라며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재원은 "2001년에는 은행에서 티켓을 샀는데, (오늘) 힘들었죠. 맨앞에 계신 분들은 신의 손인 것 같다"고 '피켓팅'을 뚫고 와준 팬들에 고마움을 전했다. 장우혁은 "실감이 안 난다. 이 자리에 서있는 것도 아니고, 공연장에 온 여러분을 보니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토니안도 "지금 이 순간이 크게 실감 나지 않는다. 이 기분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꿈만 같다"고 했고 문희준은 "17년 전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저희를 지켜줘서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강타는 "공연 전에 부담감이나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멋진 모습으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드릴 수 있을까 싶었는데, 제 친구가 '꽉 채워준 여러분들이 좋은 공연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여러분 덕에 에너지를 받고 좋은 공연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원은 "영광스러운 자리에 너무 오랜만에 함께 하는 만큼 선물 같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장을 꽉 채운 팬들을 바라보던 토니안은 "흰색 물결이 장관이다. 제 눈이 믿기지 않는다"고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H.O.T.의 노래가 다시 흘렀다. 딱딱 맞아떨어지는 응원 구호가 전율케 한 '환희'와 늘 눈물을 쏟게 했던 팬송 '너와 나'를 부른 H.O.T.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었다. 17년 긴 시간을 지나, H.O.T.로 다시 뭉친 이들은 함께 했던 지난 날을 돌이키며 울컥했다.

문희준은 "이 노래는 몇 번을 불러도 울컥한 게 있다"고 했고 장우혁은 "먹먹하다. 실제인지 TV를 보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여러분을 보는 이 곳이 화면인지 헷갈릴 정도로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문희준은 "작년에 만났다가 지금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참 신기하다"고 했고 이재원은 "H.O.T의 페이지를 새롭게 써나가는 날이 됐으면 한다"고 말해 팬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강타는 "죄송한 마음이 많았다. 우리의 이야기를 통하지 않은 보도도 많았고, 실망하신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늘었다. 늦었더라도 이렇게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쁘다. 이렇게 자주 모였으면 좋겠다"며 재결성 콘서트에 대한 감격을 전했다. 문희준은 "멤버들끼리 연습실에서 '우리 영원히 함께 하자' '최선을 다하자'고 이야기를 했던 것이 떠오른다"라며 앞으로도 함께 할 날들을 기약했다.

H.O.T의 약속과 함께 '우리들의 맹세'가 흘렀다. 팬들은 '기다렸어 H.O.T.'라고 적힌 플래카드 이벤트를 펼쳤다. H.O.T. 멤버들은 먹먹한 표정으로 한참이나 팬들을 바라봤고, 하늘 위로는 흰 풍선들이 날아가며 장관을 연출했다.

공연이 막바지로 치닫을 수록 17년 세월은 더 좁혀졌고 분위기는 더 뜨거워졌다. '캔디' 노래에 맞춰 알록달록한 의상을 입은 H.O.T. 멤버들이 공연장 뒤편 돌출 무대에 깜짝 등장했다. 가까이서 마주한 H.O.T.와 팬들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즐거워했고, 신나는 분위기는 '행복'까지 이어졌다. 이동차를 타고 잠실을 꽉 채운 팬들을 만나면서는 끝내 멤버 장우혁의 눈물이 터지기도 했다.

공연의 분위기가 절정에 이른 그 순간, 스크린에는 '#넥스트메시지 #2019' 자막이 떴다. 내년에도 함께 하자는 멤버들의 약속, 또다시 잠실에는 큰 환호성과 탄성이 터져나왔다. 강타는 "우리가 진짜 공연을 하고 있구나 싶다. 간절하면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100% 믿어지지 않는 날도 있었다. 다섯이서 함께하는 무대 서고 싶다고 간절히 바라니까 이뤄졌다"며 감격을 드러냈다. 멤버들도 "될 일은 된다. 이제 됐다"며 환하게 웃었다.

마지막 곡인 '위아더퓨처'가 끝나도 팬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H.O.T.는 'GO H.O.T', '캔디', '빛'으로 앙코르 무대를 이어갔다. 긴 기다림 끝 다가온 작별의 시간이 아쉬운 듯 마지막 노래 '빛'의 후렴구가 무한반복 됐다. 팬들의 노래 속 H.O.T. 멤버들은 서로를 뜨겁게 포옹했다.

1996년 데뷔한 H.O.T는 문희준, 장우혁, 토니안, 강타, 이재원의 총 5명으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으로, 총 다섯 장의 정규 앨범 모두가 1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또한 활동 당시 연말 가요시상식의 대상을 휩쓸었으며, 1999년 문화관광부장관 표창을 받는 등 1세대 아이돌의 상징적인 그룹이자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숱한 재결합설로 희망고문을 했던 H.O.T.는 지난 2월 '무한도전-토토가3'로 17년 만의 재결합 무대가 성사, 현 가요계로 소환되는 계기가 됐다. 당시 총 17만명이 방청 신청을 하고 홈페이지가 마비될 만큼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고, 팬들의 기다림을 재확인했다. 이후 H.O.T. 완전체 행보에 대한 기대감은 콘서트로 이어졌고, 17년 만에 잠실에서 그 약속을 지켰다. 눈물로 기억됐던 마지막 227 콘서트, 그리고 2018년 10월 13일 다시 만난 H.O.T.와 팬들은 눈물 아닌 웃음으로 다음을 기약했다.

H.O.T. 콘서트는 13일에 이어 14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양일간 공연으로 총 10만 관객을 동원, 현역 인기 아이돌 못지 않은 대기록을 세우게 됐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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