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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종상, '참석상' 오명 씻었지만 숙제는 남았다


여전히 다수 불참…MC·화면 실수도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대충상' '참석상'의 오명은 씻었다. 하지만 아직 영화계의 신뢰를 완벽히 회복해내는 일은 시기상조로 보인다. 제54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에서는 음악상, 편집상, 조명상 등 기술 수상 부문은 물론 신인감독상과 조연상, 시나리오상 등 여러 부문에서 불참자가 속출했다. 수상 후보를 소개하는 화면에는 영상 작업시 처리돼야 했을 코드까지 그대로 노출됐다. 사회자로 나선 MC들 역시 안정적이지 못한 진행을 보여줬다. 국내 영화계를 대표할 영화 시상식이라 부르기엔 민망한 상황들이 종종 연출됐다. 한번 잃은 신뢰를 단번에 회복하기는 힘들다. 올해 대종상은 공정성 있는 시상식에 대한 일말의 가능성은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대중의 마음을 잡기에는 미숙하고 납득하기 힘든 순간들을 보이며 아쉬움을 남겼다.

25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제54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이 진행됐다. 매끄럽지 못한 진행 속에서도 올 한 해를 빛낸 영화인들의 활약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자리였다.

불참자 속출, MC·화면 실수도

배우 송강호, 손예진, 설경구, 배성우, 김희원, 최희서, 박서준 등 올해 대종상영화제에는 충무로 스타들이 다수 참석했다. 주요 부문 후보들을 포함해 영화인들이 대거 불참한 지난 시상식과 비교했을 때는 한결 나아진 출석률이었지만, 청룡과 백상 등 여타 주요 영화 시상식과 비교해 저조한 참석률은 여전했다. 참석률이 시상식의 신뢰도를 완전히 대변할 순 없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영화인들이 관심을 두고 모습을 보이는지가 행사의 존재감과 영향력을 말하는 척도 중 하나인 것만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날 시상식에선 음악상, 시나리오상, 신인감독상, 여우조연상, 편집상, 조명상, 촬영상 등 기술 부문을 비롯해 타 부문에서도 불참자들이 속출했다. 촬영상과 기술상 시상 무대에 연달아 등장해 지난해와 같이 대리 수상자로 나선 MC 신현준은 "우리 영화제를 영화인들이 지키자"며 "대종상영화제는 영화인들의 영화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 시상식의 아쉬움이 단지 수상자 참석율에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시상식의 베테랑 MC로 인정받아 온 신현준이지만 그에게만 기댈 수는 없는 실수의 순간도 있었다. 이날 그는 영화 '불한당'으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김희원의 소개 영상이 상영될 때 팬들이 큰 함성을 보낸 것에 대해 언급하며 김희원을 "최희원 씨"라 지칭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객석에는 후보 김희원이 밝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기에 더욱 민망한 상황이 연출됐다. 초보 MC 스테파니리는 이를 바로잡을 여유가 없어 보였다.

일부 부문 수상 후보를 소개하는 화면에는 영상 작업시 처리돼야 했을 코드가 그대로 노출되기도 했다.

설경구, 15년 만에 누린 영예 "'불한당원' 사랑해"

이날 설경구는 영화 '불한당'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5년 만에 대종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고 알린 설경구는 이날 행사장 2층을 가득 메운 '불한당원'들에게 누구보다 뜨거운 축하를 받으며 감격의 순간을 만끽했다.

그는 "'불한당'이 후보에 많이 올랐는데 제가 상을 받게 됐다"며 "'불한당'의 의상을 입고 왔는데 영화 속 묘한 감정이 들고 임시완이 옆에 있을 것 같고, 임시완이 많이 보고싶다"고 영화를 함께 빛낸 임시완을 떠올렸다.

또한 그는 영화를 사랑해 준 영화의 팬덤 '불한당원'들에게 남다른 고마움을 표해 환호를 자아냈다. 그는 "'불한당'의 공식 상영은 끝났지만 제가 사랑하는 불한당 불한당원들이 단관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끝까지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며 "그리고 제게 아낌없이 모든 것을 주는 팬 여러분 너무 사랑한다"고 말했다.

설경구는 "나이 먹을수록 꺼낼 카드가 별로 없는데 작품마다 새로운 카드를 꺼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한 뒤 "15년 만에 이 무대에 섰다. 대종상 무댜에 섰는데 이제까지 한 번도 폼을 못 잡아봤다. 3초만 폼 잡고 내려가겠다. 감사하다"고 재치있게 기쁨의 순간을 누렸다.

'박열' 최희서, 값진 2관왕

영화 '박열'로 스크린을 누빈 최희서는 이날 신인 여우상과 여우주연상 2관왕을 하며 활약을 입증했다. 그는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 위해 두 번째로 무대에 오르며 또 한 번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최희서는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며 "박열을 봐주신 관객 여러분에게 감사하다"고 거듭 말했다.

그러면서 "'박열'은 저예산이었다. 하지만 이준익 감독님과 이제훈 배우와 함께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열'에서 연기한 가네코 후미코는 국적과 여성이라는 것을 넘어, 박열과 저항에 맞서 투쟁했다. 짧은 생을 마감했던 그 여성으로부터 많은 걸 배웠다. 가네코 후미코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특별상, 연기혼 불태운 故김영애에게 헌정

이날 특별상 시상을 위해 원로 영화인 신영균과 배우 윤해영이 무대에 올랐다. 신영균은 특별상을 수상할 배우를 소개하며 "사랑하는 후배, 한국영화계에 큰 발자취 남긴 후배"라며 "마지막까지 연기자로 살아온 진정한 배우 김영애"라고 말했다. 이어 "이 상에 얼마나 기뻐할지 모르겠다"고 뭉클함을 드러냈다.

지난 4월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배우 김영애가 특별상을 수상하게 됐다. 고인에게 상이 수여되는 순간 장내의 영화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인을 함께 추모했다.

무대에 오른 고인의 아들은 "4월에 돌아가셨으니 6개월 정도 됐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다. 아직까지 실감이 안 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돌아가시고 나서도 좋은 자리에서 좋은 상으로 기억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살아계실 때는 배우 김영애라기보다 저에겐 어머니이셨다. 배우로서 어머니가 얼만큼 애정을 가지셨고 얼마나 열심히 사셨는지 돌아가시고 나서 느끼는 것 같다. 감사하다. 계속 기억해 달라"고 당부했다.

축제 분위기 간신히 살린 '불한당원'들

다소 매끄럽지 못했던 대종상영화제에 유일하게 축제의 분위기를 불어넣은 이들이 있었다면 '불한당원'들이었다.

이날 시상식에는 '불한당'으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설경구, 같은 작품으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김희원, 변성현 감독이 참석했다. 흥행 결과와는 별개로 매끈한 만듦새, 배우들 간 뜨거운 호흡으로 마니아층 관객을 일군 영화 '불한당'의 팬 관객 '불한당원'들은 '불한당'이 호명되는 매 순간 시상식장을 환호로 달궜다.

객석의 설경구와 김희원이 화면에 잡힐 때, 그리고 수상 후보로 설경구, 김희원, 전혜진 등 '불한당'에 출연한 배우들이 등장할 때마다 함성이 울려퍼졌다. 조명상, 촬영상 등 기술부문 후보로 영화가 호명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영화에 대한 팬들의 애정을 다시 한 번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설경구가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호명되자 '불한당원'들의 함성은 최고조로 높아졌다. 15년 만에 대종상에서 수상의 영예를 얻은 배우를 향해 뜨거운 축하를 보낸 팬들의 기쁨이 브라운관에까지 전해졌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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