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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녀석도 얕봐선 안됐는데…" '만화 같은 3점슛' 김태술


올 시즌 출발 좋았지만 PO 내내 부진…5차전서 짜릿한 3점슛으로 승부 결정

[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저녀석도 3년간 열심히 해온 녀석이다. 깔보아선 안됐었는데…"

#일본 최고의 농구 만화로 꼽히는 '슬램덩크'의 한 장면. 능남고 유명호 감독은 인터하이(전국고교농구선수권) 진출을 놓고 벌이는 가나가와현 지역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 북산고와 대결에서 64-65로 뒤진 종료 1분 2초 전, '안경선배' 권준호에게 결정적인 3점슛 한 방을 얻어맞고 머릿속에서 이렇게 되뇐다.

사실 권준호는 작중 괴물 같은 주인공들 사이에서 평범한 선수처럼 그려진다. 작품 초반 연습경기에선 20득점 이상 기록했다는 독자들의 '설'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설일 뿐. 능남과 경기에서도 이 장면 이외의 인상적인 장면은 없을 정도로 분량이 적다.

그런데도 그의 결정적 3점슛 한 방에 라이벌의 무릎을 꿇게 하는 이 장면에 짜릿한 희열을 느끼는 독자들이 많았다. 권준호는 평범한 선수이지만, 중학교 시절부터 농구를 포기하지 않고 부단히 노력해온 선수였다는 것. 그리고 그가 작품 속 단 2회만 묘사되는 3점슛을 자신감있게 성공했다는 것이 이 장면의 묘미다.

예는 조금 다르지만 19일 고양체육관에서 벌어진 2016~2017시즌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고양 오리온과 서울 삼성의 5차전에서 권준호의 슛을 방불케 하는 장면이 나왔다.

4쿼터 종료 55초전 82-78, 4쿼터 오리온이 추격에 불을 댕기며 승부가 어디로 기울지 알 수 없던 시점. 오른쪽 외곽에서 오픈 찬스가 나자 시리즈 내내 슛에 인색했던 삼성 가드 김태술이 주저하지 않고 3점슛을 던졌고 그의 손을 떠난 공이 정확히 림을 갈랐다. 삼성에 승기를 가져다준 완벽한 3점슛이었다.

이 득점으로 점수를 벌린 삼성은 결국 오리온의 맹추격을 뿌리치고 91-84로 이겼다. 김태술의 결정적 3점슛 한 방이 승부를 가른 셈이다. 이 승리로 삼성은 지난 2008~2009시즌 이후 8시즌 만에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성공했다.

애초 '패스마스터'로 정평이 난 김태술이다. 사이드에서 백보드를 맞춰 림을 가르는 뱅크슛으로도 좋은 성적을 올렸다. 올 시즌 전주 KCC에서 삼성 유니폼으로 갈아입으며 리그 초반 부활 찬가를 불렀던 그다.

기록에서도 잘 나타난다. 김태술은 이번 시즌 51경기에 출전해 평균 27분 16초를 소화하며 7.5점 2.4리바운드 5.3어시스트 1.3스틸을 기록했다. 전성기라 할 수 있는 2012~2013시즌 안양 KGC 시절 기록한 54경기 30분 31초 10.6점 3리바운드 4.8어시스트 1.6스틸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어시스트는 증가했다. 그만큼 초반 컨디션이 좋았다. 리카르도 라틀리프, 김준일과 같은 뛸 수 있는 빅맨을 보유한 삼성과 궁합도 뛰어났다.

그러나 그는 이 시리즈 내내 좋지 못한 성적으로 일관했다. 슛을 너무나 아꼈다. 쏜 슛의 날카로움도 잃었다. 1차전부터 4차전까지 김태술은 12분 1초를 뛰며 2.3점 1.5리바운드 1어시스트 1스틸을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봐도 득점력의 난조가 눈에 띈다. 2차전과 4차전에선 아예 무득점으로 일관했다.

특히 3점은 1.8개를 시도했지만, 단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시즌 전체로 봤을때도 경기당 0.4개 성공으로 그리 높은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이번 시리즈의 흐름 상 그가 시도한 3점슛 가운데 하나만 성공했더라도 좀 더 수월한 플레이오프를 보낼 수 있었을 터.

그러나 그는 마지막 경기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17분 43초를 뛰며 12점 3어시스트 1스틸을 기록했다. 장신 포워드들이 즐비한 오리온 골밑을 과감한 돌파로 부수는 장면도 나왔고 뛰어난 움직임으로 수비를 무력화하기도 했다. 지난 경기들과는 달리 충만한 자신감이 엿보였다. 3점슛도 2개를 시도해 1개를 꽂았다. 승부를 가져온 '결정적 한 방'이다

어쩌면 마지막 3점포 또한 이런 자신감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자신에게 오픈 찬스를 허용한 오리온에게 보란 듯이 비수를 꽂았다. 3점을 터뜨린 후 그의 포효 세리머니는 1~4차전까지의 아쉬운 모습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슬램덩크'처럼 극적인 점수를 내며 팀의 승리를 이끈 그는 이제 다시 한번 만화같은 '재회'를 맞는다. 그가 전성기를 구가한 안양 KGC와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나는 것.

극중 권준호는 전국대회 3회전에서 탈락하며 농구부에서 '은퇴'하지만 김태술의 '만화 같은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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