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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부터 쌍문동까지, 라미란은 응답했다(인터뷰)


"'응팔', 내 인생작…하얗게 불태웠다"

[이미영기자] 배우 라미란이 '응답하라 1988'로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제대로 증명했다. 스스로 "하얗게 불태웠다"는 작품에 대한 열정은 결과물과 비례했다.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은 전작들을 넘어섰다. 시청률이 20%에 육박하며 역대 시리즈를 넘어섰고, 케이블을 통틀어 최고 시청률을 썼다. 이번엔 4060 세대까지 끌어안았다. 라미란이 연기한 쌍문동 치타 여사 미란은 공감의 힘을 높이는 주역이었고, 깊은 내공으로 뭉클함을 선사했다. 젊은 배우들이 연기한 찬란한 청춘만큼이나, 우리네 부모들의 청춘도 찬란했음을 알게 해준 고마운 배우였다.

라미란은 "(신원호) 감독님이 '응팔' 시작할 때 엄살을 피워서 시작하는 배우들도 '다 잘 되겠나' 싶었다"라며 "회를 거듭하면서 많은 분들이 좋아하고 공감해주셔서 내게도 인생작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많이 사랑받게 해주고, 웃길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한 작품이다"고 말했다.

라미란은 쌍문동의 안방마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실없이 구는 남편을 타박하다가도 그가 슬퍼할 땐 누구보다 힘이 되는 든든한 아내, 털털하고 쿨한 면모를 보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아들들을 보듬는 믿음직한 엄마로 감동을 전했다. 남자만 셋뿐인 집안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엄마의 마음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애잔함을 더하기도. 그런가하면 김선영, 이일화와 동네 아줌마 3인방을 이뤄 구수한 입담을 과시하며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시크하면서도 유머감각 넘치고, 화끈한 '치타여사'는 라미란의 연기력에 힘입어 더할 나위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완성됐다.

충무로의 '신스틸러'로 내공 가득한 배우지만, 라미란에게도 '응팔'은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매회 대본을 받을 때마다 가슴이 덜컹거렸다는 라미란의 말은 괜한 엄살이 아니었다. 수많은 작품에서 셀 수 없는 아줌마 연기를 소화한 라미란이었지만, 미란은 공감의 힘이 중요했던 또 다른 캐릭터여야 했다.

"전회차를 거듭하면서 하얗게 불태워야 했어요. 감독님에게 '다른데서 보여줄 밑천이 바닥났다'고 이야기도 했죠. 대본에 지문이 자세히 나와요. 노래자랑신에서는 '입반주를 하며 열심히 노래를 부른다'고 돼있었고, 여권신에서는 '아들 미안하'며 '멋쩍은 웃음'이라고 나와있어요. 지문 하나 하나가 나올 때마다 가슴이 덜컹거렸어요. 사람들이 제 애드리브가 많은 줄 알아요. 고구마 들고 '이거거든'이라고 말하는 장면이나 '엄마가 쪽팔려서' 이것도 대본 안에 있는 연기였어요. 김성균이 때리는 신만 애드리브였죠."

라미란은 "대본을 보며 한참 고민을 해야 했다. 저도 몰랐던 모습을 많이 발견해야 했다. 울컥하는 신도 있었고, 재미있는 신 같은데 슬픈 신도 많았다"라고 말했다.

이웃들 간의 소소한 정이 넘쳤던 1980년대를 살았던 라미란도 이 작품을 통해 지난 날을 떠올렸다. 강원도의 한 탄광촌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라미란은 중학교 3학년 때 서울로 왔다. 쌍문동의 소소한 골목길 모습은 라미란이 살았던 그 동네의 모습을 머금고 있었다.

그는 "네티즌이 '88년도 쌍문동 살던 사람들 중 누가 곤로를 쓰냐. 우린 아파트에 살았다'고 올린 댓글을 봤다. 저희는 정말 연탄 때고 곤로를 쓰고 냄비밥 해먹고 구들장에 살았다. 오히려 제가 겪었던 때보다 진보된 시간에 살고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라미란은 '응팔'로 새삼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동네 마트에 가면 누군가 '정봉이 엄마'라고 부르고, 자신도 모르게 뒤돌아보게 됐을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응팔'은 라미란에게도 참 특별한 작품이다.

"'응팔'은 정말 요 근래 보기 드문 드라마였던 것 같아요. 가족들이 배경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전면에 나와서 가족 에피소드를 들려주잖아요. 배우들 입장에서도 이런 작품을 만나는 경우는 쉽지 않아요. 엄마나 이모 등 주변인으로 소진이 되잖아요. 그런데 '응팔'은 우리네 엄마, 아빠의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주변에서도 '한 회당 몇 번씩 운다'고 해요. 저희도 깜짝 놀랐어요. 아이들 가슴 콩닥콩닥하는 이야기가 재미있지 않을까 했는데 연세 드신 분들도 좋아해요. 우리 어머니가 팔순인데 '이거 끝나면 뭘 보나' 할 정도였어요. 맨날 싸우는 드라마가 아니라, 이렇게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작품도 필요한 것 같아요."

라미란은 부지런히 연기하는 배우로 유명하다. '국제시장' '히말라야' '대호' 등 충무로의 굵직한 작품에도, '미쓰 와이프' 등 가벼운 로코에도 출연했다. 주조연 할 것 없이 강렬한 캐릭터로 존재감을 안기는 배우다.

'응팔' 이후에도 쉬지 않고 달린다. 오는 2월 방영 예정인 SBS 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를 차기작으로 선택했으며, 영화 '김선달'과 '덕혜옹주' 등으로 활발한 연기 활동을 이어간다.

"일을 열심히 하는 건, 정말 행복한 거예요. 그 전에 계속 쉬면서 다음 작품을 언제 들어갈까, 일하는 기간에 비해 쉬는 시간이 많았던 시간이 있었어요. 일을 계속 해도 갈증도 있었죠. 그러다가도 '너무 부담스럽진 않을까, 질리는 건 아닐까' 걱정도 했죠. 그래도 일을 계속 하고 싶어요. 질리지 않게 열심히 해서 다른 사람으로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더 일할 생각입니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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