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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황정민은 왜 고생길에 뛰어들었나(종합)


엄홍길 대장 역 맡아 네팔 몽블랑 로케이션 소화

[권혜림기자] 정우는 황정민이 '로보트 태권브이'인 줄 알았다고 했다. 지치지 않고 산에 오르고, 멈춰섰을 때는 동료들을 격려하고, 힘든 기색 없이 팀을 다독인 그의 모습이 후배 배우에겐 완전한 존재로 다가왔을 법도 하다.

정우의 생각대로, 황정민은 영화 '히말라야' 현장의 대장이었다. 촬영지였던 네팔 몽블랑 산지에서 가장 앞장서 팀원들을 이끌며 사기를 끌어올렸다. 시나리오를 보고도, 배역의 모델이 된 엄홍길 대장을 실제로 만나고도 채 알 수 없었던 산악대장의 감정을 황정민은 '히말라야'를 촬영하며 조금씩 알아갔다. 고생길이 훤한 현장이었지만, 이 영화는 배우 황정민에게도 예상 못한 배움을 안겼다.

9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영화 '히말라야'(감독 이석훈, 제작 JK필름)의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연출을 맡은 이석훈 감독과 배우 황정민, 정우, 조성하, 김인권, 라미란, 김원해, 이해영, 전배수가 참석했다.

영화는 히말라야 등반 중 생을 마감한 동료의 시신을 찾기 위해 기록도, 명예도, 보상도 없는 목숨 건 여정을 떠나는 엄홍길 대장과 휴먼 원정대의 가슴 뜨거운 도전을 그린 작품이다.

극 중 엄홍길 대장 역을 맡은 황정민은 촬영 현장에서도 대장답게 팀원들을 이끌었다는 것이 제작진의 전언이다. 피로가 쌓인 상태에서도 늘 앞장서 산을 올랐던 황정민은 "저만 힘든 것이 아니라 다 힘들었다"며 "촬영하며 보통은 도움을 많이 받게 되지 않나. 이 작품의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전혀 안 됐다"고 말했다.

이어 "산에 오르는 동안, 저도 마찬가지고 배우들도 마찬가지지만 일반 스태프들도 각자 살아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저희는 저희의 짐만 챙기면 되지만 스태프들은 장비가 있지 않나. 그것들을 메고 이고 산에 왔다"고 덧붙였다.

또한 촬영을 마무리한 뒤 눈물을 참지 못했던 상황을 돌이키며 "그런 것이 한 번에 터진 감정이었다"며 "조금만 긴장을 늦추면 큰 사고가 있을 수 있었지만 전혀 다친 사람 없이 잘 끝난 것도 제게 큰 수확이었다"고 돌이켰다.

박무택 대원 역을 연기한 정우는 촬영 당시 고산병 증세를 겪었던 것을 떠올리며 선배 황정민을 향해 남다른 마음을 느낀 것을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촬영 경험이 무수히 많은 것은 아니지만 '히말라야' 현장에서 제가 많이 작아지곤 했다"고 입을 연 정우는 "황정민 선배는 천하무적 태권V인 줄 알았다. 라미란 선배는 여자 분인데도 늘 제가 뒤쳐져 있었다"고 현장을 설명했다.

이어 "첫 날만 황정민과 같이 갔고 그 뒤론 아니었다"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두통 때문이었다. 먹지도 자지도 못해 너무 예민한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또한 "튀지 않게 행동하려 했는데도 튀었던 것 같다"며 "그게 자괴감에 빠지게 한 날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황정민은 "거기서는 체력이나 정신력의 문제가 아니다"며 "고소 증세가 오면 내려가야 한다. 사건 사고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찍어야 하니 내려갈 수가 없지 않나. 당연히 힘들었을 것"이라고 후배의 마음을 헤아렸다.

정우는 "그래서 황정민이 안 힘든 줄 알았다"며 "타고난 체력이 있는 분인 줄 알았는데 촬영 끝나기 1~2주 전 혼자 있는 모습을 봤다. 많이 힘들어하더라. 그 때 더 죄송했다"고 돌이켰다.

라미란 역시 막막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제게 산은 쳐다만 보는 것이었는데 처음 (등산을) 해봤다"며 "바위를 맨 손으로 올라가라고 해서 올라갔고 줄 하나 타고 내려오라고 해 내려왔다. 시키는대로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또한 "저도 제가 몰랐던 부분을 찾은 것 같다"며 "겁 먹고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냥 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히말라야'는 한국 영화사 최초로 제작된 본격적인 산악 영화다.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은 동시에, 제작 전반에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황정민은 "그간 한국영화사에 산악영화가 없었으니 궁금증으로 시작했다"며 "이석훈 감독과는 '댄싱퀸'에서 팀워크를 맞춰봤다. 스태프들 중에도 '댄싱퀸' 팀이 많아 다시 호흡한다는 설렘이 있었다"고 말했다.

"막상 해보니 쉬운 영화가 아니었다"고 답을 이어 간 황정민은 "우리가 8천 미터 높이에 올라가지 못했지만 그 이상으로 힘들다는 생각을 했고, 반성을 많이 했다. 다들 정말 힘들었을 것"이라고 돌이켰다.

실존 인물인 엄홍길 대장의 존재 역시 배역과 영화 자체에 대한 황정민의 고민을 크게 덜어가진 않았다. 그는 "만나서 이야기도 많이 들었지만, 그것은 영화 속 엄홍길이라는 역할에 대해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분이 산을, 사람을 대하는 태도, 정신에 대한 것이 이 영화에서 숨쉬어야 했다는 점"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이어 "그것은 말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지내다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라며 "많이 여쭤봤지만 쑥스러우셨는지 이야기를 많이 안해주셨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치부를 건드릴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황정민은 "촬영하며 조금씩 알게 된 것 같다"며 "리더가 되고 형이 되고 이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숙명 속에 산에 올랐다. 스스로에 대해 이런 감정을 엄홍길 대장이 느꼈을 것이라는 생각을, 산에서 주는 큰 에너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크게 보람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히말라야'는 '댄싱퀸' '해적:바다로 간 산적'을 연출한 이석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국제시장' '베테랑'으로 연이어 천만 신화를 일군 황정민이 주연을 맡아 기대를 얻고 있다. 오는 12월 개봉 예정이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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