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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9년 기획]'구' 이야기④懼(두려워할 구)-박병호·최정, 두려운 선수입니다


박병호, 2년 연속 MVP 수상…최정, 2년 연속 20-20 달성

[한상숙기자] 박병호는 올해 넥센과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당시 화제의 인물이었다. 리그 타격 4관왕에 빛나는 그의 방망이는 상대팀 두산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다. '박병호 시리즈'라는 말도 있었다. 박병호의 활약 여하에 따라 양 팀의 플레이는 물론 승패까지 좌우될 수 있어서였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이름값을 충분히 해냈다. 비록 두산의 놀라운 저력에 넥센이 2승3패로 밀려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시리즈 내내 "과연 박병호!"라는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박병호는 프로 데뷔 9년 차를 더욱 진화한 모습으로 보냈고, 시즌 MVP를 2년 연속 수상하며 자신의 전성시대를 더욱 화려하게 꽃피웠다.

박병호와 마찬가지로 올해 프로 9년 차를 보낸 대표적은 선수로 SK 최정도 빼놓을 수 없다. 최정은 매 시즌 자신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박병호와 함께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로 성장했다. 올해도 20(홈런)-20(도루)을 달성한 최정은 현역 선수 중 가장 30-30에 근접해 있는 타자로 꼽힌다.

두려워할 구(懼). 상대에게 늘 두려운 존재인 박병호와 최정 이름을 들으면 떠오르는 한자다.

◆2년 연속 MVP 박병호, "40홈런 도전"

박병호가 '만개'했다. 지난해 31홈런, 105타점, 장타율 5할6푼1리로 타격 3관왕을 기록한 박병호는 올 시즌엔 37홈런, 117타점, 91득점 장타율 6할2리로 4관왕에 오르며 개인 타이틀 트로피를 하나 더 수집했다.

박병호는 풀타임 첫해였던 지난해 최고의 성적을 올린 뒤 올 시즌 현실에 안주함으로써 부진에 빠지는 것을 피하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과도한 자신감도 금물이었다. 팀을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했지만 그의 행동은 무명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이런 노력과 자기관리로 그는 올해 또 일을 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MVP를 수상했다. 한국 프로야구사에서 2년 연속 MVP를 수상한 선수는 선동열(당시 해태), 장종훈(당시 빙그레), 이승엽(삼성)뿐이다. 박병호가 이들 레전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박병호의 MVP 수상에 큰 이견은 없었다. 박병호는 MVP 투표에서 총 유효표 98표 중 84표를 획득해 후보로 경쟁했던 이병규(LG, 8표), 배영수(삼성, 5표), 세든(SK, 1표)을 압도적으로 따돌렸다. 박병호는 "팀의 4강에 중심 타자로서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박병호의 활약은 성적뿐 아니라 출전 경기에서도 드러난다. 박병호는 지난해 133경기, 올해 128경기 등 두 시즌 모두 4번 타자로 전 경기 출전했다. 부상이나 컨디션 저하로 경기를 거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선수의 부상은 팀 성적과도 직결된다. 더구나 4번 타자가 자리를 비운다면 타선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넥센은 박병호의 꾸준함 덕분에 타선에 대한 큰 고민 없이 시즌을 치를 수 있었다. 이는 철저한 자기 관리와 책임감이 만든 결과다. 더불어 염경엽 감독의 '관리 야구'도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박병호는 지난해 MVP를 수상한 뒤 "2군 선수들에게 희망과 용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병호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다. 2005년 1차 지명돼 LG에 입단한 박병호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남기고 2011년 7월 넥센으로 트레이드됐다.

LG 시절 한 시즌 최다 경기 출장은 2010년의 78경기였다. '만년 유망주'라는 꼬리표가 지겹게 따라다녔다. 그랬던 박병호가 넥센 이적 후 완전히 달라졌다. 그 결과물이 2년 연속 홈런, 타점 등 타격 주요 타이틀 석권과 연속 MVP 수상이었다.

그의 다음 시즌 목표는 더욱 확고해졌다. 박병호는 "올해보다 더 많은 홈런을 때리기 위해서는 내년에 40홈런에 도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프로야구서 40홈런은 2010년 이대호(44개)를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올 시즌 내내 목표치를 함구했던 박병호. 이제는 당당하게 다음 시즌 40홈런 고지를 노린다.

◆2년 연속 20-20 최정, 진화는 계속된다

최정은 늘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고, 실천한다. 그의 성장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최정은 올 시즌 120경기에서 타율 3할1푼6리 28홈런 83타점 24도루로 개인 최고 시즌을 보냈다. 2005년 데뷔한 이래 개인 최고 타율, 최다 안타, 최다 도루, 최다 볼넷 기록을 경신했다. 구단 첫 20홈런-20도루를 달성한 선수로도 기록됐다.

최정은 큰 슬럼프 없이 시즌을 치렀다. 6월까지 3할대를 유지했던 타율이 7월 들어 2할6푼5리로 떨어진 게 가장 큰 변화였다. 내리막은 가파르지 않았다. 최정은 8월 타율 2할8푼6리로 올라선 뒤 9월 3할2푼9리로 시즌을 마쳤다. 7월까지 박병호와 홈런 1개 차이로 치열한 홈런왕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정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24호 홈런을 때린 8월 22일 LG전에서야 "올해 홈런 중 가장 느낌이 좋았다"고 말했을 정도다. 성적에 대한 압박과 옆구리 부상이 겹쳐 컨디션이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최정은 방망이를 쉼 없이 돌렸다. 훈련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는 소리를 크게 지르며 정신을 집중하려 애썼다.

야구에서만큼은 완벽을 추구한다. SK 코치진들은 "최정은 한계가 보이지 않는 선수다. 아무리 어려운 주문을 해도 끊임없이 노력해 반드시 자기 것으로 만든다"며 최정의 의지력을 인정했다. 최정의 악바리 근성은 팀에 활력소가 됐다.

최정은 2년 연속 20-20 클럽에 가입했다. 대단한 기록이다. 하지만 팬들은 그가 30-30도 충분히 달성할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보고 있으며, 사실 올 시즌에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랐다. 그만큼 최정의 팔방미인같은 야구실력을 믿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올해는 SK가 4강 진출에 실패해 크게 웃지 못했다. 그러나 내년은 다르다. 팀의 명예회복은 물론, FA 자격을 얻는 해라서 더욱 집중해야 한다. 최정의 야구는 아직 퇴보를 모른다. 9년 동안 성장해온 수치만큼 내년, 그는 또 한 번의 커리어 하이를 노릴 것이다.

조이뉴스24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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