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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9년]조용필·엑소·크레용팝…2013 가요계 이변의 의미


가요계, 영원한 대세는 없다…콘텐츠를 살려라

[이미영기자] '흥행보증수표'라는 말이 있다. 연예계에도 나오면 '대박'을 치고, '이름값'을 하는 스타들이 있다.

유행에 민감한 가요계에서 수 년간 '흥행보증수표'는 아이돌이었다. '인기 아이돌의 컴백=흥행'이라는 공식이 존재했다. 음원차트 상위권은 당연한듯 아이돌 위주로 흘러갔고, 음악프로그램 출연자의 9할도 아이돌이었다.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한 전세계 케이팝 한류를 이끈 것도 아이돌이었다. 너도나도 아이돌을 시장에 내놓고, 아이돌 중심으로 음악이 소비됐다. 가요계 슈퍼스타들은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이었다.

가요계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진 건 2012년이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를 흔들었고,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음원차트를 휩쓸었다. 수많은 신인 아이돌이 쏟아져나왔지만, 제2의 소녀시대와 빅뱅은 없었다. 아이돌 위기론이 쏟아져나왔다.

그리고 올해, 음악시장은 또 한 번 반전됐다. 가요관계자들조차 예상치 못한 이변이 속출했다.

'영원한 오빠' 조용필이 화려하게 컴백했다. 아이돌 위주의 가요계를 단번에 휘어잡으며, 광풍에 가까운 신드롬을 일으켰다. 신인 엑소(EXO)는 대형 아이돌의 컴백 속에서도 단연 돋보이며 '아이돌 세대 교체'를 알렸다. 그런가 하면 군소 기획사의 걸그룹 크레용팝은 '빠빠빠'라는 노래 한 곡으로 신드롬의 주인공이 됐다.

반면 한때는 컴백만 하면 히트로 이어졌던 '흥행보증수표' 아이돌 그룹들이 삐걱대기도 했다. 화려한 팬덤을 갖췄지만 대중적인 인기로 이어가지 못한 아이돌도 많았고, 멤버 탈퇴 등으로 앞날이 불안해진 그룹들도 있다.

영원한 대세도, 영원한 스타도 없었던 2013년 가요계였다. 가요계 이변의 중심에 있었던 조용필과 엑소, 크레용팝의 돌풍을 통해 그 의미를 되짚어봤다.

◆조용필, 세대 통합+중견 가수들의 희망 쐈다

한국 가요계의 가장 큰 문제는 세대 간 불균형이었다. 아이돌이 가요계 주류가 되면서 1, 20대 위주로 음악이 소비됐다. '나는가수다'와 '불후의명곡' 등이 추억의 노래로 3,40대 더 넓게는 중장년층을 TV 앞으로 끌어들이기도 했지만 음악시장 자체를 바꾸지는 못했다. 이같은 시장 흐름이 중견가수들의 창작 의지를 꺾었고, 자연스레 중, 장년층 역시 가요계에서 소외 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왕' 조용필은 올 봄 가요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10년 만에 낸 19집 '헬로'(Hello)가 가수 싸이와 '슈퍼스타K4'의 우승자 로이킴, 쟁쟁한 아이돌 가수를 누르고 음원차트 1위에 올랐다. 조용필의 음반을 사기 위한 팬들의 행렬이 이어졌고, 30만장에 가까운 판매고를 올렸다. 음악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고도 1위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아이돌 위주의 현 가요계에서 예상치 못한 '사건'이었다.

조용필의 '헬로' 열풍은 단순히 인기몰이가 아닌, 음악으로 세대 통합에 성공했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중장년층에게는 과거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부심을 안겨줬고, 기존 팬들이 아닌 10대와 20대들도 음원을 구입하며 전폭적 지지를 보냈다. 빅뱅 태양, 포미닛 전지윤 등 아이돌 스타들도 조용필의 음악에 찬사와 존경을 보냈다.

매일 수많은 음원이 쏟아지고 아이돌 위주의 천편일률적인 가요계에서 가왕 조용필은 도전 자체를 포기해버린 중견 가수들에게도 희망이 됐다. 디지털 음원시장의 한계에 한숨 쉬는 가수들에게 용기를 심어줬다. 실제로 조용필의 19집 성공 이후 수많은 중견 가수들이 앞다퉈 음반을 발표했다. "가수 조용필의 모습으로 큰 용기를 가지고 가요계 복귀를 결심했다"고 말한 가수들도 여럿이었다.

'전설의 스타'가 아닌, 현 가요계에서도 '전설'을 써내려가고 있는 조용필이 이변이 특별하면서도 반가웠던 2013년이었다.

◆크레용팝, 똑같은 콘셉트는 싫다…독창성이 우선!

크레용팝이 2013년도 가요계의 '변수'가 되리라고 누가 예상했을까.

사실 크레용팝에 대한 관심의 시작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일베 논란'으로 이름을 알렸고 노이즈마케팅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선이 대부분이었다. 크레용팝의 노래에 대한 집중보다, 그 외적인 '일베 정체성'에 관심이 쏠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크레용팝에 대한 관심이 음악으로 환기됐다. '빠빠빠'가 음원차트에서 역주행을 시작하면서 결국에는 1위까지 차지했고, 음악방송 1위 후보에도 올랐다. 멤버들이 엇갈리게 점프하는 '직렬 5기통춤'은 동료 가수들이 따라하고 각종 방송에서도 패러디했다. 크레용팝 팬을 뜻하는 '팝저씨'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크레용팝의 선풍적인 인기는 기존 걸그룹과 차별화된 콘셉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섹시로 무장한 수많은 걸그룹들이 앞다퉈 '노출 전쟁'을 펼칠 때 크레용팝은 전혀 다른 노선을 탔다. 트레이닝복에 헬멧, 독특하면서도 기이한(?) 패션에 '직렬 5기통'이라는 독특한 안무로 완성된 '빠빠빠'. 팬들은 '선병맛 후중독'이라는 표현을 썼다. 세련미는 없었지만 친근했고, 따라하고 싶은 중독성이 있었다.

크레용팝의 성공에 대중들 뿐만 아니라 가요관계자들조차 놀라워했다. 기존 아이돌 스타들처럼 자본과 노하우가 결집된 거대 기획사를 등에 업고 순탄하게 인기를 얻은 팀은 아니었다. 작은 기획사 출신으로, 거대기획사와의 생존 경쟁에서 당당하게 승리했다. 지난해 데뷔해 밑바닥부터 서서히 올라온 크레용팝의 인생 역전 스토리도 이들의 신드롬에 힘을 보탰다.

일부에서는 크레용팝이 "획일화된 K팝 한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이들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미국 빌보드도 크레용팝을 "'강남스타일' 싸이의 뒤를 이을 준비가 다 됐다"고 조명했다. 세계적인 음반사 소니뮤직 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 제휴 계약을 체결, 이들의 해외시장 개척 가능성을 열어뒀다.

크레용팝이 잘 잡은 콘셉트로 '반짝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 말 신곡 발표를 앞두고 있는 크레용팝이 신드롬을 재현할 수 있을지, 그 존재감을 증명할 수 있을지 어깨가 무거워졌다.

◆엑소, 대형기획사 파워? 콘텐츠에 답이 있다

2013년 가요계 이변을 일으킨 걸그룹이 크레용팝었다면 남자 그룹은 단연 엑소였다. 아이돌 그룹을 넘어, 2013년 대중가요계 전반에서 영향력을 끼쳤다.

엑소의 막강 파워는 음반 판매량에서 드러난다. 엑소의 정규 1집 'XOXO(Kiss&Hug)'로 9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으며, 꾸준한 판매량으로 밀리언셀러 등극을 앞두고 있다. 앨범판매량 100만장 돌파 기록은 김건모 7집, 지오디 4집 등이 발표된 2001년 이후 전무했으며, 불법 다운로드로 인해 음반시장이 붕괴된 후 합법적인 온라인 음악시장이 등장한 2005년 이래 최초의 일이다.

음원시장에 밀려 침체된 음반시장에 모처럼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점에서 엑소의 인기는 기존 아이돌과 또 달랐다. 엑소는 '팬덤'의 지표가 되는 음반 시장 뿐만 아니라 음원 시장까지 장악하며 2013년 가요계에 큰 영향력을 과시했다.

아이돌이 부진하던 가요계에서 '슈퍼 신인'이 탄생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사실 가요계는 지난 수 년간 대박 신인을 좀처럼 보기 어려웠다. '아이돌 시장의 파이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걱정 섞인 위기감도 팽배했다. 그동안 대중가요계를 휘어잡았던 아이돌이 싸이 등 베테랑 가수들이나 오디션 스타들에 밀려 비교적 부진한 활약을 보이면서 아이돌 시장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지난해 '마마'로 데뷔한 엑소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SM이라는 거대 기획사와 그 팬덤을 업고 야심찬 데뷔를 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 '늑대와 미녀' '으르렁'을 통해 단번에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아이돌의 인기를 되살린 동시에 아이돌의 세대 교체를 알렸다.

엑소의 부상은 대형 기획사의 파워 때문이 아닌, 콘텐츠에 그 답이 있다. 강렬한 후크와 칼군무에서 벗어나 12명이 어우러지는 개성적인 군무를 선보였다. 스토리텔링이 있는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에 독특한 가사, 중독적인 멜로디가 보는 재미와 듣는 재미를 동시에 충족시켰다. 기존의 보이그룹들과 차별성을 내세우는 데 성공한 셈이다.

조용필과 크레용팝, 엑소의 이변은 분명 가요계에 새로운 에너지를 전달했다. 2013년 남은 두 달, 그리고 2014년. 또 어떤 이변들이 가요계를 즐겁게 만들지 기다려진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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