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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8년]2012 韓영화계 뜨겁게 달군 키워드8


[권혜림기자] 2012년 한국 영화계는 '르네상스'라는 수식어에 어울리게 유독 화려한 이슈들로 가득했다. '도둑들'과 '광해' 두 편의 영화가 1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유례 없는 사건이 일어나는가 하면, 김기덕 감독은 '피에타'로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부러진 화살' '건축학개론' '내 아내의 모든 것' 등은 상반기부터 기대 이상의 흥행을 거두며 관객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은교'의 김고은, '건축학개론'의 배수지와 조정석 등 신예들의 눈부신 활약이 스크린을 빛내기도 했다. 2012년 한국 영화계를 뜨겁게 달군 8개의 키워드를 소개한다.

◆김기덕

김기덕은 한국 감독 최초로 세계 3대 국제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인물이 됐다. 그의 18번째 연출작 '피에타'는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Leone d'Oro)을 수상하며 세계 영화계의 이목을 단숨에 집중시켰다.

지난 2005년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 이후 국내 영화로는 7년 만에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초청된 '피에타'는 '섬' '수취인불명' '빈 집'에 이어 4번째로 베니스행을 결정지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다.

지난 2004년 '빈 집'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 젊은비평가상, 국제비평가협회상, 세계가톨릭협회상 등 총 4개상을 수상했던 감독은 이번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거머쥐며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영예를 안게 됐다.

◆1천만 관객

한국 영화 두 편이 한달 여 간격을 두고 나란히 1천만 관객을 동원한 것은 2012년 한국 영화계의 크나큰 사건이었다. 지난 7월25일 개봉한 '도둑들'은 지난 10월2일 '괴물'의 최종 관객 스코어를 넘어서며 역대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도둑들'이 동원한 누적 관객은 상영 중인 10월27일을 기준으로 1천298만2천327명(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이다. 그러나 배급사 집계 기준으로 분석할 때 '도둑들'의 관객수는 이미 지난 10월2일 오후 2시 1천302만393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6년 개봉해 1천301만9천740명(배급사 집계 기준)의 총 관객을 동원한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넘어선 수치다.

여름 스크린을 '도둑들'이 뜨겁게 장식했다면, 추석을 전후로 한 가을의 극장가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흥행 열풍으로 달아올랐다.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는 지난 10월20일, 개봉 38일 만에 누적 관객 1천4만1천566명(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기록했다.

배우 이병헌이 첫 사극에서 1인2역에 도전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감을 높였던 '광해'는 대중적 영화 문법에 충실한 웰메이드 영화라는 호평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이병헌 뿐 아니라 류승룡과 김인권, 한효주와 장광 등 탄탄한 배우들이 영화를 받쳐 완성도를 높였다.

그러나 핵폭탄급 흥행력을 자랑한 두 영화의 이면에는 국내 최대 영화 배급사들의 막강한 자본이 있었다. '도둑들'과 '광해'의 흥행은 거대 배급사의 스크린 독과점이라는 한국 영화계의 고질적 문제를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일각에서는 장기간 많은 스크린을 차지하고 있는 큰 영화들이 작은 영화들의 상영 기회를 막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김기덕 감독은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을 전후로 공식 석상에서 수차례 이같은 문제를 지적해 시선을 끌기도 했다.

◆멀티캐스팅

올해 한국 영화계의 뚜렷한 경향 중 하나로 멀티캐스팅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톱배우들을 줄지어 캐스팅한 '도둑들'은 물론, 500만에 가까운 관객들을 동원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2012년 상반기를 첫사랑 열풍으로 물들인 '건축학개론'도 멀티 캐스팅의 힘을 제대로 받은 영화들이었다. 강풀의 웹툰을 영화화한 '이웃사람' 역시 연기력이 검증된 예닐곱 명의 배우들이 비교적 균등한 비중을 책임진 영화였다.

멀티캐스팅은 원톱, 혹은 투톱 주연진의 영화가 누릴 수 없는 안정된 흥행 가능성을 업고 간다는 점에서 메리트를 지닌다. 각자 한 편의 영화를 책임진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는 배우들이 하나의 영화에 뭉쳐 있는 그림은 관객들의 기대를 한껏 높일 수밖에 없다. 1천만 관객을 불러모으며 흥행한 '도둑들'은 그 대표적인 사례였다.

'건축학개론'의 흥행 역시 두 명의 주인공을 네 명의 배우가 연기한 멀티캐스팅의 덕을 봤다. 어린 서연을 연기한 배수지는 이 영화를 통해 명실공히 충무로 기대주로 떠올랐고, 어린 승민으로 배수지와 호흡을 맞춘 이제훈 역시 호평을 얻은 연기력으로 주가를 높였다.

◆19금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들이 2012년 상반기 스크린을 연이어 장식한 사실도 흥미롭다. 지난 4월 개봉한 정지우 감독의 '은교'는 등급상 한계에도 불구, 134만 여 명(이하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의 관객을 동원했다.

연기파 배우 박해일의 노인 연기와 더불어 신예 김고은의 파격적인 노출 연기로 화제를 모은 '은교'는 유려한 영상미와 섬세한 연출력으로 호평을 얻으며 봄 극장가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은교'에 앞서 4월 개봉한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간기남)' 역시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임에도 100만 이상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총 124만6천185명을 동원한 '간기남'은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에 뛰어든 형사 선우(박희순 분)와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죽은 남성의 아내 수진(박시연 분)의 관계를 중심으로 했다.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화제를 모은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은 애초 흥행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116만6천 여 명의 총 관객수를 기록했다.

지난 6월 개봉한 '후궁:제왕의 첩'은 궐내의 어두운 비밀과 암투를 그리며 과감한 정사신을 선보여 시선을 끌었다. 배우 조여정과 김동욱, 김민준, 조은지 등은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으로 빼어난 영상미를 살렸다. '후궁:제왕의 첩'은 263만6천32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올해 개봉한 '19금' 영화로서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관객수를 동원했다.

◆캐릭터

올해 흥행한 한국 영화들은 대체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개성 강한 캐릭터를 선보여 극의 재미를 높였다. '건축학개론'의 납뜩이와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장성기는 그 중에서도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었다.

지난 3월 개봉해 411만 관객을 동원한 이용주 감독의 '건축학개론'은 주인공인 승민과 서연 외에도 어린 승민(이제훈 분)의 친구 납뜩이(조정석 분)의 열연으로 빛난 영화였다.

납뜩이가 남긴 '어떡하지 널?'이라는 유행어는 영화 개봉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수많은 관객들 사이에서 즐겨 쓰이고 있을 정도. 뮤지컬계 스타 배우이기도 한 조정석은 '건축학개론'을 통해 명실공히 충무로 최고의 씬스틸러로 떠올랐다.

지난 5월 첫 선을 보인 뒤 459만8천 여 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한 '내 아내의 모든 것' 역시 유례없이 독특한 캐릭터로 관객들의 시선을 붙들었다. 배우 류승룡이 연기한 희대의 카사노바 장성기가 그 주인공.

두현(이선균 분)은 까칠한 아내 정인(임수정 분)과 이혼하기 위해 이웃의 카사노바를 고용한다. 장성기는 마냥 짜증스럽고 예민했던 정인으로부터 소녀다움을 이끌어낼 줄 아는 선수 중의 선수. 극 중 세계 각국의 여성들로부터 구애를 받는 장성기의 매력은 여성 관객들의 마음까지 훔치며 영화의 재미를 살렸다.

◆연출권의 위기

감독이 영화의 제작사와 주연배우, 혹은 투자사와 이견 끝에 촬영 현장을 벗어난 사건들 역시 올해 영화계 최대 이슈였다.

특히 제작비 약 100억원이 투입되는 '미스터 K'를 둘러싼 잡음은 한국영화 대표 스타일리스트 이명세 감독과 흥행사 윤제균 감독 사이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에서 뜨거운 화제가 됐다.

'미스터K'는 지난 5월 제작사 JK필름과 이명세 감독의 불협화음으로 제작 중단 상황을 맞았다. 이후 제작사는 영화 '해운대'와 '퀵' 조감독 출신의 이승준 감독에게 메가폰을 맡겨 촬영을 이어갔다.

'남쪽으로 튀어'의 연출자 임순례 감독은 제작자·주연배우와 연출권 보장에 대한 이견으로 현장을 이탈했다가 복귀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영화의 주연 배우 김윤석이 임순례 감독의 연출 권한에 간섭하며 문제가 발생했다는 추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동창생'은 지난 9월 연출자를 박신우 감독에서 박홍수 감독으로 교체했다. 태풍의 여파로 제작이 중단된 상황에서 감독과 제작사 사이 갈등이 발생, 새로운 감독에게 메가폰을 맡긴 경우다. 이에 지난 9월 한국영화감독조합은 앞서 언급한 갈등의 중심에 선 제작사들에 공개 질의 및 해명 촉구서를 내기도 했다.

◆재구성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의 약진도 올해 한국 영화계의 뚜렷한 경향이었다. 일본 추리 소설의 여왕이라 불리는 미야베 미유키의 동명 원작을 영화화한 변영주 감독의 '화차'는 지난 3월 개봉해 243만6천400명의 총 관객을 불러모았다.

소설가 박범신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정지우 감독의 '은교' 역시 마찬가지. 지난 10월18일 개봉해 흥행 중인 방은진 감독의 '용의자X'는 일본 작가 하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용의자X의 헌신'을 원작으로 했다.

민규동 감독의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아르헨티나 영화인'아내를 위한 남자친구(Un notio para mi mujer)'를 리메이크해 선보인 영화. 원작을 재기 넘치게 재구성한 '내 아내의 모든 것'은 호평 속에 흥행에 성공했다.

실화를 극화해 화제를 모은 영화들 역시 눈에 띄었다. 지난 2007년 한 대학 교수의 석궁 테러 사건을 재구성한 법정 실화 영화 '부러진 화살'은 정지영 감독의 화려한 재기를 알리며 사건을 다시금 환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김홍선 감독의 '공모자들'과 이상우 감독의 '바비'는 나란히 장기 밀매를 소재로 다뤄 화제를 모았다. 문현성 감독의 '코리아'는 지난 1991년 남북 탁구 단일팀을 이루게 된 남북한 최고의 탁구 선수 현정화와 리분희의 우정을 극화했다.

◆여배우

기존 톱배우와 신예를 구분할 것 없이 화려했던 여배우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전지현과 김혜수는 '도둑들'에서 매력 넘치는 캐릭터 예니콜과 팹시로 분해 관객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특히 전지현은 그간의 흥행 부진을 딛고 자신에게 꼭 맞은 옷을 입은듯 생동감 넘치는 연기를 펼치며 호평받았다.

김민희는 '화차'를 통해 그간의 필모그라피에서 줄곧 제기됐던 연기력 논란을 말끔히 씻는 데 성공했다. 반전의 키를 쥔 여주인공 차경선으로 분한 그는 속내를 알 수 없는 불안한 눈빛으로 광기어린 연기를 완성했다.

'피에타'에서 비밀을 안은 여주인공 미선으로 분한 조민수는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최고상 수상작이 본상의 다른 부문을 동시 수상할 수 없다는 영화제 규정 탓에 여우주연상 수상은 불발됐지만 '피에타'는 세계 영화계에 조민수의 존재감을 떨치게 만든 영화가 됐다.

'은교'의 김고은과 '건축학개론'의 배수지는 올해 스크린에서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신예들이었다. 데뷔작에서 전라 노출도 불사한 김고은은 원작 소설과 영화에서 묘사된 매혹의 소녀 은교 그 자체로 분해 스크린을 빛냈다. 브라운관을 통해 연기의 맛을 본 배수지는 '건축학개론'을 통해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부상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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