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한상숙기자] 대단원의 막을 내린 런던올림픽은 환희와 아쉬움이 공존한 대회였다. 금메달 13, 은메달 8, 동메달 7개로 종합 5위에 오른 한국 대표팀은 목표였던 '10-10'을 훌쩍 뛰어넘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그 안에 사연도 많았다. 마지막 올림픽에서 바벨을 놓친 뒤 무릎을 꿇고 기도하던 장미란(29, 고양시청), 또 무너진 '우생순 신화' 등은 스포츠팬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안녕, 여자 헤라클레스

경기 후 장미란은 굵은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냈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세계 여자 역도 정상에 섰던 지난날의 영광이 교차했다. 장미란은 "나를 응원해주신 분들께 실망감을 안겨 드렸을까 염려된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다"면서 눈물을 닦았다.

장미란은 +75kg급에 출전, 인상 125㎏, 용상 164㎏을 들어올려 합계 289㎏으로 4위를 차지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세계 무대를 평정했던 장미란의 올림픽 2연패 꿈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2010년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어깨부상에 시달리면서도 훈련을 거르는 날이 없었다. 나이와 몸 상태를 고려했을 때 올림픽 출전 자체가 기적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장미란은 포기하지 않았다. 인상 1, 2차 시기를 가볍게 통과한 장미란은 용상에서도 2차까지 무난하게 성공했다. 그러나 3차 시기 마지막 순간 바벨을 놓치고 말았다. 장미란의 얼굴에 안타까움과 홀가분함이 뒤섞인 눈물이 흘러내렸다. 장미란은 무릎을 꿇고 기도한 뒤 관중에게, 그리고 성원을 보내준 국민들에게 큰절을 했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장미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투혼의 '우생순'

여자 핸드볼 팀은 1988년 서울,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1984년 LA, 2004년 아테네에서는 은메달, 2008년 베이징에서는 동메달을 따내며 메달을 놓치지 않았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는 빈손으로 귀국행 비행기에 올라야 했다. 여자 핸드볼 노메달은 2000년 시드니(4위)에 이어 두 번째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동메달결정전에서 스페인과 2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29-31로 아깝게 패했다. 그러나 누구도 그들을 원망하지 않는다. 매 경기가 역경의 연속이었던 그들의 값진 노력을 모를 리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노르웨이(세계랭킹 5위), 덴마크(6위), 프랑스(11위), 스페인(16위), 스웨덴(19위) 등 유럽 최강팀과 예선 같은 조에 배치됐다. 조별리그 통과조차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땀은 그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덴마크와 스웨덴을 누른 뒤 노르웨이전에서는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고, 8강에서는 세계 랭킹 2위 러시아를 1골 차로 이겼다. 부상자 속출 속 값진 성과였다.

노르웨이와 4강전에서는 심해인마저 손목 부상으로 실려나가며 위기를 맞았다. 선수단 전체가 체력 고갈을 드러낸 상태에서 치른 스페인전과 3-4위전에서는 2차 연장까지 갔다. 결국 2점 차 패배. 어느 하나 순조로운 경기가 없었다. 매 순간이 투혼의 연속이었다. 아쉬움의 눈물이 코트를 적셨다.

김경아와 현정화의 눈물

되돌릴 수 없는 일이지만, 미련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여자 탁구 대표팀의 맏언니 김경아(35, 대한항공)는 "후회가 많이 남는다"고 했다.

김경아는 탁구 여자 단식 8강전에서 펑 티안웨이(싱가포르)에 패하면서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단체전 3- 4위전에서도 싱가포르에 0-3으로 졌다. 마지막 올림픽이었다. 김경아는 런던올림픽에서 웃으며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현실'이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김경아는 2004 아테네에서는 단식 동메달, 2008 베이징에서는 단체전 동메달을 따냈다. '깎신'으로 불리며 세계 최정상 수비 탁구의 진수를 보여줬다. 그러나 마지막 출전 올림픽에서의 메달은 그의 몫이 아니었다. 김경아는 경기를 치르는 동안 몇 번이나 고개를 흔들었다. '예상대로 되지 않는다'는 아쉬움의 표현이었다.

현정화 감독도 울었다. 김경아가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인터뷰를 하는 동안 현 감독은 한쪽으로 물러나 혼자 눈물을 훔쳤다. 현 감독은 "지금까지 잘 버텨줘서 정말 고맙다"며 제자의 땀을 닦아줬다.

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