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한상숙기자] "한 네티즌이 쓴 글을 보고 많이 속상했다." 기보배(24, 광주시청)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런던올림픽 여자 양궁 2관왕에 오른 기보배는 14일 인천공항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해단식 및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해단식을 치른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보배는 런던에서 가장 힘들었던 일을 묻는 말에 "양궁 경기장과 선수촌 거리가 멀었다. 이동거리 때문에 컨디션 저조를 걱정했는데, 협회에서 잘 배려해줬다"고 답했다.

이어 "런던 날씨 때문에 고생했다. 비도 오고, 바람도 불어 애를 많이 먹었다. 그러나 날씨에 대한 대비 훈련을 충분히 했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보배는 여자 양궁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며 2관왕에 등극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고 말한 기보배는 "어제 한 네티즌이 쓴 글을 보고 많이 속상했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울먹이던 기보배는 잠시 숨을 고른 뒤 "개인전 금메달에 대해 '운이 좋았다'는 댓글을 봤다"며 "양궁 선수들은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야간에 라이트를 켤 때까지 훈련한다. 나방과 싸우고, 모기에 뜯기면서 열심히 준비했다. 그런 말씀 안 하셨으면 좋겠다"고 상처 입은 마음을 알렸다.

기보배는 양궁 개인전 결승전에서 멕시코의 로만과 맞서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과녁 중앙에 더 가까이 쏘는 선수가 이기는 슛오프에서 기보배와 로만은 나란히 8점을 쐈다. 다행히 기보배의 화살이 9점 라인과 더 가까워 극적으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기보배의 진심어린 호소에 해단식에 모인 팬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기보배와 '공개 커플'을 선언한 남자 양궁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오진혁(31, 현대제철)은 "(기)보배가 안 좋은 이야기는 안 해 악성댓글 관련 고민은 나도 몰랐다. 지금부터라도 위로해줘야겠다"고 말했다.

인천공항=한상숙기자 sky@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