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최용재기자] *2012년 8월12일, 20일차

2012 런던 올림픽의 마지막 날이다. 다행스럽게도 대회를 마감하는 마지막 날에 너무도 아름다운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날의 주요 취재 일정은 한순철의 남자 복싱 라이트급(60㎏) 결승전이었다. 이제 눈을 감고도 찾아갈 수 있는 엑셀 경기장으로 갔고, 한순철과 바실 로마첸코와의 결승 경기를 지켜봤다. 안타깝게도 한순철은 기량차이를 실감하며 로마첸코에 패배했다. 물론 아쉬웠지만 크게 낙담되거나 분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소중한 은메달을 목에 걸었기 때문이다.

사실 한순철은 런던 올림픽 전까지 '무명 복서'였다. 이번 대회에서 한순철의 선전을 예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세계랭킹 19위. 그리고 현저하게 인기가 줄어들고 있는, 아니 아예 관심이 없어졌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한국 복싱의 현실. 한순철은 지독한 무관심 속에서 런던 올림픽을 준비해왔고 투지로 매 경기를 치렀다.

그리고 너무나 밝게 빛나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직 결혼식도 올려주지 못한 사랑하는 아내와 두 살배기 딸에게 이 소중한 은메달을 바친다고 했다. '무명 복서' 한순철이 들려준 이야기의 아름다운 결말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한순철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에필로그를 남겨두고 있었다. 경기장 밖에는 10여명의 한국 팬들이 커다란 태극기를 들고 한순철을 기다리고 이었다. 한순철이 나오자 환호했다. "대한민국 파이팅!" "한순철 파이팅!"이라는 구호가 연신 터졌다. 카메라 플래시도 그 아름다운 장면을 비추느라 분주했다. 작은 축제와 같았다. 모인 인원은 적었지만 그 열기만큼은 올림픽 열전의 현장 못지않게 뜨거웠고 축제 같았다.

한국인뿐만 아니었다. 몇몇 외국인들도 한순철을 둘러쌌고 카메라 플래시를 연신 터뜨렸다. 한순철은 환한 미소를 보였다. 금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그 무엇보다 값진 은메달과 함께, 많은 수의 팬들은 아니었지만 진심을 품은 팬들과 함께 아름다운 축제를 즐겼다. 런던에서의 마지막 축제였다.

런던 올림픽의 마지막 날, '무명 복서'의 아름다웠던 마지막 축제를 함께 즐길 수 있었다. 한순철 덕분에 기자 역시 런던 올림픽의 마지막을 흐뭇하게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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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영국)=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