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최용재기자]*2012년 8월10일, 18일차

또 다시 웨일즈의 수도 카디프로 향했다. 운명적인 축구 한일전이 열리는 곳이 바로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8강전에 이은 두 번째 방문. 왠지 카디프는 '약속의 땅' 같이 느껴졌다. 한국이 홈팀 영국 단일팀을 8강전에서 무너뜨린 곳이 바로 카디프였다. 이번에도 한국 대표팀은 카디프에서 새로운 역사를 창조할 것만 같은 좋은 예감이 들었다. 사상 첫 동메달, 그것도 '일본'을 상대로 따내는 동메달의 영광을 상상했다.

경기가 시작됐고 예상이 맞아 떨어졌다. 한국은 박주영의 환상적인 선제골, 그리고 구자철의 쐐기골로 일본을 2-0으로 무너뜨렸다. 홍명보호는 사상 첫 메달을 따냈고 선수들은 병역 면제 혜택이라는 선물도 받았다. 그리고 일본의 자존심을 뭉개버렸다.

경기가 끝나고 홍명보의 아이들은 축제를 마음껏 즐겼다. 서로 껴안고 홍명보 감독을 헹가래치고 팬들을 향해 감사 인사를 하는 등 태극전사들은 동메달의 기쁨을 누렸다.

그런데 그 중 남태희는 특별한 축제를 펼쳤다. 경기가 끝나자 남태희는 관중석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태극기를 들고 있는 한 팬에게 태극기를 달라고 부탁했다. 남태희는 축제를 더욱 멋지게 즐기기 위해 태극기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 팬은 흔쾌히 태극기를 남태희에게 건네줬고 남태희는 태극기를 두르고 그라운드로 다시 나와 동메달의 영광을 동료들과 함께 즐겼다.

그리고 축제가 끝나갈 무렵 한국의 선수들은 함께 싸운 일본 선수들과 유니폼을 서로 교환했다. 그런데 남태희는 일본 선수와 유니폼을 바꿔 입지 않았다. 남태희는 다시 관중석으로 달려갔다. 태극기를 준 팬에게 태극기를 돌려주기 위해서였다.

온통 흥분된 그라운드 분위기를 감안하면 태극기를 다시 돌려주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남태희는 더 놀랄 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남태희의 깜짝 선물이었다. 남태희는 자신이 입고 있던 '11번 남태희'가 새겨진 유니폼을 그 자리에서 벗었다. 그리고 그 팬에게 던져줬다. 태극기를 빌려줘서 고맙다는 의미였다. 남태희 유니폼을 받은 팬은 환하게 웃었다. 남태희의 깜짝 선물은 한국의 일본전 승리와 동메달 획득을 더욱 기쁘게 만든 그야말로 최고의 선물이었다.

남태희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태극기를 빌린 후 돌려주는 따뜻한 마음. 그리고 태극기를 빌려준 고마움을 갚기 위해 그 자리에서 자신의 유니폼을 벗어 선물한 따뜻한 마음. 감동적이었다.

역사상 첫 동메달, 병역 면제 혜택, 일본의 침몰, 그리고 남태희의 따뜻한 마음씨까지 어우러진 곳, 약속의 땅 카디프. 이곳이 참 좋다.

<19편에 계속…>

카디프(영국)=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